능수엄마
김용만 지음 / JANA문학사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업하면서 거래처 회식을 할 일이 많았는데, 자주 가던 수원의 일식집이 있었다. 그 일식집 사장님도 정말 대단한 분이셨다. 1평짜리 그릇가게에서 시작해서 50억 가까이 되는 일식집 사장님이 되셨으니, 얼마나 힘든 일들이 중간에 많으셨을까 상상이 되었다. 어느날은 회식을 마치고 사장님을 볼 수 있었는데, 손님이 사장님께 술을 권하셔서 술을 많이 드셨는지 얼굴이 빨개지셨다. 사장님의 얼굴을 보면서 성공하는 음식점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이 되었다. 음식 조리법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친절하고 손님 비위상하지 않도록 하는게 쉬운게 아닐것 같았다.

[능수엄마]를 읽으면서 그 일식집 사장님 생각이 났다. 지금은 담당지역이 바뀌어서 수원 갈 일이 없지만, 가끔가다 음식점에서 보내는 문자를 보며 아직도 잘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음식장사가 제일 많이 남는다고 하고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컨설팅 받아서 체인점을 차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크나큰 착각일거라고 본다.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자기 사업을 차려서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진상같은 시비거는 고객도 좋게좋게 해결해야 하고, 주변에 시샘에도 굴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야하고, 직원을 뽑아서 내 사람 만드는 것도 어렵고.. 아마 A부터 Z까지 다 나열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책에서 주인공 기용은 춘천옥 사장이다. 경찰, 라디오 판매원, 세차장, 포장마차, 음식점 등 몇몇가지 직업을 전전하다가 보쌈과 막국수에 대해 연구하고 춘천옥이라는 음식점을 차린다. 개업할때 돈이 없어서 인테리어 공사도 아내와 마무리 짓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기값이나 벌 수 있을까 하는 걱정어린 소리를 듣지만 음식점은 번창해서 가산동에서 이름난 음식점으로 거듭난다. 능수엄마는 더없이 인간적이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여자로 춘천옥의 얼굴마담이 된다.

장사샘은 첩샘보다 더 심하다 했던가? 잘 되는 춘천옥에는 춘천옥 망하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장이 있다. 바로 옆에서 갈비랑 육회등 쇠고기를 파는 모금정 박사장인데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춘천옥 망하기를 바란다. 평강댁의 남편인 문씨에게 춘천옥에서 행패를 부리라고 돈을 주기도 하고, 처남을 춘천옥과 같은 메뉴를 파는 대승옥이라는 음식점을 개설하도록 꼬드긴다. 대승옥을 개업한 이후에 얼굴마담인 능수엄마와 주방장인 범도를 빼내와서 일을 시킨다. 그렇게 타격을 입히려고 노력을 했으나 인생은 사필귀정이라고 했던가, 결국 대승옥은 망하게 되고, 춘천옥은 다시 능수엄마가 돌아오게 되고, 사장인 기용은 춘천옥 체인점을 개설하게 되고,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능수엄마]는 내가 보기엔 두 가지의 관점에서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는 춘천옥의 성공을 보면서 경영에 대한 관점에서 읽어볼 수 있다. 창업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알 수 있으며, 창업을 할 때에 필요한 자세에 대해 알 수 있다. 어떻게 타겟팅을 하는지, 이미지메이킹을 하는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 춘천옥의 이야기를 통해 짐작을 할 수 있다. 또한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소설을 통해 사람을 다루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서 기용은 개업설화를 보여주는데, 요식업을 하는데도 비전이나 사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요해보였다. 리더십을 가지고 업소 분위기를 신바람나게 만들고, 손님을 즐겁게 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단지 돈보다는 흥이나고 일에서 즐거움의 요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손님은 음식을 먹는 것 말고도, 그 음식에서 어떤 신비한 권위를 느끼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저는 음식을 상품으로 여기지 않아요. 상품으로 여기는 순간 음식은 신비성을 잃고 맙니다. 저는 밥장사를 돈벌이로 여기지 않습니다. (p.24)

장사의 기본요소는 숙달과 사업정신이다. 숙달은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충분한 경험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중략)… 분석하고 실험하고, 그리고 아름다움이 뭔지를 캐려고 하는 미의식(美意識)을 키우면서 기라는 말이다. 요식업은 종합예술이다. 예술은 감동을 전제로한다. 감동없는 예술품은 예술품이 아니다. 손님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식당은 문을 닫게 마련이다.(p.354)

춘천옥 운영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손님을 끄는데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구두에 묻은 흙만 떨구고 가도 좋으니 손님이 북적대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이익이 나든 말든, 재산이 모아지든 말든 그건 알 바 아니다. 손님끄는 재미에만 미칠 뿐이다. 손님이 미어터지면 흥이나고 손님이 떨어지면 사는 맛을 잃는다.(p.405)

두번째는 능수엄마의 입장에서 능수엄마를 이해하면서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남편을 답답해하며 고스톱을 배우고, 사장님인 기용을 좋아하지만 기용은 꿈쩍도 안한다. 관심을 끌어볼 요량에 일부러 며칠 가게를 안 나가기도 하고, 경쟁식당인 대승옥에 가서 일하지만 결국 적응 못하고 돌아오는 것, 다시 춘천옥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인간이 나약한 존재인지, 돈에 휘둘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인간적인 캐릭터이기에 춘천옥의 편안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책에서 읽어보면 재미있을때도 있고, 슬플때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 아닐까?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사람들의 삶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장사를 하려면 속이 여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수엄마의 캐릭터보다 나에게는 춘천옥의 성공스토리가 더 재미있었다. 회사 그만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음식장사이고, 가장 많이 망하는 것이 음식장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창업 준비하는 사람들이 제발 창업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실화를 바탕을 둔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기에 이 책을 통해 경영에 대해서 알수 있고, 인생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에서 나오는 춘천옥이 사실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춘천옥과 같은 음식점이라고 한다. 그래서작가가춘천옥에서 있었던 실화를 각색한 것이 많다고 한다. 나중에 금천구 들를 일 있으면 꼭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나도 수육이랑 막국수 좋아하는데, 춘천옥 꼭 가서 들러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