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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리처드 J. 라이더 & 데이비드 A. 샤피로 지음, 김정홍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올해 회사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실적이 떨어져서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다. 거래처를 인수인계 받으면서 내가 제대로 못한 것도 있고, 그 동안 실적이 잘 나와서 방심한 것도 있을 것 같았다. 실적이 잘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한 내 자신에 대한 자책과 실망이 가장 심했던 것 같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무엇보다도 컸다. “쟤 요즘 왜 저래?”, “한동안 잘 나가다 왜 저 모양이야?” 라는 그런 소리가 제일 듣기 싫었다. 나만으로도 내 자신으로도 화가 나는데 사람들은 왜 저렇게 오지랖이 넓어서 사람을 귀찮게 하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몇 달 동안 초심으로 돌아가 열정적인 영업사원으로 영업을 했고 결국 어느 정도의 실적을 만들어 놓았다.
실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면 기쁠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달려왔건만, 실적을 올려 놓은 후의 나의 마음은 허무함이었다. 왜 나는 사람들의 눈에만 이끌려서 굳이 이렇게 했는지, 그리고 이렇게 해 놓은 나의 경험이 나의 인생에 비추어봤을 때 얼마나 중요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어서, 실적이 나빴던 나도 ‘나’이고 실적이 좋았던 나도 ‘나’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다른 사람들의 숫자놀음과 시선에 사로잡혀서 맹목적으로 일을 해놓으니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 숫자나 평가라는 것이 나를 평가하는 잣대중의 하나일 뿐 나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나는 왜 그런 것들에 연연했을까?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은 인생의 고민에 빠진 나에게 셰르파(sherpa, 히말라야 산악등반 안내인)같은 책이었다. 내가 무엇을 향해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가치들을 인생에서 우선시 해야 하는지 알려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은 하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딕이 세렝기티 고원지대를 거쳐 마사이족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딕이 마사이족 코이에에게 얼마나 짐을 많이 가지고 왔는지, 여행준비를 철저히 했는지를 자랑하기 위해 짐을 풀고 물건들을 보여줬을 때 코이에가 던진 한마디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줍니까?”라는 것이었다. 깊고 울림이 있는 질문에 딕은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면 어떤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일까? 어떤 것이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삶일까? 책에서는 인생을 충만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저자가 만들어 낸 공식은 ‘자신이 속한 곳에서 place,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며 love, 삶의 목적을 위해 purpose, 자기 일을 하는 것 work’이다.
이 밖에도 행복을 만들어 내는 공식들은 책 여러 부분에서 나오는데 인생의 짐을 다시 꾸리고, 웃음을 다시 찾고, 인생의 여정을 같이 할 친구를 다시 꾸리고, 타임아웃(휴식)이 충만한 하루를 만들고,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함을 가르쳐 준다. 책이 인생의 중반 이후에 어떤 삶이 충만한지를 보여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을 같이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행복의 조건]에서도 인생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성공과 성취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은 남들의 기준에서 본 것이고 객관적일 수 있는 것이지만 성취는 나의 기준에서 보는 것이고 주관적일 수 있다. 남들이 잘한다고 칭찬해서 계속 그 장단에 맞춰 나가다 보면 결국 나에게 남는 것은 없고 공허함만 남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내가 만족스러웠는지, 얼마나 내가 행복한지의 기준이라고 본다. 외면에 치중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면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 행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나의 일을 즐기며 나에게 제일 맞는 일을 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오늘 하루도 정말 잘 보냈어.’라고 내 자신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알게 된 것 같다. 책을 통해서 내 인생의 짐을 다시 꾸리게 되었고, 나의 인생관과 직업관을 다시 한번 정립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