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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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가 만든 ‘보통’이라는 감옥 속에서, 
서로의 다름을 알아본 두 사람의 이야기.


『니키』는 처음부터 마음이 편한 소설은 아닙니다.
이 작품이 다루는 소재 때문일 수도 있고, 등장인물들이 서 있는 위치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장 읽다 보면 이 이야기가 단순히 자극적인 설정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소설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보통’이라는 기준이 무엇인지 조용히 질문하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평범하게 살면 되잖아”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말이 얼마나 막연한 요구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보통’이라는 기준은 너무 높거나, 혹은 애초에 들어갈 수 없는 성벽 같은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고이치는 그런 경계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늘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 다름을 지우기 위해 스스로를 억지로 맞추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를 좋아지면 나도 평범해질 것 같아서요.”

이 문장은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던 문장 중 하나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별 의미 없는 유행가일지 몰라도, 고이치에게 그것은 ‘보통 사람’이 되기 위한 작은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와 정반대의 방식으로 살아온 인물 ‘니키’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니키 역시 사회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소아성애자' 라는 자신의 본성을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다만 그는 그것을 바꾸려 하기보다 철저하게 숨기며 살아가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는 고이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옷장 속에 숨기고 사는 방법도 있는데.”


이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 말이 결코 따뜻한 위로나 이상적인 조언처럼 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차갑고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말이 누군가에게는 처음으로 숨을 쉬게 만드는 조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을 건드립니다.



“어머니는 늘 있는 그대로 살라고 했다. 반장의 아버지는 아이답게 살라고 했다. 그리고 니키는 벽장 안에 자신을 숨기고 사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처음으로 구원받았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지점도 바로 여기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있는 그대로 살아도 된다”는 말을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 말이 너무 멀고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조금은 비겁해 보일 수도 있는 현실적인 선택이 더 큰 위로가 되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보여줍니다.


『니키』는 독자를 편안하게 두지 않는 작품입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만들고, 우리가 믿어온 ‘정상’이라는 기준이 과연 절대적인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소설은 읽는 동안에도 여러 번 멈추게 만들고, 책을 덮은 뒤에도 묘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오래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통’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높은 벽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벽의 바깥에서 서로를 알아본 사람들의 묘한 연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멋진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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