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나방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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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이라는 단어는 늘 따뜻함과 헌신, 그리고 숭고함의 상징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그 감정이 한계를 넘어 통제와 집착으로 변할 때,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누에나방』은 바로 그 경계에서 태어난 작품이다. 마태 작가는 우리가 너무 쉽게 아름답다고 여겨온 모성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사랑과 두려움, 보호와 구속의 모호한 경계를 따라가는 이 이야기는 독자에게 묘한 불안을 남긴다.


주인공 소영은 교통사고 후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소녀다.
자신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오직 엄마의 말에 의존하며 세상을 다시 배워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의 행동에는 미묘한 균열이 생긴다. 학교에 가려는 딸을 막아 세우고, 염색을 하려는 소영에게 “싸 보인다”고 말하며,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엄마의 모습 속에는 ‘보호’와 ‘지배’가 뒤섞여 있다.


소영은 점점 깨닫는다. 엄마는 자신이 기억을 되찾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침대 밑에서 발견한 메모, “내가 죽으면 엄마 때문이다.”


이 짧은 문장은 이 소설의 심장을 관통한다.
기억을 잃은 소녀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엄마의 관계는 점차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옥으로 변해간다.
그 속에서 소영은 ‘사랑받는 존재’이자 ‘갇힌 존재’로 존재한다.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여자다. 학대로 양육되어 학대를 낳는 여자.”

작품의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이 문장은 단순한 인물의 독백이 아니다. 세대를 관통해 반복되는 학대의 굴레, 사랑의 왜곡이 만들어낸 비극의 유전을 보여준다.


마태 작가는 모성을 ‘신성한 감정’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얼마나 쉽게 사회적 압력과 도덕적 기대 속에서 폭력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드러낸다.


그 서늘한 통찰이 이 작품을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인간 심리에 대한 정교한 실험으로 만든다.


“충격적인 경험을 겪은 사람들은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이 문장은, 결국 이 소설 전체를 설명하는 열쇠다.
과거의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형태를 바꾸어 또 다른 인간 안에서 되살아난다.
마태는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한다 학대받은 자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과정, 그리고 그 비극을 자각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의식을.


『누에나방』은 끝내 한 인간의 성장담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랑이 어떻게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가에 대한 냉정한 기록이다.
가장 따뜻해야 할 관계에서 피어난 공포, 그리고 그 공포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갈망하는 인간의 모순.
마태는 그 모든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펼쳐 놓는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랑하는 마음조차 죄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단순한 모녀의 비극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사회 속에서, 관계 속에서 얼마나 쉽게 타인의 삶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조종하려 드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결국 『누에나방』은 질문한다.

“사랑이란, 정말 타인을 위한 감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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