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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평점 :
“감정을 제거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한 소설 『노 이모션』은, 감정을 선택적으로 포기한 세계를 통해
인간이 무엇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감정이 사라진 사회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입니다.
분노도, 슬픔도, 사랑도 없으니 불필요한 갈등도 사라졌죠.
하지만 동시에 기쁨과 행복, 그리고 삶의 의미마저 잃어버립니다.
이 세계 속 주인공 ‘강하리’는 감정이 없는 완벽한 인간으로 살아갑니다.
감정이 없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에서, 하리는 누구보다 인정받는 인물이죠.
그러던 어느 날, 하리의 일상에 균열이 생깁니다.
이웃의 살인사건, 정체 모를 꽃다발, 그리고 회사 내에 숨어 있는 ‘감정 보유자’.
이 미스터리를 쫓는 과정에서 하리는 자신 안의 낯선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확실히 다르긴 하시죠.
감정이 없어도 따뜻하고 인간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람이니까요.”
이 대사는 작품 전체의 방향을 상징합니다.
감정이 없는 세계에서도, 인간의 온기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리는 그 온기에 울컥하며 깨닫죠.
감정을 완전히 제거한 사람이라도, 마음은 여전히 인간 쪽을 향하고 있다는 걸요.
또 한 장면, 감정 복구 수술을 선택한 전임자 ‘한연옥’의 고백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녀석 때문에 복구 수술을 했어요.
사랑을 주고 싶어졌거든요.”
명예와 부를 버리고 감정을 되찾은 이유가 단 하나,
반려견을 사랑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감정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마지막 영역이라는 것.
『노 이모션』은 SF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 인간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감정을 제거한 세상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느끼고, 사랑하고, 흔들립니다.
작가는 그 불완전한 감정 속에서 ‘진짜 인간다움’을 찾아내죠.
“이성은 무언가를 하지 않게 만들지만,
감정은 무언가를 하게 만든다.”
이 문장은 책을 덮고도 오랫동안 남습니다.
이성은 우리를 멈추게 하지만, 감정은 우리를 살아가게 합니다.
『노 이모션』은 그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진실을,
차갑고 기계적인 세계 속에서 다시 일깨워주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