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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청소부 ㅣ 래빗홀 YA
김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9월
평점 :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새벽의 거리, 묵은 감정, 말하지 못한 상처들.
김혜진 작가의 『어스름 청소부』는 그런 것들을 조용히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소요는 어스름 청소부 집안의 딸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쌓이는 어둠, ‘어스름’을 치우는 일을 하는 가족. 하지만 정작 소요는 어스름에 알레르기가 있어 만질 수도 없습니다. 그런 자신이 답답하고, 그런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님이 부담스럽습니다.
옆집 소년 제하는 사람의 감정을 ‘얼룩’으로 읽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 얼룩은 그 사람의 경험과 아픔, 감춰둔 진심이 남긴 흔적입니다.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두 아이는 ‘보통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학생 예나가 등장합니다.
이상하게도 그녀에게는 어스름이 전혀 없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어야 할 어둠이 하나도 없는 아이.
소요는 곧 알게 되죠. 예나가 ‘기억을 조작하는 스티커’를 만든다는 사실을.
“어르신은 스티커 덕에 사람들이 안정된다고 하시지만, 결국 저렇게 돼. 스티커 없이 못 살게 된다고.”
거짓으로 얻은 만족감은 현실과 부딪힐 때마다 더 큰 거짓을 붙여야만 유지될 수 있었다.
예나의 스티커는 고통을 덮어주는 위로 같지만, 진짜 상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한 겹, 한 발짝으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말은, 한 겹 덮고 한 발짝 물러서면 보지 않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보아야 할 것들을 제대로 보고 싶다.”
결국 『어스름 청소부』는 ‘보려는 의지’에 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어둠 속의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유일한 ‘마법’일지도 모릅니다.
평론가의 말처럼 “김혜진이 쓰는 마법이란, 다른 존재를 구함으로써 자신의 구원에 다다르는 것.”
누군가를 구하려는 마음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씩 회복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생각하게 됩니다.
나에게도 어스름이 있겠지.
하지만 괜찮다고, 함께 치워줄 누군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를.
『어스름 청소부』는 세상을 조금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려는 마음’이 세상을 바꾼다는 걸,
이 조용한 소설이 다정히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