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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
김민지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평점 :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저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게 됐습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아니, 잘 지내고는 있는 걸까?’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는
김민지 작가, 그러니까 아나운서이자 박지성 선수의 아내로 알려진 한 여성이
‘아내’, ‘엄마’, ‘딸’이라는 역할 안에서
‘나’라는 존재를 지워내지 않고 지켜낸 이야기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제 입장에서는
이 책의 많은 부분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결혼한 친구들,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엄마들,
그리고 과거의 제 엄마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책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방송사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고,
일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달려가던 시기.
그러다 건강의 경고음을 듣고서야
비로소 ‘삶 그 자체가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은 조금 다릅니다.
성공보다 ‘나’와 ‘가족’, ‘오늘’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삶.
그 안에서 얻는 단단한 평안이 책 전체를 조용히 감싸고 있어요.
책에는 아주 사소하지만 깊은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부부 사이 ‘방귀 트기’에 대한 에피소드라든지요.
웃음이 나면서도 그 안에 사랑과 관계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담겨 있죠.
“내 일부를 부끄러움 없이 보여줄 수 있을 때, 진짜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
이 문장이 괜히 오래 마음에 남더라고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해외에서 자녀를 키우는 저자가 아이 학교 행사에서
한 국가(중국)의 문화만을 가르치는 것이
다문화에 대한 왜곡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교장 선생님께 직접 메일을 보내는 장면이었어요.
그로 인해 ‘세계 음식의 날’이 만들어지고,
한국 문화를 소개할 기회를 얻는 장면은
부모로서의 용기, 그리고 나를 대표하는 집단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한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져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책은 아마도 기혼 여성, 특히 육아와 가족 돌봄에 지친 분들에게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지 모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요.
누구나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은 같으니까요.
책장을 덮고 나면,
“나도 반짝이지 않아도 괜찮아. 이렇게 잘 살아내고 있으니까.”
하는 위로를 조용히 얻게 됩니다.
때로는 잘 살아가는 것이
빛나는 성과나 대단한 의미가 아니라,
하루하루 무탈히 살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걸
이 책이 말없이 가르쳐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