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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장들 - 흔들리는 이들에게 보내는 다정하지만 단단한 말들
박산호 지음 / 샘터사 / 2025년 6월
평점 :
참된 어른이란 무엇인가. 곱게 늙는다는 건 또 무엇인가.
올해 유독 이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이제 정말 중년의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저뿐만이 아닌가봅니다.
어른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작성하게 됐다는 에세이.
오늘 소개할 책,
박산호의 『어른의 문장들』 입니다.
가끔 그런 생각해본 적 있으실까요?
"아, 누가 내 대신 책 읽고 좋은 문장만 쏙쏙 골라 알려줬으면 좋겠다."
저는 매일 하는 생각이거든요.
책을 읽지 않는 날이 단 하루도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고 시간은 한정적이며, 책을 구매할 돈 또한 한정적이죠.
게다가 사실 어떤 책을 읽어야 기분이 좋을까,
어떤 책을 읽어야 내가 궁금한 내용이 있을까 하며 책을 고르다 보면 참 많은 장벽 앞에 부딪히게 돼요.
이 책이 저에게 바로 그런 부분을 충족시켜주면서
동시에 '어른'이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고민은 나와 다 비슷하구나,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네 하면서 공감과 위로를, 때로는 지식을 주었습니다.
책은 저자가 읽은 책 속의 문장을 소개하고,
저자의 경험을 이어서 이야기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골라 준 문장을 쏙쏙 뽑아 읽는 재미와 함께
저자의 삶 속 경험을 통해 때로는 반성을,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위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거절의 기술
책에서도 이야기하는데요,
우리는 '거절'을 표현하기 힘든 사회 속에서 자랐어요.
그러다 보니 '거절'이라는 것이 굉장히 무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쉬이 표현하지 못하죠.
"거절하지 못하는 심리의 기저에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너무 맞는 말이죠.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의외로 거절을 해도 부드러운 피드백이 돌아올 때가 많고,
반대로 무리한 부탁을 했다며 사과를 받을 때도 있다는 걸.
저자는 "거절 메뉴얼"을 작성했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돈을 빌려달라는 이에게는 내가 줄 수 있는 만큼 주고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같은 현실적인 메뉴얼이었어요.
문득 이거다 싶어서 조만간 저도
거절 메뉴얼 만들기에 도전해볼까 생각하는 중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거절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제게는 지금의 관계가 무너질까봐. 라는 마음이 거절을 못하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인데요.
상황별로 메뉴얼을 정해두고 행동하면,
거절해야 할 상황이 올 때마다 새로 고민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안그래도 점점 짧아지는 살아갈 시간.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베품의 의미
"인생이란 것이 근시안적으로 보면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않은 것 같아도 크게 보면 결국 우주의 이치를 따라 복을 지은 사람이 잘살게 되고, 베풀며 선하게 사는 사람이 잘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20대 때부터 제게 늘 고민을 안겨주는 부분입니다.
베품의 미학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베풀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빡빡한 삶 앞에서 결심이 무너지곤 하거든요.
하지만 책에서 말하듯 주변을 둘러보면,
적은 돈에서도 베품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늘 밝아요.
"여유"라는 것이 결국 '돈'이 아니라 '태도'에서 온다는 거겠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어릴 때는 돈 없는데 여유가 어떻게 생겨? 했었는데요.
이제는 있는 만큼, 그 안에서 베풀면 마음의 그릇이 커져
겉으로도 여유가 드러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습니다.
말에서 드러나는 어른다움
3-40대, 혹은 그 이상의 연령대 독자를 타겟으로 하는 책에
유난히 '말'을 다루는 책들이 많습니다.
저도 최근에 많이 읽어보았는데요.
진짜 어른의 모습은 정말 말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말투나 단어선택 같은 것들이 그 사람의 외형도 달라보이게 하는 시기.
그 시기가 '진짜 어른' 이 되는 때 인 것 같습니다.
책과 함께 하는 삶
"책이란 묵묵히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다"
제게 책은 정말 그런 존재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마음의 응어리들을
책을 읽으며 풀기도 하고..
잊고 있던 기억들을 책이 꺼내어주기도 하거든요.
세상에 나 혼자만 뚝 떨어진 것 같았을 때에도 책은 제 곁에서 묵묵히 함께 해주었어요.
"읽어봤자 돈 한 푼 안 나오는 책을 어쩜 그렇게 열심히 읽어?"라는 말.
저도 많이 들었거든요. 맞는 말이기도 해요. 책이 밥 먹여주진 않으니까요.
그런데 살면서 느끼는 건,
제가 읽은 책들이 천천히 쌓이고 쌓여 삶에 조금씩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예요.
제게 저 말을 했던 그 누군가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저도 문득 궁금해지네요.
나이 든다는 것의 의미
'아줌마'라는 기준도 이제는 모호하죠.
가끔 90년대의 20-30대 사진이 피드에 뜰 때면,
지금의 20-30대와 다르게 너무나도 나이 들어 보이는 모습에 놀라곤 하는데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말처럼,
정말 어른이 되니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은 더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나 피하고 싶은 것은 알아서 피하게 되는 좀 더 유연한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어른'이라는 호칭이 참 싫었는데..
어른이 되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니라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물론 자꾸만 솟아나는 새치 같은 녀석을 거울 속에서 마주할 때면,
지난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긴 하지만..
확실한 건! 어떤 상황을 마주할 때에
제 자신이 좀 더 유연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나이 들기 싫은 저의 자기 합리화
혹은 현실 부정의 일종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저 스스로가 삶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하나의 길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박산호의 『어른의 문장들』은
단순히 좋은 문장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었어요.
어른으로 살아가며 마주하는 크고 작은 고민들 앞에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와,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새로운 관점을 선사하는 책이었죠.
책을 읽으며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뜨끔하며,
때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이것이야말로 좋은 책을 읽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요?
중년의 문턱에서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계신 분
바쁜 일상 속에서도 좋은 문장을 만나고 싶으신 분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성숙함의 의미를 찾고 싶으신 분
책은 좋아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다른 사람이 골라준 문장을 만나고 싶으신 분
삶의 지혜와 위로를 동시에 얻고 싶으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