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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구정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평점 :
🕊 엄마와 나 사이의 거리, 그 마음의 거리
제가 한국 문학을 정말 좋아하게 만들어 준 문학동네.
에서 나온 무려 만화책.
그리고 제게는 언제나 그리운 단어인 '엄마'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서로 너무 다르기에 이해할 수 없었던 감정.
오래도록 담아왔던 결핍을 오롯이 마주하는 이야기가 담담하게 담긴
구정인의 만화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입니다.
🌷임신 이라고..?
선영은 딩크 부부로 살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갑작스러운 임신은,
잊고 지내던 오래된 상처를 들추어냅니다.
“내가 정말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자연스레 그녀를
‘엄마’라는 존재에게로 이끌어요
2년간 연락을 끊었던 엄마를 다시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죠.
엄마를 만나기로 결심한 후,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선영이 답하지 않은 오래 전, 엄마의 메세지가 보이며..
만나자는 연락에 바로 알겠다고 하는 엄마를 보며
마음이 시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 지하철 안, 회상의 시간
엄마를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
선영은 과거를 회상해요.
가난한 집에서 갑자기 태어난 딸 선영.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나 봅니다.
엄마, 나에겐 엄마가 나를 만져준 기억이 없어.
이 한마디가 너무 아프게 다가왔어요.
저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지만,
만약 그런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는데
정말 상상도 하기 싫었거든요.
엄마가 만져준 기억이 없다니..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갖고 싶은 걸 조르는 언니 옆에서
아무 말도 못했던 어린 자신.
언니에게 맞았다고 말하면
“그게 아파?” 하고 말하던 엄마.
친구 집에서 마주한, 아무도 화내지 않는 평온한 분위기.
그 모든 장면들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엄마는 왜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았을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아이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
기쁨, 기대, 서운함 같은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고,
마지막에 남은 건 늘 ‘분노’였어.”
이 문장이 담긴 장면 앞에서 잠시 멈춰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아닐까요?
솔직한 감정표현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 엄마를 미워하며, 사랑을 배웠다
“엄마는 내 영웅이었어.
아빠를 미워하는 건 쉬웠는데,
엄마를 미워하는 건 쉽지 않더라.”
그 마음을 알 것 같았어요,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끝내 미워하지 못한 이유.
그 옆에는 언제나
사랑, 기대, 죄책감, 외로움, 연민이 함께 있었던거죠.
이 만화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결국,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 진심을 건드리는 이야기의 힘
이야기의 배경이나 상황은 저와 전혀 달랐어요.
그런데도 이상할 정도로
그 감정은 놀랄 만큼 선명하게 와 닿았습니다.
주인공인 선영이가 엄마를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마음속으로 엄마에게 하는 말들이
너무 담담해서 더 아팠던 것 같아요.
“엄마는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나는 왜 지금도 그 말을 기억하고 있을까.”
엄마라는 존재를
‘좋아하지 못하면서도, 끝내 미워하지도 못한 이들’의 이야기.
엄마를 미워한다는 건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서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반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원망의 감정 너머에 있는,
기대, 슬픔, 죄책감, 외로움, 분노, 연민..
복잡한 감정의 덩어리를 응시하고 마침내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으면서도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하고 싶으면서도 끝끝내 닿지 못하는
‘관계의 거리’를 마음속에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 거리를 아주 조용히, 따뜻하게, 그러나 깊숙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프고, 그래서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 이런 분께 추천해요
엄마와의 관계에서 상처 혹은 거리감을 느껴본 적 있는 분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고, 혼자서 감정을 꾹 참는 습관이 있는 분
치유와 성장의 감정을 조용히 건네주는 이야기를 찾는 분
가벼운 그림체 속 진한 감정선을 좋아하는 분
사랑받지 못했다는 상처를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보듬을 수 있게 됩니다.
사랑받고 싶었던 한 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자기 자신을 회복해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