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알라딘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이끌려서 충동적으로 사게 된 책이었다. 읽는 내내 탄성이 나왔고 자꾸만 책저자가 누구인지 살펴보고 우리나라 사람이란 것에 또 놀랐다. 이 책 저 책 종횡으로 누비는 저자의 놀랍고 방대한 지식에 자꾸만 외국 석학인가 싶었고 (왠 사대주의인지 부끄럽지만) 한국인이란 걸 확인하고 책 표지의 누군가의 칭찬처럼 자랑스러웠다.

이 책 한권으로 이 저자의 팬이 되었다. 강창래라는 분. 이름이 낯설었는데 여기저기 프로필을 좀 찾아보니 출판계에 오래 종사하신 분 같았다. 그리고 인문학 책이란 바로 이런 책이다 싶었다.

먼저, 첫 장에서 프랑스 대혁명이 유명한 계몽주의 고전들보다는 (루소의 '사회계약론'같은) 포르노 소설들에 더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놀랍고 신선했다. 물론 포르노 소설들이 프랑스 혁명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ㅋ. 그전에 사회경제적 토대란 게 있고. (다른 강연에서 들은 것인데 혁명전에 프랑스는 절대왕정으로 국가재정이 바닥나 있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화폐정책을 쓰다가 경제 버블만 생겨서 국가 경제가 파탄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고 한다. 이른바 '존 로의 미시시피 사기사건'. 이것도 참 재미있는 이야기다. 최진기님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 하지만 이 책에서 지적한 포르노 소설들의 영향력이란 상당히 근거있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중적이란게 무시할 수 없는 거라는 생각. (인기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을 합리화해본다. ㅎ)

다음장에서 '소크라테스의 문제'를 다루는 것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공자와 유교를 못 마땅해하는 나는 개인적으로,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으로 통쾌하기도 했다. 고전이란게 무조건 믿고 읽을 게 아니란 것. 그리고 플라톤도 박홍규씨의 '플라톤 다시 읽기'를 예전에 읽으면서 의심스런 눈초리로 많이 바라봤었는 데 역시나.. 칼 포퍼가 플라톤을 나치 이념의 빌미를 주었다고 많이 비판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도 이런 반민주적인 인물인지 몰랐다.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이런 글을 읽다 보면 학문에서 해석학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학문분야든 아니든 워낙 맥락없이 읽고 추종하는 병폐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의 사회진화론 이야기도 놀라웠다. 내가 과학적 상식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많은 부분들이 우생학이라는 무시무시한 학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   

최근 읽은 책중에 굉장히 신선하고 여러 도서들을 비판적으로 읽는 방향성을 잡아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진정한 인문학 책.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다. 학자들이 못 해낸 것을 이 저자가 해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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