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루비] 1095일의 꽃다발
미츠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ruvill) / 2025년 2월
평점 :
스포 없는 리뷰 작성 후, 아래에 엔터 치고 스포 있는 부분과 개인적인 불호 포인트 쓸게요~
이미 오래 사귀어온 두 사람이 대화의 부재로 엇갈리는 이야기입니다. 쌍방 삽질이 발생하는 오해물이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이며, 많이 답답하진 않고 돌고 돌아 순애로 마무리하는 작품이에요. 감정선도 비엘보다는 오히려 현실 연애를 겪어본 사람들이 공감하기 쉬울 것 같은 감정선입니다. '일일이 말해야 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눈치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수 캐릭터 감정이입이 쉬울 것 같았어요.
표지 왼쪽의 흑발이 수, 갈발이 공입니다. 작화도 표지 느낌 거의 그대로 본문에서도 퀄리티가 유지됩니다. 그림체 자체에 호불호는 있을 것 같지만, 캐릭터 설정이 공 26세, 수 30세(회사원)인데다가 스토리 또한 연애 3년차 설렘보다 실망을 하게 되는 어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어서 얼굴을 어른스럽고 진지하게 묘사하는 그림체와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또, 대체로 공이나 수나 날씬한 일본bl 그림체보다 골격과 근육이 균형잡혀 있어서 한국bl 느낌이 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이루어지기 전의 설렘과 풋풋함 등을 선호하고 주로 청게물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이 작품 소개, 캐릭터 성격이 다소 답답하다는 리뷰, 오해 삽질물 소재 등을 고려했을 때 제 취향일 것 같지는 않았는데도, 막상 읽어보니 전달력이 좋고 대사량도 적지 않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물론 캐릭터 성격은 리뷰와 미리보기를 보고 짐작했던 것보다 조금 더 답답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림 컷을 너무 크게 잡아서 페이지 수에 비해 내용이 적은 만화가 아니라, 대사 양도 적당하고 컷 배치도 좋아서 내용이 알차게 들어가 있는 만화입니다. 평소 취향과는 꽤 달라서 읽고 나서도 막 취향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로서는 읽을 만 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작품 소개와 리뷰를 봤을 때 취향에 맞을 것 같은 분이라면 소장을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여기부터 스포와 불호 포인트가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게이수 헤테로공이고 게이바에서 만난 두 사람은 그 날 자고 사귀기로 합니다. 작중 시점은 그로부터 3년, 동거한 지 1년입니다. 게이수는 꽃다발 받는 것에 오랜 로망이 있지만 남자끼리라면 더욱 말하기 어려워서 아직까지 그 로망을 이루지 못한 채 기대만 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1년째 되는 기념일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공의 직장 사정으로 펑크가 났고, 수는 마음이 상해서 "기념일이라고 해서 억지로 특별한 일을 할 필요는 없어. 이제부터 기념일엔 아무것도 안 하는 걸로 하자. 나도 그럴 테니까" 라고 해놓고 속으로는 '올해는 혹시나 하고 기대하고,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기념일을 챙겨주길 바랐다' 라고 하는 게 잘 이해가 가진 않았어요... 하지 말라며? 동성 성인 둘인데 한쪽만 기념일을 챙겨줘야 하는지도... 연하공 연상수 키워드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수가 4살 연상 설정인데도 오히려 더 애같고 투정부리는 것 같아서 저는 잘 이해가 안 가서 좀 아쉬웠습니다ㅠ 하지만 작가님이 수의 심리묘사에 신경을 많이 쓰셔서 그럭저럭 '그래.. 그렇구나.. 첫 연애의 상처가 있구나.. 서운하구나..! 좋아해서 그렇구나..!' 하면서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엄청난 답답함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해서 삽질하는구나 하고 납득은 되는 정도의 답답함입니다.
사실 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눈치채' vs '말을 안 하면 어떻게 알아' 에서 후자에 더 공감하는 편이라 수 성격이 좀 많이 피곤하다 싶었어요. 불호 포인트는 아무래도 수 성격... 마지막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오해를 풀고 해피엔딩을 맞고 나서도 일일이 말하지 마, 눈치 좀 채 라고 하는 게 좀... 질렸습니다... 그 동안 서로 대화를 안 하고 속으로만 생각해서 엇갈렸다는 걸 알았고, "나 혼자 삐친 거잖아" 라고 말해놓고서도 일일이 말하지 말라니 개선 의지가 없는 건지? 작품이 거의 수 시점으로 진행되어서 수 심리묘사 위주로 되어 있는데도 수가 계속 똥볼만 차서 저는 오히려 공이 수를 많이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둘 다 너무 소심하고 이렇게 성격이 안 맞는데 어지간히 좋아해서 3년 만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작중에서는 작가님이 수가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서사를 계속 부여해주어서 그렇구나~하고 읽을 수 있었는데 오해를 풀고 나서도 눈치채라고 하니까... 아니 부끄러워서, 너무 좋아해서 틱틱대는 것까진 알겠는데 아직도 말하지말고 알아서해 식으로 말하다니... 작품 내내 표현의 중요성을 통감해놓고 결말과 보너스만화에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 공도 눈치를 챙기고 표현을 늘려야 하겠지만 수도 그와 더불어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서로를 엄청 좋아하는 감정선만은 확실한 작품이고, (제 눈에는) 넘겨짚고 일을 자꾸 꼬이게 하는 것도 수지만 수가 공을 엄청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확실해 보여서 이 점은 좋았습니다. 당장 나갈 집을 못 구해서라고는 해도 계속 동거는 유지하고, 서로 상대방이 그만하고 싶은가보다 하면서 헤어지기로 한 후에도 서로 마음을 딴 데 두거나 잊어보겠다고 문란한 생활을 하거나 하는 내용은 없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절절하게 삽질하는 내용은 아니고 약삽질 정도라서 절절한 삽질과 후회를 보고 싶은 분들은 반대로 약간 아쉬울 수 있습니다. 헤어지자는 말을 하고 나서도 동거는 유지하기에 재회물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지고 나서 마음을 재확인하고 솔직하게 털어놓게 되는 구성을 좋아하신다면 잔잔하게 읽기 좋습니다!
결론은 말을 해라 말을...
+ 영문제목 BOUQUET OF OUR DAYS는 낭만적이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