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최태현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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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민주주의는 오늘날 복잡성이 증대한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민주주의가 효율을 따지기보단 구성원의 정치적 참여를 우선하는 제도임을 강조한다고 해도 거기 내재하는 제도적, 현실적 역설은 남는다. 그것이 이 책에서 지적하는 역설들이다.

 이 책의 제2장에서는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인 대의제의 대표 개념을 둘러싼 역설들을 살펴본다. 대표의 본질, 선거 공약에 대한 책임, 관료의 대표성, 시민참여, 당사자, 대표되지 않는 것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며, ‘감춰진 세계’의 ‘작은 자’들이 대표되기 어려운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와 역설을 꼼꼼히 따져본다.

 제3장은 정부의 역설을 말한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정부는 결코 공정하지만은 않다. 정부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 가운데 풀고 싶은 것을 취사선택하며, 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민주적 원칙을 지키는 문제에서 자신을 예외로 두는 역설적 태도를 보인다.

 제4장은 조직과 민주주의의 관계에서 비롯하는 역설을 다룬다. 특히 ‘영혼 없는 공무원’ 문제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우리는 공무원의 소극적인 행위와 태도를 비판하는 동시에 그들의 자의적인 행동에도 제약을 걸고자 한다. 시민과 공무원 간의 이러한 역설적인 마음의 관계를 섬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5장은 민주사회에서 리더의 존재가 어떤 역설을 발생시키는지를 다룬다.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은 흔히 권력 자체를 좇는 특성이 있고, 권력은 그들을 쉽게 부패시킨다. 이런 권력추구자들은 선거에서 민주적 정부의 무능력을 조롱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얻어 바로 그 정부의 수장으로 선출되지만, 민주적 원리와 마음을 쉽게 파괴하곤 한다.

 제6장에서 ‘민주주의의 마음’을 제시하면서 저자는 먼저 민주주의가 제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균형과 견제, 투표, 다수결, 헌법 등이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향하고, 민주적 가치를 담는 마음이다. 저자는 기존의 사회과학이 인간을 합리적, 이성적 존재로만 가정하면서 마음의 문제를 놓쳤다고 분석하며, ‘마음이 곧 우리’라는 마음의 총체성을 강조한다.

 제7장의 주제인 ‘작은 공’은 사회적·정치적 존재의 단위를 이상적인 개인 혹은 문제 해결자로서 국가로만 설정해온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삶의 기본 단위에서 공공성의 단위를 재구성해보자는 맥락에서 고안된 개념이다. 저자는 ‘작은 자’들의 다양한 결사체인 ‘작은 공’이 여럿 모여 서로 이어지면서 만들어내는 공공성의 가치에 주목한다. 서로 과도하게 같아지지 않으면서 권력적 억압을 배제한 이 공동체에서 민주주의의 역설을 극복할 희망을 발견해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결국 이 책은 다양한 형태의 역설에 대한 논의를 통해 우리 삶의 복잡함을 드러내는 것, 세계를 단순화하는 행동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감추어진 세계에 주목하는 것, 우리에게 세계의 모든 문제를 풀 능력이 부재하다는 점을 살펴보는 것, 그러는 가운데 찾을 수 있는 겸손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며 멋진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성찰을 도모하려 한다. 치열하고 섬세하게 희망과 대안을 찾되 겸손하게 경청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나아가자고 말하며 민주주의와 타인을 아끼고 사랑하는 공적인 마음이야말로 그 동력이 된다는 점을 예리하게 통찰한다. 친절하고 호소력있는 어조와 행정학자로서의 실제적인 감각이 빛나는 이 책이야말로 동료 시민들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저자 최태현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법학(학사)과 행정학(석사)을 공부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정책계획학(공공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집단의사결정, 거버넌스, 정책결정을 연구하는 한편, 공공성, 행정윤리, 정책서사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과학적 지식이 생산되는 방식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싶어 『모두를 위한 사회 연구』를 썼고, 제도와 마음의 공공성을 주제로 쓴 논문으로 2019년 한국행정학회 학술상(논문 부문)을 수상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연구하며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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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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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당신의 가족이 자해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병원 의사이자 『죽음을 배우는 시간』 등의 저서를 출간하며 활발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이어온 저자(김현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의)는 화목한 가정에서 명랑하게 자라는 줄로만 알았던 딸이 남몰래 자해를 해왔고,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고 믿어왔던 딸의 팔목에 수없이 그어진 칼자국을 목격하게 된 순간, 저자는 지금껏 살아왔던 세계가 완전히 전복되는 경험을 한다. 부랴부랴 정신건강의학과에 딸을 데려가 상담 및 진찰을 받은 뒤 내려진 진단은 흔히 ‘조울증’이라 알려진 양극성 장애였다. 감정이 지나치게 들뜨고 고양되면서 과민·망상·충동·흥분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조증과 우울한 기분이 들면서 불안·무기력·절망·비관 등의 정서가 동반되는 울증이 교차하며 반복되는 병으로, 환자의 25퍼센트 이상이 생애 한번 이상 자살을 시도하고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경우 자살률이 비질환자보다 최대 30배나 높은 중증 정신질환이다.

 저자는 딸에게 가장 잘 맞는 병원을 찾아다니고, 보호병동에 딸을 입원시키고, 약물 및 전기충격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하고, 공공부조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등록을 신청하는 등 딸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각종 연구 및 통계자료와 문헌을 직접 뒤져가며 공부하고, 정신질환의 발생 기관인 뇌의 기능과 작동방식을 알아가고,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의 성분을 일일이 확인하여 효과를 시험해보며 정신질환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하루하루 체득해갔다.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는 엄마이자 의사인 저자가 정신질환을 앓는 딸을 보살피고, 가족으로서 삶을 함께 살아내고자 겪어온 숨 가쁜 여정의 기록이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밤바다를 헤엄치는 심정으로 딸과 함께해왔던 지난 7년간의 투병 과정을 담담하게 회고하며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마음의 문제로 고생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전한다.

 더불어 딸의 아픔을 헤아리기 위해 섭렵한 수많은 연구와 기록을 소개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과학적 이해를 넓히고,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과 대화하는 법, 자해·자살 시도를 마주했을 때 대처하는 자세, 병원을 선택할 때의 유의사항 등 환자 가족으로서 실제 겪은 바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조언을 담았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가족을 둔 이는 물론,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은 독자에게 두루 권한다.

저자 김현아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병원 내과에서 전문의·전임의를 수료했다. 현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로 있으며, 관절염 분야에서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 업적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의학회 분쉬의학상, 일본류마티스학회 젊은의학자상 등 다수의 국내·국제 학회에서 수상했고, 다양한 강연을 해왔다. 10년간 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 대한내과학회 정책단 업무를 수행하면서 의료 정책에 관한 논문도 다수 출판했다.

 현대 의료가 다루는 죽음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집필한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다. 이외 저서로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의사외전』(공저) 등이 있다.7년 전, 둘째 딸이 양극성 장애를 진단받으며 이전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의 궤도에 들어섰다.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을 이해하는 것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일임을 느끼고 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 모두가 삶의 질곡에서 괴로움을 떨치고 서로의 손을 놓지 않기를 바라며, 세상을 한 걸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와 용기임을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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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어린이 2023.가을 - 통권 82호, 창간 20주년 기념호
창비어린이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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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어린이』 창간 20주년을 기념하는 세 번째 연중 특집은 ‘청소년 소설―새로운 목소리’다. 특집에서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오세란‧강수환‧이하나는 각각 인물, 재현의 윤리, 문학적 상상력을 키워드 삼아 청소년 소설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여섯 편의 단편과 엽편 한 편을 수록한 창작란과 더불어 청소년 소설 속 새 목소리를 모색할 기회를 마련한다. 

청소년이 독자로 성장하는 학교 도서관의 풍경을 스케치한 김담희의 글, 아동청소년문학의 새로운 비평 공간으로서 팟캐스트를 조명한 최도연의 글, 청소년 연극의 지난 10년을 책임감 있게 돌아본 정진새의 글은 청소년 문학을 읽고 쓰는 모두에게 유익한 읽을거리다. 예비 창작자들을 향한 응원을 경쾌한 필치에 담아낸 정은숙의 글, 자연스레 이야기를 짓고 나누었던 청소년기를 유쾌하게 회고한 이다의 만화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또한, 아동청소년문학의 각 장르를 집중 조망하고, 그 현재와 미래를 짚어 보는 자리를 연중 특집으로 진행한다. 지난 20년간 한국 청소년소설은 성장을 거듭하며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고, 문학 외부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그런데 청소년 소설은 청소년의 목소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존중하며 쓰이고 있는가? 청소년소설을 읽고 나누며 작품의 함의를 만들어 내는 주체들의 비판적 검토가 절실하다.

오세란은 청소년 소설 속 인물이 세상과 만나는 구도를 면밀히 분석하며, 청소년 주인공이 타인의 욕망에 의해 배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나아가 캐릭터, 장르가 다양해진 청소년소설을 한정된 방식으로 수용하는 것을 경계하며, 청소년 소설의 ‘새로운 자리’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강수환은 정치적 올바름과 재현의 윤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토대로 청소년 소설의 미래를 그린다.

단순히 ‘정치적으로 올바른’ 세계를 형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 독자의 현실 인식에 개입하는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 독자에게 “재현 불가능성에 맞서 ‘다르게’ 보려는 용기”를 건네야 한다는 필자의 제언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하나는 빠르고 효율적인 콘텐츠의 소비가 대세인 오늘날 청소년 문학을 읽는 일이 청소년 독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가늠한다.

타자의 삶을 읽어 낼 ‘삶의 리터러시’를 제공하는 작품들을 호명하며, 청소년이 그 곁에서 세계를 ‘다르게’ 보고 이해할 통로를 얻게 될 것임을 말한다. 창작란에는 7인의 작가가 떠올린 청소년소설의 ‘새로운 목소리’를 담았다. 각양각색의 작품들에서 청소년의 자리에 대한 작가들의 깊은 고민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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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1호 - 2023.가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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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2023년 가을호는 200호를 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마음으로 대전환을 향한 실천적 과제를 고민하는 종요로운 글들을 묶어 내었는데, 특집에서는 ‘한국이라는 서사’라는 주제 아래 최근 정치, 문화 등 다방면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며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을 어떻게 사유할 수 있을지 사회정치, 문학사, 한국학, 동아시아론을 거쳐 다각도로 점검하였다.

후꾸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실질적 쟁점을 짚은 대화와 군비경쟁 및 핵전쟁의 위험 속 한반도 평화를 고민하는 논단 역시 급변하는 세계적 흐름 앞에 선 우리에게 유의미한 질문을 던졌으며 역사학자 고 강만길 추모 산문과 동물행동학자 이원영의 ‘내가 사는 곳’ 산문 및 가사노동자 권리 투쟁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현장란도 풍성해 제주와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역작 『제주도우다』의 작가 현기영의 인터뷰도 눈길을  끈다. 

이번호 특집 편에서는 문명 전환 시대 한국에 대한 담론적 진단과 비평을 바탕으로 한국이 가진 서사적 가능성에 대한 창조적인 진로를 모색한다. 그리고 정치학자 이남주는 그동안 한국이 이루어온 발전과 성취가 새로운 문명 전환 시대의 과제와 결부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한국에 대한 담론적 사유의 활로를 찾아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담론과 외교안보정책이 근본적으로는 분단체제 재공고화와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궁극적으로 분단체제의 극복을 통해 한국의 가능성을 새롭게 만들어가기를 제안한다.

문학평론가 강경석은 최근 한국문학 연구와 비평에서 성행하는 문학성에 대한 논의들에 주목하여 탈민족주의와 근대문학 종언론의 시각의 한계와 문제점을 예리하게 분석한다. 특히 문학성 회의론과 연결되는 최근의 주류 문학사 연구들이 “단절론적 청산주의와 자기 시대의 특권화”에 매몰된 부분을 지적하고, 전통과 현재를 창조적으로 연결하며 문명 전환기에 새롭게 써나가야 할 한국문학사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점이 긴요하다.

이어지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정헌목의 글은 한국학에 대한 기존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내포하는 본질주의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세계적인 맥락에서 한국적인 것을 새롭게 이해하기를 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문화적 성취를 넘어 지금의 한국을 만들어낸 과정을 객관적으로 성찰하며, 바깥으로부터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한국학의 새로운 과제를 강조한다.

중문학자 백지운은 급변하는 미중간 패권경쟁체제의 위기 속에 한반도에서 발신할 수 있는 동아시아 담론의 현재성을 살펴본다. 리영희의 극동아시아론에 대한 논의를 경유하여 과거 냉전의 이분법에서 벗어나려 했던 전환시대의 논리를 성찰하고, 현재 동아시아의 문명론적 의제가 현실에 새롭게 개입할 가능성을 타진한다.

대화 편에서는 최근 뜨거운 사회 쟁점이 되고 있는 후꾸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다룬다. 일문학자 남상욱의 사회로 송기호 변호사, 원폭피해 연구자 오은정, 탈핵활동가 이헌석이 참여한 이번 대화에서는 오염수 방류에만 초점이 맞춰진 채 소모적으로 이어지는 논의의 한계를 넘어서 오염수 방류의 기원이 되는 원전사고의 이면과 핵산업의 본질적 성격, 오염수 방류의 실질적 쟁점을 꼼꼼히 논의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망가진 재난 대응 시스템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하며 국제사회 연대를 촉구하는 중요한 토론으로 주목을 요한다.

논단 · 현장 편에서는 국제정치학자 서재정은 논단에서 한반도의 군비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위기상황을 다룬다. ‘선제타격’ 독트린이 득세하며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화가 구축되는 긴급한 현실을 환기하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이 ‘선도적’으로 긴장완화 조치를 취하는 한편 ‘일방적’인 군비동결과 군사훈련동결을 선언하고 실천할 것을 간곡히 요구한다.

현장 편에서는 여성학 연구자 최시현이 가사·돌봄유니온의 최영미 위원장을 만나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1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와 외국인 가사인력 도입에 따른 최근의 논란 및 가사·돌봄노동의 플랫폼화까지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가사·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며 가치로서의 돌봄과 노동으로서의 돌봄을 함께 생각해보는 뜻깊은 글로 일독을 권한다.

시를 싣는 란에서는 김개미, 김석영, 김선우, 민구, 손세실리아, 이동우, 이세기, 이은규, 장이지, 진은영, 최정진, 황유원이 다채로운 시적 개성으로 자리를 빛내주는 가운데, 창비신인시인상 수상자 이하윤의 시와 더불어 특별기고를 통해 동일본대지진 후의 재난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재일시인 김시종의 작품을 소개한다. 신예작가 특집으로 꾸린 소설란에서는 김기태 김지연 전지영 주영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난호 연재를 시작한 김금희 장편이 2회째를 맞아 한층 무르익은 이야기를 펼쳐가면서 창작란의 풍요로움을 더한다.

작가조명 편에서는 제주와 한반도 현대사의 뿌리가 담긴 역작 『제주도우다』를 출간한 현기영 작가를 본지 편집위원인 문화인류학자 백영경이 만났다. 제주의 근현대사를 총체적으로 다룬 작품의 현재적 의미를 실감하는 한편, 사라진 제주 공동체와 애도의 공동체를 딛고 대안적 삶을 만들 수 있는 서사적 상상력에 대해 깊고 진지한 대화가 오간다.

독문학자 임홍배는 문학평론에서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거둔 성취를 자상하게 짚으며 과거사에 대한 새로운 서사적 해석과 지역서사의 현재적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특히 아버지를 통해 그려진 사회주의자의 형상을 섬세히 조명하면서 파괴적인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 인간성 재현에 대한 깊은 감동을 전한다. 창비신인평론상 수상자 권영빈은 최진영의 소설 『구의 증명』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죽음을 둘러싼 지배적 정동을 파악하고, 죽음의 리얼리티가 사라진 현실에 대한 저항으로서 작품이 보여주는 고유한 애도의 방식을 새롭게 읽어낸다.

문학초점 편에서는 비평적 글쓰기의 활로를 모색하며 새로운 리뷰의 형식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문학평론가 김영희 정주아 송종원이 참여하여 이번 계절 시, 소설, 평론에서 의미있는 작품을 선정해 섬세한 읽기와 예리한 분석을 보여준다.

산문 · 촌평 편에서 역사학자 허은의 산문은 분단국가의 민주화와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사학자 고 강만길 선생의 생애를 곡진하게 돌아본다. 고인의 제자이자 같은 사학자로서 반식민 민족주의자,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주의자, 반전 평화주의자의 신념에 기반한 강만길 역사학의 현재성을 통찰하는 글로 마음 깊이 와닿는다. ‘내가 사는 곳’ 이번호 연재는 극지에서 동물을 연구하는 동물행동학자 이원영이 보내온 글로 채웠다. 십년째 남극 과학기지를 오가며 겨울을 보내는 필자의 삶과 남극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생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촌평란도 이 계절에 주목할 만한 양서들을 선정하여 알차고 품격있게 꾸려졌다. 학술서에서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망라하며 AI 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 장애 인권 투쟁, 인간의 마음과 문화를 통해 본 진화론 등에 대한 폭넓은 문제의식을 담았다.

문학상 발표 란에는 제41회 신동엽문학상인 이동우 시집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이주혜 소설집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에 돌아갔다. 2023 창비신인문학상의 심사평과 수상자 이하윤(시), 권영빈(평론)의 수상소감도 실렸다. 아울러 제38회 만해문학상의 최종심 대상작 목록과 심사평도 이어진다. 만해문학상 수상작은 본지 겨울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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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 2021
전광진 엮음 / 속뜻사전교육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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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최초로 대한민국 교육대상을 수상 받은 '속뜻 풀이 초등 국어사전'은 개정 초등 교육과정의 사전학습에 최적화된 사전이며, 유익하고 유용한 부록을 수록하였다. 이 사전의 특징은 국어사전과 한자 자전을 하나로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좋고 편리하다는 것과 단어 공부와 학자 학습을 연계시켜 일거양득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고품격 어휘력 향상으로 논술 대비에 큰 도움이 되며 대학생의 취직 대비와 직장인의 문서 작성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선생님들의 단어 설명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해주며 학부모의 자녀 지도, 특히 영재들의 질문에 유식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한자를 모르는 걱정을 덜어주고 한자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외국인이 보면 고급 어휘 습득을 잘하여 한국어 공부가 원활해지며 법률, 의학 등 전문 용어 풀이가 잘 되어있어 각계각층의 전문가도 좋아하는 품격 있는 말들이 적힌 최고급 사전이다.

저자 전광진은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National Taiwan Normal University에서 문학석사를, National Taiwan University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하였다. 경희대 중어중문학과 조교수 및 부교수를 거쳐, 1997년 이후 현재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문 저술(역서 포함) 15종과 학술 논문 30여 편이 있으며, 특히 중국에서 출판된 전문 저서 2종이 전 세계 유명 대학 도서관에는 모두 다 소장되어 있을 정도로 국제적인 지명도가 있는 저명 언어학자이며, Peking University 대학원초빙교수로 초청되기도 하였다.

C일보의 ‘생활한자’ 칼럼을 12년에 걸쳐 3300회나 연재한 공전절후의 기록을 세웠으며 로바족·어웡키족·부눈족 등 무문민족의 언어에 대한 한글 서사체계를 선구적으로 연구하여 ‘한글 서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하였고,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논문을 쓴 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하여, ‘LBH속뜻학습법’을 창안하였으며 동 학습법 활용을 위한 ‘속뜻사전’(3종)을 편찬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무작정 암기에만 의존하던 반쪽 학습(50%)을 완벽한 이해를 도모하는 완전 학습(100%)이 이루어질 수 있는 터전을 다짐으로써, 우리나라에서도 노벨학술상 수상자가 속출될 수 있는 교육 기반을 조성하고자 일로매진하고 있다.

사전을 위한 사전이 아니라 학생을 위한 사전! 책장에 늘 꽂아두는 사전이 아니라 책상에 늘 펼쳐놓는 학습 도우미가 될 '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은 읽기(50%)만 해 온 학생들에게 숨겨진 50%(이해)를 찾아주는 공부 해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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