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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 - 다 타버린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당신에게
나우주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평점 :
마음속 욕망과 불안으로 만든 ‘변덕죽’을 끓이며 서초동에서 잘나가던 죽 가게 사장 마녀에게 어느 날 번아웃이 찾아온다. 마녀는 변하지 않는 진짜 내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까? 모든 걸 다 놔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마음이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아서 잡지도 놓지도 못하고 괴로워하곤 한다. 몸과 마음이 다 소진되어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이 책은 마음을 데워주는 따뜻한 죽 한 그릇을 가만히 내어줄 것이다.
인정욕구 한 움큼, 욕망 한 뭉텅이, 불안 세 줌… 마녀는 먹기만 하면 원기가 충전되는 ‘변덕죽’을 끓이며 서초동 한복판에서 잘 나가던 죽 가게 사장이었다. 변덕죽을 끓이고 변덕죽의 효과가 더 오래 유지되도록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밤낮 매진해온 마녀는 어느 날 온몸의 힘이 빠져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가게를 접고 집을 나와 이곳저곳을 떠도는 방랑을 시작한다. 이와 같이 《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는 마녀가 오랜 방랑의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농어, 지네, 민들레 등 마녀가 만나는 각양각색의 생물이 저마다 간직한 사연은 결코 녹록지 않다. 자신의 실수로 잡아먹히고, 흉측한 생김새 때문에 배척당하고, 비좁은 공간에서 아등바등 살아간다. 그러나 어떻게든 주어진 현실을 살아낸다.
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이 책은 에세이와 픽션을 결합한 에픽에 속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 칩거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마녀라는 캐릭터에 녹여냈다. 마녀가 신비한 변덕죽을 끓인다는 설정은 판타지적 속성을 지니지만 그가 마주하는 상황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마녀의 죽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살아남겠다고 애쓰다 소진해버리고 마는 평범한 학생과 직장인이다. 마녀 역시 인정욕구에 몸부림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번아웃 소생 에픽’이라는 이 책만의 독특한 이야기는 모두가 소진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마녀의 흥미진진한 여정은 소설 읽는 재미를 선사하고,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문장은 감정을 건드린다. 마녀는 끝내 변하지 않는 마음을 얻을 죽을 끓이지 못한다. 그러나 죽 쑤는 하루를 보내더라도, 내 안을 보듬으며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끓어오르는 마음이 푹 익을 것이라 기대해보기로 한다. 힘내라는 응원보다 묵묵한 공감이 필요할 때, 이 책은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줄 죽 한 그릇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나우주는 단편소설 〈클리타임네스트라〉로 영목문학상, 단편소설 〈안락사회〉로 토지문학상을 수상했다. 《계간문예》, 《한국소설》 등의 문예지에 작품을 기고하고 2022년 첫 소설집 《안락사회》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