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말고 모모
로진느 마이올로 지음, 변유선 옮김 / 사계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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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6월, 저자 로진느는 첫째 딸 쥘리에트를 출산하면서 동성 배우자 나탈리와 비로소 두 명의 엄마가 되었다. 『부모 말고 모모』는 동성부부인 로진느와 나탈리가 부모가 아닌 모모母母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법률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저자는 에세이 또한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동성부부가 임신하기까지’ 프랑스 사회에서 어떤 우여곡절들을 겪으며 국경을 건너야만 하는지, ‘출산 이후’에 임신하지 않은 배우자는 어떻게 자식의 법적인 엄마가 되는지 낱낱이 기록해두었다.

 로진느는 레즈비언 엄마가 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드는 이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아이를 갖는 행복은 정당화를 거쳐야만 하는 일임을 뼈아프게 경험한다. 그래서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말한다. “이 책을 쓰는 이유는 오직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변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저자의 용기 있는 고백 때문이었을까? 『Mamans hors-la-loi』(『부모 말고 모모』 프랑스 원서)의 출간 이후 프랑스에서는 2021년 9월 두 여성으로 이루어진 커플, 비혼 여성을 비롯한 모든 여성에게 보조생식술을 허용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동성부부 당사자로 결혼과 임신, 출산을 겪은 저자의 기록은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동성결혼과 보조생식술 대상 확대에 대한 프랑스 및 유럽의 전반적인 분위기, 법률 개정과 관련된 진행 과정들을 살펴보는 데 중요한 목소리가 된다.

 2023년의 한국은 어떨까? 지난 5월 가족구성권 3법(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국회 발의가 이루어졌으며, 2007년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매 회기마다 논의되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된 적은 없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개인의 인생이 사회와 얼마만큼 밀접하게 연결되어 영향을 받고 있는지, 법률 개정의 지연이 개개인의 삶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젠가 한국 사회에서도 로진느의 진솔하면서도 날카로운 고백이 공공연하고 평범한 한 가족의 이야기로 가닿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 말고 모모』는 앞으로 강산이 두 번 넘게 바뀌어야 한국에 사는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고 믿는다. 빨리빨리의 나라, 흐름을 타면 해내는 나라, 보수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 번 바뀐 일에는 금방 적응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레즈비언 부부의 아이에 대한 미래 역시 다르게 펼쳐질 거라 믿는다. 그 미래가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빠르게 다가올 수 있도록 나는 이 책이 널리, 또 많이 읽히기를 바란다.

저자 로진느 마이올로(Rosine Maiolo)는 프랑스 남부에 살며, 법률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동성 배우자인 나탈리와 스페인에서 보조생식술PMA로 임신한 딸, 쥘리에트의 엄마가 되었다. 로진느는 나탈리와 부모가 아닌 모모로 두 명의 엄마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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