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 2023.여름 - 57호
자음과모음 편집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년 여름에 읽기 좋은 '자음과 모음' 계간지가 출간되었다.  화이트&퍼플톤의 깔끔한 표지를 넘겨보면, 차례가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머리글, 크리티카 : 우리 시대 비평, 한국문학 가이드북, 시, 단편소설, 장편소설, 메타비평, RE : 문학론, #시소, 리뷰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 주제로는 '대중문학평론은 딜레탕티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한국 소설을 읽으시겠다고요? 정말로요?', '소설론은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사랑', '초단편의 시대, 읽기란 무엇인가', '한 사람의 모국어' 등 색다른 언어들로 다양한 문학 세계를 넓히며 희열을 느낄 수 있다.

 2019년 당시 일련의 사태를 지나오며 문학인들에게는 문예지의 관습과 제로에 대한 비판적 성찰, 독자를 비롯한 다양한 문학 주체들의 목소리를 문학의 영역에 등재하는 문학의 정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래서 '자음과 모음' 혁싢에서는 편집위원들이 주도권을 갖지 않고 다양한 주체들에게 발언권을 돌려주는 편집 방식을 채택했다. 그리고 지난 4년간 매 계절 게스트 에디터를 초청해 매번 다른 인적 구성으로 편집회의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만남과 대화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간의 대화는 풍성했지만, 그 반향이 담길 공간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공들여 준비한 특집이 계속해서 후속 대화로 이어지기를 원했지만 그런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대화는 계속할수록 그 논점이 구체화된다. 출발점이 달라도 오랫동안 이야기하다 보면 만나는 지점이 발견되고, 생각이 같더라도 이야기하다 보면 어긋나는 대목이 생긴다. 서로 정반대로 생각이 갈라지는 데까지만, 서로 큰 틀에서 동의할 수 있는 데까지만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거친 대화가 되고 마다. 그런데 상시적인 반향의 공간과 연속되는 논의의 자리가 마련된다면 어떨까? 담론의 생성 자체도 더 활발해질 것이고, 또 그 과정에 참여한다는 실감도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대화라는 목표를 위해 이번 작은 혁신을 하면서 '자음과 모음'에서는 우선 개방과 확장에 중심을 두었던 체제에서 정반대로 방향을 바꾸어 수렴과 집중을 통해 내부의 대화를 이어나가고, 한곳에 그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심화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기로 했다. 문학에 대한 대화와 성찰의 장치로서의 문예지를 설계하기로 한 것이다. 

 편집위원들은 비평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면을 배치하고, 때로는 지면의 규칙을 바꾸어 대화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먼저 대화를 제기하는 것은 담론 비평이다. 다른 인접 분야 비평과 함께 실어 풍성한 대화를 제기했으면 했다. 그래서 크리티카 지면을 잡지의 맨 앞으로 가져왔다. 여러 호에 걸쳐 연재되는 지면을 늘렸다. 연재하되, 내용은 비평이 지금의 시와 소설의 창작을 문학론으로 일반화하는 시도를 하며 기존 문학론에 대해 응답하는 지면을 만들었다. 현재의 창작을 한 지평에 모으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학에 대한 이해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목은 리(RE:) 문학론이다. 문학론을 처음부터 다시 써본다는 뜻보다는 이미 쓰인 문학론에 응답하며 차분히 문학에 대한 논의를 모아본다는 의미를 담았다. 비평적 대화를 향한 진심이 집약된 메타비평을 고정 지면으로 만들었다. 

 메타비평은 이제 비평의 역할에 관한 특집을 할 때만 소환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가능하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비평의 존재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또 항상 서로의 글을 읽고 그에 응답하며 원하는 주제에 대해 비평적 대화를 이어가면서 비평적 현안과 논점을 다룰 수 있다. 우리가 원했던 서로에 대한 반향이 가능한 곳, 그곳이 바로 여기에 적극적으로 자리를 펴두었다. 문학을 매개로 한 비평가들의 대화 그 자체를 생상하게 보여주는 지면도 만들었다. 집지에 실린 그 계절의 작품을 읽는 계간평 지면에서 '매일메일'의 형식을 빌려왔다.

 또한 언급된 작품 목록과 함께 대화 주제를 압축한 해시태그를 함께 붙여 대화의 키워드를 미리 볼 수 있도록 했다. 단행본 비류는 기존 방식으로 운영하며 미학적 주관으로서의 비평가가 자신의 자의식과 언어로 작품에 말을 거는 대화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가장 대화적인 방식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비평가가 자신의 생각을 이어가는 릴레이 비평 지면도 만들고자 하는데 곧 선보이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