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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작가를 꼽으라면 물론 요시모토 바나나이다. 그녀의 작품은 내 마음 속에 한편 한편이 사진 액자처럼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걸려 있다. '그녀에 대하여'도 다른 거 하나도 안 보고 작가 이름만 보고 산 책인데, 길이가 짧기는 했지만 내용이 흡입력이 강해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읽어버렸다.
읽는 동안은 작품의 분위기가 좀 바뀌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 읽고 일주일 정도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역시 바나나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슬픈 예감'을 읽을 때도 왠지 슬프고 기운이 없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의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내용은 예전의 작품보다 확실히 좀 무거워진것 같긴 하다. 죽음을 다루어서일까. 그전 작품에서도 죽음이 안 나온건 아니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죽음을 다루지는 않았었던 거 같은데, 유미코를 따라서 꿈을 여행하고 나오니 죽음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렇게 슬픔만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에게 죽음은 슬프고 두렵고 힘든 그런 것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죽음은 통과의례적인 자연스러운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오히려 어떤 죽음이든지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일까. 너무나도 준비 없이 죽음 앞에 대면한 유미코를 위해 이모가 준비해준 여행! 영원한 나락 속에 끝없이 떨어지는 두려움이 아닌, 사랑을 담아 누군가를 포근히 안아주고 또 안길 수 있는 것이 죽음이라면 그래서 맨 마지막에 햇살 가득한 환한 빛 속에서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 때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생을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느꼈다.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