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가 끌리는 우리 역사동화

초정리 편지 ㅣ 창비아동문고 229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몇 년전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빠지면서 한글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물론 공휴일이 아니라도 그날은 분명 기념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달력에서 빨간날로 표시되어 있으면 더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데 우리는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열받아있으면서도 정작 무엇을 해야하냐고 물으면 꿀먹은 벙어리들 뿐이다. 그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 요즘 우리 아이들은 무엇에 관심이 많은가 생각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아이들이 적다는 것이다. 이럴 때 이런 책이 나오면 참 반갑다. 처음 이 책을 대했을 때는 항상 이런 책들이 갖는 너무나도 교훈적인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그래도 안 나오는 것보다는 자꾸 나와줘야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다르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넘쳤다. 특별하게 별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닌데 기본기에 충실한 글과 대화위주의 내용전개가 지루하지 않아 단숨에 책을 읽게 했다.

특히 이 책의 가장 명장면은 장운이가 한 명 두 명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다가 나중에는 석수장이들이 모두 모여있는 곳에서 흙바닥에 장운이가 공부를 가르치는 장면은 보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위에서의 개혁이 아닌 진정한 아래에서 위로의 개혁을 대하는 내마음 속에서는 장운이 펴낸 연꽃 한 송이가 벌어져 은은한 향기를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