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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의 나라
유홍종 지음 / 문예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유홍종님의 소설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고등학교 때 <내가 사랑했다>라는 책을 읽고 좋아했었는데, 아직도 글을 쓰신다니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책을 구입했다. 가야의 마지막 왕녀라는 낯선 이야기.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불기 시작한 신라 열풍에 가야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 건 아닐까. 아사와 설오유 장군의 너무나도 짧은 사랑. 하지만 그 사랑은 참 깊고 대단한 거 같다.
백제로 끌려간 아사는 뱃속에 설오유 장군과의 사랑의 씨앗이 생겼음을 알고는 어떻게든 아버지에게 자식을 안겨드리려는 마음에 탈출을 시도하다 죽게 된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이런 말이 아닐까... 설장군도 평생 아사만을 사랑하고 끝까지 결혼도 하지 않았다. 둘의 대단한 사랑의 결실인 사비. 비록 눈이 멀지만 그녀는 우리 눈이 보는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들을 다 볼 수 있었다.
서양 명작중 <에반젤린>이나 <이녹아든>의 한국판 이야기 같은 '아사의 나라' 앞의 두 작품을 읽으면서도 행복한 기간이 너무 짧은데도 사랑의 힘으로 그 길고 긴 힘든 세월을 견뎌낸 주인공들이 마음 아팠고, 주인공들을 괴롭힌 작가가 너무 미웠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실존했던 인물이라 그런지 아사의 사랑이 더 마음 아프게 느껴졌다. 사랑은 왜 이렇게도 아파야만 하는 걸까. 그럼에도 나는 비극적으로 끝난 사랑 때문에 일주일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