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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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백수광부의 아내가 그토록 간절히 가지말라고 빌었음에도 백수광부는 물을 건너고 말았다는 고대가요의 노래가 이야기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스며들어 있다.  

물론 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도 공무도하의 내용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새벽 야근을 마친 문정수의 몸에서, 노목희의 목소리에서 장철수의 온몸에서 느껴지는 피로에서 후에의 또, 또 하는 말투에서 '공무도하'라고 외치는 백수광부 아내의 절규는 들리는 듯 했다. 

이것이 칼의 노래에서부터 현의 노래를 거쳐 남한산성에서 겨우 빠져나온 우리들을 다시 물속 깊은 곳에 있는 '공무도하'로 끌어들이는 힘인 것 같다. 김훈의 말투는 너무 일상적이다. 그러나 나는 항상 그의 문체에서 너무나도 문학적인 그래서 버거움을 느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웅크리고 있던 나는 공무도하를 읽으며 한여름 지리한 장마 속에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축축하고 추운. 몸이 웅크려져드는 그런 힘듦.  

김훈의 소설은 다 읽고난 후 이상하게 허탈감과 상실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이번엔 읽지 말아야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또 그의 소설을 읽고 있다. 이 이상한 중독감. 이번 작품에서도 또 허전함을 느꼈다. 하지만 난 그러면서도 또 다시 그의 다음작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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