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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는 마음 - 고요 속에서 온전한 나로 빛나는 시간
이치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평점 :
혹시 지금, 겨울을 지나고 있나요?
저자는 자신이 다시 만난 봄날을, 아직 겨울을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자신의 겨울이 길고 추웠기에, 당신의 겨울만큼은 너무 길고 춥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책에 스며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명상은 어떤 특별한 기술이나 수행이 아니라 다정한 회복의 언어로 다가온다.
명상을 지도하는 일을 “고장 난 누군가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본래 온전함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에서 명상이 코칭의 철학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칭 역시 눈앞의 사람을 결핍이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기 안에 답과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믿는 일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주인공이라는 말은 멋있고 빛나는 순간만 뜻하지 않는다. 주인공이기에 겪어야 할 고통도 있고, 그만큼 삶의 기쁨도 함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산다는 것은 삶의 고통과 기쁨을 또렷이 느끼는 일이고, 그 감각을 피하지 않고 살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혹시 지금 두려움과 큰 슬픔 속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지금 여기에 살아 있음을 만끽하는 태도부터 다시 권한다. 그림자를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그 그림자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결국 오롯이 나를 사랑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명상은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것, 지금 여기의 나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저자가 말하듯 명상의 출발점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여기, 이곳이다.
그 명상을 아주 구체적인 감각으로 안내한다. 자세, 호흡, 미소.
자세는 몸이 본래의 균형 상태로 돌아가도록 조율하는 것이고, 호흡은 그저 관찰하는 것이며, 미소는 나 자신에게 보내는 친절과 사랑이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내 안의 풍경에 이름을 붙여보라고 말한다. 감정에 이름을 붙일 때 비로소 막연한 마음이 이해 가능한 마음이 된다는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결국 명상이란 외면하던 것을 알아차리고,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필라테스가 떠오른다. 선생님의 말에 귀 기울이며 팔, 다리, 머리, 척추, 코어를 하나씩 인지하고 움직이다 보면, 하루 24시간 중 그 50분이 어쩌면 유일하게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내 몸을 스스로 조율하는 시간. 그렇게 생각해보니 그것 또한 내게는 명상을 위한 자세와 호흡의 연습이었구나 싶었다. 다만 기구 필라테스의 동작들은 생각보다 꽤 힘들어서, 미소까지 짓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오늘 저녁에는 자세와 호흡뿐 아니라 미소까지 한번 같이 데려가 보고 싶어졌다.
나는 원치 않는 일이 생겼을 때 비교적 자주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곧바로 그러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까 쪽으로 마음을 돌린다.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태도 역시 저자가 말한 것과 닿아 있는 게 아닐까.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나의 고통을 환대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오히려 고통을 지나가는 유일한 길일 수 있다는 말 말이다. 무조건 긍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안에 일어난 고통을 밀어내지 않고 먼저 인정하는 태도. 어쩌면 내가 자주 하던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은 체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작은 입구였는지도 모르겠다.
감정에 친절해지라는 말이 나에겐 용기가 된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빨리 정리하고, 빨리 회복하고,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먼저 내 마음을 다그치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 감정의 결을 천천히 보고, 나를 위한 케렌시아를 찾고, 삶 전체를 거대한 명상 센터라고 여겨보라고. 그 안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숨을 고르고, 자기 자신을 다시 기억해가는 명상가라 말하며 마무리 짓는 이 책은 마음이 복잡한 사람, 혹은 자기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사람, 그리고 조용히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꽤 다정한 도움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