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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 책사랑과 삶사랑을 기록한 열두 해 도서관 일기
최종규 글.사진, 사름벼리 그림 / 스토리닷 / 2018년 7월
평점 :
1. 제목 : 시골에서 도서관하는 즐거움

책사랑과 삶사랑을 기록한 열 두해 도서관 일기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고 가득한 문구다. 책사랑, 삶사랑, 기록, 열두 해, 도서관, 일기
2. 지은이 : 최종규

3. 내용
2018년 5월 15일을 시작으로 2007년 6월 29일까지 열두 해 동안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2013.1.4 이야기를 싣는 책 중에서
이야기는 삶에서 비롯한다. 스스로 살아가는 모습이 스스로 사진으로 담는 이야기가 된다. 스스로 살아가는 하루가 스스로 글로 적는 이야기가 되고, 스스로 빚으며 나누는 삶이 스스로 그리는 그림이나 부르는 노래가 된다. 그러니까,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먼저 '내 삶에서 나 스스로 즐길 이야기란 무엇인가' 하고 생각 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이야기를 내 삶에서 찾으면 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은 '남이 안 찍는 모습'을 찍는 사진이 아니다. 사진은 '내가 찍고 싶은 모습'을 찍는 사진이다.

2012.11.21 도서관 꾸리는 마음
사람들은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간다고 말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으며 '스스로 삶을 북돋울' 뜻으로 '도서관에 간다'고 할 수 있을까. 줄거리를 훑는대서 책읽기가 될 수 없다. 줄거리를 훑을 적에는 '줄거리 훑기'이다. 독후감을 쓰려고 책을 살핀다면 '독후감쓰기' 일 뿐 책읽기라 할 수 없다. 널리 이름나거나 알려진 책을 들춘다 할 적에도 '이름난 책 들추기'일 뿐 책읽기라는 이름은 붙일 수 없다. 신문을 읽을 때에 모두 신문읽기가 되지 않는다. 신문에 어떤 이야기가 실리는가를 '읽고'서, 신문에 어떤 이야기가 왜 실리는가를 다시 '읽고'서,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을 새삼스레 '읽고'서, 내 삶을 가만히 돌아보며 하루를 되새길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신문읽기라 할 수 있다. 도서관이란 백만 천만 억만 사람 누구한테나 열린 곳이기는 하지만, 도서관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 가슴속 깊이 꿈을 사랑스레 품는 사람뿐이라고 느낀다.

2012.1.14 바닥에 뚜꺼운종이 깔고 앉기 중에서
나는 늘 꿈을 꾼다. 이꿈 저꿈 신나게 꾼다. 생각해 보라. 꿈을 꾸었기에 사진책도서관을 열었고, 좋은 곁님을 만났으며, 아이를 둘 낳고, 시골에서 살아갈 수 있잖은가.
2008.8.23 아이 키우는 아저씨 작가 중에서
그리고,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적어 볼 마음을 품어 본 적이 있으셨을까요, 없으셨을까요. 있으셨어도 하루하루 바쁘고 고단해서 연필 들어 일기장 적을 힘이 없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연필을 들 힘이 있으면 빨래 한 점을 더 하거나 걸레질 한 번을 더 한다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싶고, 몸져 누운 할아버지를 여러 해 수발해야 했기에, 어머니 당신한테 작가가 되는 꿈이 있었다고 해도, 좀처럼 뜻을 이루지 못했으리라 봅니다. 이웃 동네에 사시는 할머니 시인 정송희 님 말을 들으면, 시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막내 아이가 혼인하기까지 '시인이라는 이름은 젊은 날에만 걸친 이름일 뿐, 정작 당신은 시를 쓸 틈과 힘이 없었다'고 합니다. '시인이라는 이름을 서른 해 남짓 접어놓은' 채 사셨더군요

나도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머리속으로 생각만 하다 흩어져버린 내 삶의 이야기. 나는 그렇게 열 두해가 지났다. 2018년 1월. 드디어 나는 내 삶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8개월째 쓰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이 더욱 내게 와 닿았는지 모른다.
내가 느끼는 최종규님의 글은 아름다운 풍경같다. 글을 읽다보면 때로는 팍팍한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한편의 그림이 되어 내게 전해진다. 잠시 내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어떤 날, 이 책 한 권을 들고 기차에 몸을 싣어 전라남도 고흥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