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혁명 - 인간적인 기술을 위하여
에리히 프롬 지음, 김성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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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1968년, 산업혁명을 지나온 인류는 완벽한 기계화 시대로 갈지, 인간적인 기계화를 이룩할지 갈림길에 있다. 후자로 가기 위한 인본주의적 방법을 제시한다. 다만 놀라운 게 있다면 반세기의 시대 격차에도 불구하고 소련 같은 구시대 표현 몇몇을 제외하면 지금 막 출간됐다고 독자들을 속일 수 있을 정도로 시의성이 적절하다. '기계화'를 '인공지능' 정도로 치환하면 현시대를 정확히 예견하고 있다. 적중률에서 그는 미래학자 같은 면모를 보인다.


목차를 중심으로 요약하자면


①교차로

서문은 작가의 말에 해당하고 1장은 실질적인 서문에 해당한다. 집필 당시 시대 상황을 진단한다. 


∣하나의 길은 인간이 핵전쟁으로 파괴되지 않더라도 기계 속 힘없는 톱니바퀴에 불과한 존재가 되는 완전 기계화 사회로 이어지고, 또 다른 길은 인본주의와 희망의 르네상스, 인간의 행복에 복무하기 위해 기술이 존재하는 사회로 이어진다.(p.5)


②희망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희망이 있는가? 그렇다면 희망이란 무엇인가? '희망, 신념, 불굴의 용기'를 정의한다.


∣희망은 역설적이다. 희망은 수동적인 기다림도 아니지만,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비현실적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다.(p.35)


희망은 부서졌다. 다만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절망을 직시하고 사회, 경제, 문화적 삶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고찰해야 한다. 가능성이 있다면 새로운 대안에 대해 조사하고 실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희망은 점점 커질 것이다.


③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하고 있나?

기술사회가 인간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였나.


∣2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생명 에너지가 기계 에너지로 대체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각 또한 기계의 생각이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p.66)


④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기술사회를 인간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화 즉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실존, 연대, 본성에 대해 논한다.


∣인간이 지겨워지면 그는 수동적으로 변하거나 삶에 무관심해진다. 만약 인간이 IBM 컴퓨터 입력 카드와 동등한 존재로 격하되면 그는 독창성, 창의력, 관심을 잃게 된다. 내가 어떤 요소를 극대화하면 그에 따라 다른 요소들은 최소화된다.(p.168)


⑤기술사회의 인간화를 위한 단계

기술사회를 인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사회시스템을 제시한다.


-인본주의적 관료주의에 의한 개인 역량 확대

-수동적 소비의 변화

-종교를 대체할 새로운 형태의 심리 정신적 지향 


⑥우리가 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와 사회집단을 관통하는 급진적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문화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기술사회를 인간화하는 데 필요한 혁명적 변화, 즉 기술사회를 물리적 파괴, 비인간화, 광기로부터 구원하는 데 필요한 변화는 반드시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야 한다.(p.257)


전반적으로 저자의 주장은 십분 이해되지만 인간 본성, 사회구조를 탐구하는 과정에선 철학자는 철학자구나 싶었다. 이 집단은 유구하게 보편적인 단어를 보편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통찰력만큼은 탁월해서 그들의 표현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싶게 만들고 비로소 이해했을 땐 쾌감을 동반한다.


프롬은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이다. 두 전공의 장점이 책에서 시너지를 낸다. 인본주의를 강조하기 위해 인간성에 대해 먼저 탐구하는데 이 부분에선 내가 모르던 내 본성까지 파악하게 됐다.


저자도 밝혔다시피 모든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둥둥 떠다녔다.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 하더라도 옳은 방향을 제시하는 게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출간 시점이 적절했다는 것에 시대를 향한 끝나지 않은 고민도 있지만 최근 영화 <오펜하이머>로 대두된 '매카시즘'도 있다. 개정판 서문에서 프롬은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매카시 지명을 위한 선거운동 기간에 썼다고 밝힌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68혁명, 반전운동이 일어난 해 1968년도에 나왔다. 시대가 어지러울 땐 늘 신세계를 꿈꾸는 책이 등장한다. 플라톤의 『국가』가 그랬고 모어의 『유토피아』가 그랬으며 허균의 『홍길동전』이 그랬다. 프롬은 매카시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정책 방향이 바뀔 거라는 희망을 품고 이 책을 쓴 것 같다. 이 책은 프롬의 『군주론』이자 『유토피아』였다.

우리 한가운데서 망령이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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