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는가 ㅣ 스켑틱 SKEPTIC 22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음모론은 더 쉬워졌다. 나름의 증거를 찾아 제시하던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했기 때문이다. 이제 증거는 필요 없다. 하나의 의견을 제시하고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이면 된다. 글이 SNS를 타고 ‘좋아요’와 ‘RT’로 퍼지면 어느새 사실로 자리매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분야의 선구자다.
⠀
2015년 네덜란드에서 수행된 연구에서 지배력과 통제력이 없다고 느끼는 집단이 음모론에 더 혹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지진 같은 자연재해 직후나 실직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때 사람들은 음모론적 추정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마이클 셔머) 한국에서 특히 음모론이 횡행하는 이유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저신뢰 사회이며 특히 공공 영역의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김준일)
⠀
음모론이 아니라 음모론 이면을 봐야 한다. 전상진 교수는 음모론을 ‘고통을 설명하는 방식’이라 말한다.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을 종교나 과학, 정치가 미처 설명하지 못해서 생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음모론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통을 설명하는 것은 한 사회에 꼭 필요한 문화적 자원이다. 즉, 음모론은 ‘고통을 객관적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문화 자원’이라는 것이다. 음모론은 주범이 아니라 증상일 뿐이라는 말이 흥미롭다. 이상한 얘기하면 흰 눈으로 바라봤는데, 앞으로는 힘든가 보다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