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나를 사로 잡았다. 신은 남자의 얼굴을 하고 내려왔다, 는 그 상황 설정이 독자를 유혹하게 만든다. 작가는 솔직하고 발칙한 문장으로 페미니즘적 시각을 과감없이 드러낸다. 누군가의 밥을 하며 살아야 할 영희와, 절대로 밥을 할 생각 없는 그녀의 아빠와의 대치. 그러나 이러한 서사들은 이전 페미니즘 서사에서도 흔히 보이는 것이며, 진부라고 일컬을 수 있다. 항상 서사는 진부함에서 더 깊이를 지니거나, 새로움을 찾아야만 한다.그리고 작가는 새로움을 찾는 데에 성공했다.신이 남녀분란을 일조한다는 해석은 재미있었으면서도 납득이 갔다.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들은 평등을 외치면서도 이상하게 동성애를 배척하거나, 여자를 배척하는 등의 성불평등주의자다. 몇몇 교회에서 가르치는 교리가 그렇다. 만약 절대신이 성차별을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상당히 어려운 고민을 신앙적으로 잘 풀어나갔다. 우리는 모두 신의 일부분이며, 우리가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해석과 철학을 작품에 새겨넣었다. 알파, 델타, 오메가 등 인물의 등장은 좋았으나 이후 ˝이름을 지운다˝던가의 이야기가 잘 이해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것만 빼면 꽤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발칙한 상상력에 페미니즘을 더한 이러한 소설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