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신다 안전가옥 쇼-트 16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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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의 쇼-트 시리즈 16번째 작품, 김혜영 작가의 그분이 오신다.

표지만 봐도 뭔가 장난아닐거같은 느낌이 뽝 온다.

어떤분이시길래 건물을 저래 해놓나 싶기도하고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칵테일,러브,좀비>를 읽으면서 쇼트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는데, 열여섯번째 작품을 읽어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이다.

쇼트 시리즈는 생각보다 얇은 책이지만 흡입력이 굉장해서 손에 잡는 순간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정말 눈을 뗄 수가 없다.


김혜영 작가님은 괴물을 사랑한다고 하셨다.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이름모를 정체불명 대상과 눈을 뜨고 마주하면서도 믿기 힘든 무언가를 발견하면 정말 신기하고 놀라울것같다는 생각이다.

현실에서도 괴물을 발견하게 된다면 나는 어떨까,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면 정말 믿어줄까?

야생동물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하라는 방법은 있으나, 괴물을 마주하게 된다면 어찌하라는 방법은 없으니

'골목길에서 괴물을 마주하게 된다면?'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는 한다.

이 작품집의 마지막 수록작 〈그분이 오신다〉는 쇼-트 시리즈의 열다섯 번째 책 《푸르게 빛나는》의 첫 번째 수록작 〈열린 문〉과 연결된다.

두 작품집의 전체 작품이 원형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모든 수록작은 배경과 세계관을 공유하며, 각각의 이야기는 그중 일부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개별 수록작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추었으되 긴 이야기의 한 부분이라는 또 다른 정체성을 지닌다. 이른바 ‘픽스업(Fix-up)’ 방식의 구성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세계관이 연결되는 구성이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다. 작가님께서 일명 떡밥을 던져주고 나중에 독자들이 회수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런> 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우가 사람같지 않은 무언가를 보고 굉장히 놀란 내용의 단편소설이다.

다들 한번쯤은 낮이든 밤이든 사람 혹은, 사람이 아닌것을 보고 놀란 경험이 있을것이다.

나는 차라리 사람을 보고 놀라는것이 낫다는 편이라.. 사람이 아닌것을 보면 솔직히 무서울것같다.

"막상 그런 상황이 오니까 몸이 안 움직이더라고. 그 왜 사람마다 공포 반응이 다르다잖아.

몸이 굳는 사람, 행동이 더 빨라지는 사람, 놀랄 만한 힘이 발휘되는 사람.

난 죽기 딱 좋은 타입이었어."

지우의 말을 정말 공감하는게, 나는 놀라면 소리도 나오지 않아 그대로 굳어버리는 사람이라 공포적인 상황이 닥친다면

머리로는 도망가 하면서도 몸은 그대로 굳어서 괴물이든 뭐든간에 덮쳐서 끝나지 않을까 싶다. 하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야하는데 왜 저렇게 굳어져 있을까 답답하다 싶지만,

막상 나에게 그런 상황이 닥치면 이건 말로 형용할 수가 없을 것이다. 공포라는것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존재다.

다행히 지우가 마주친 사람같지않은 무언가는 좀비 분장을 한 엑스트라였고, 친구 민아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가다가 문득 아이팟을 잃어버린것을 알게되어 다시 길을 되돌아가면서 무언가를 듣게 된다. 눈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것을 이 책을 보면서 알게되었다.

활자 그대로 눈으로 다가오는 소리, 귀로 들리는 소리 두가지를 동시에 경험했다. 작가님의 센스가 돋보인달까.

밤길이라 위험하다는 민아의 말을 뒤로한채, 한쪽만 잃어버린것을 알게되어 다시 돌아가는 지우를 보면서

나였으면 그대로 집에 갔을지 아니면 이상한 무언가를 듣게 되어도 다시 아이팟을 찾으러 갈지 엄청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조심을 한다 해도 괴한을 만난다면 나는 그대로 뒤져야 한다.

되도록 그런 일이 내 인생에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지만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내가 조심한다 한들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낯선곳보다 익숙한 곳이 선사하는 공포감은 어마어마하다. 표지에 나와 있듯이 지우가 걷는 이곳도 아파트단지이고

<그분이 오신다>에서 나오는 배경도 아파트이다. 우리가 사는 이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공포감이 주는 두려움은 실로 어마어마할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내가 물리적으로 이겨낼수도, 도망갈수도 없으니 그저 무력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그래서 지우는 아이팟을 찾았을지, 이상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무엇일지 궁금하다면 그분이 오신다 <런> 편을 읽어보시길.



<그분이 오신다> 는 어린시절 따돌림을 당하고 유투버로 활동을 하다 어떤 사건에 휘말린 한 남자, 박종찬의 이야기이다.

읽는 내내 어디선가 있을법한 이야기라 참 진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자꾸 들었다. 찝찝함+무서움+기이함

종찬이 인생 참 불쌍하다 싶다가도 스스로 자꾸 팔자를 꼬는 것 같은 주인공이 이해가 안되기도했다.

또 유투브의 큰 문제점인 가짜뉴스에 대한 내용과 익명이라는 이름 뒤에서 남을 헐뜯고

평가하고 조롱하는 현실을 그대로 다뤄서 정말 공감이 많이 갔다.



그렇지. 인간은 얼마나 겉모습에 집착하는 빈곤한 짐승인가.

종찬도 겉으로 꽤나 힘들었던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겉보다는 나의 내면을 봐주는 사람을 만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가 하고 다니는 행동들은 추잡함 그 자체...!

자기 연민이 얼마나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지 종찬이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거울효과 그 자체였음.

그분이 오신다는 읽는 내내 뭔가 어?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았다. 읽으면서도 이게 뭐야! 와 이게 말이되냐? 완전 대박이다 싶었음.

저걸 겪은 종찬이는 도대체... 그리고 읽는 내내 변호사와의 대화 내용은 종찬이 머리를 한대만 치고 싶었다.

종찬이가 어떤 행동을 하고 다니는 유투버인지 그가 겪은 이상한 일들은 도대체 어떤 일인지 궁금하다면 <그분이 오신다>를 읽어보시길.

<그분이 오신다> 작품은 괴물 혹은 일상속에서 일어날법한 이야기를 다룬 단편집이므로,

인간의 무력함과 나약함 추함, 인간 밑바닥을 구경하고 싶다면 아주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막상 그런 상황이 오니까 몸이 안 움직이더라고. 그 왜 사람마다 공포 반응이 다르다잖아.

몸이 굳는 사람, 행동이 더 빨라지는 사람, 놀랄 만한 힘이 발휘되는 사람.

난 죽기 딱 좋은 타입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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