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드 SF 슾 어린이 1
최영희 지음, 도화 그림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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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들을 내쫓고 도시를 차지하게 된 미래 세상. 숲에서 마을의 주민이 둔기에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되고 로봇들은 조사관을 보낸다. 로봇조사관과 함께 숲으로 들어간 돼지치기 소녀 요릿은 거대한 괴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인간이 인공지능을 발명했듯, 언젠가는 인공지능도 다른 지성체를 창조해내지 않을까 라는 물음에서 이야기는 시작 됐다. 그런 지성체가 나타난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떤 자리에 서게 될 것인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제인오스틴의 노생거수도원, 알퐁스도테의 별같은 소설도 등장한다. 아이들이 이 책을 시작으로 다른 책에도 흥미를 느끼고 독서를 시작하게 될 듯하다. 성인인 나 역시 노생거사원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글자가 크고 그림이 너무 예쁜 어린이 도서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세계관도 좋았지만 당차고 똑똑한 요릿도 매력있다. (주인공이 여자아이라는 점도 좋았다.)


단순히 로봇이나 괴물과 친구가 될 수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다음 지성체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이런 SF소설을 읽고 자랄 아이들이 너무 부럽다.

"후훗, 비록 이름은 리처드지만 알고 보면 너도 괜찮은 로봇일지도 모르지."
"비록 이름은 리처드지만?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이름이 이상하단 거야?"
리처드가 엄지 끝으로 식탁을 딱딱거리며 되물었다.
"성내지 마. 제인 오스틴이 쓴 <노생거수도원>첫 장에 나오는 문장을 따라 한 것뿐이니까." - P24

사람은 말이야, 무서운 것에도 재미를 느껴.
- P37

오늘 리처드와 헤어지고 자작나무 숲에 혼자 남아 있었다.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을 만지작거렸는데도 머릿속에서 벌이 날아다니지 않았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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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 SF 슾 어린이 1
최영희 지음, 도화 그림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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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친구가 될수있을까 에서 시작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로봇 이후의 지성체까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자꾸 등장하는 책의 이름에서 독서 습관을 들이기도 좋을듯 하다. 조카에게 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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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옆집 -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조윤민.김경민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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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스타트업 회사원 둘이 뭉쳤다. 세탁소옆집에 맥주가게를 차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들의 맥주사랑은 정말 어마어마했고 추진력과 아이디어 역시 끝내줬다.

사이드 허슬. 처음 듣는 단어다.
사이드 잡이 아니라 본인의 가치 추구나 성장을 위해서 본업 이외에 하는 활동을 일컫는다고 했다. 나는 뭘로 사이드허슬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본업 이외에 하는 활동은 많지만 슬프게도 이것이 돈을 가져다 줄 것 같지는 않다.

세탁소 옆집의 두 주인장은 맥주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한 단계 나아가서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 가게를 오픈했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퇴근 후에 영업을 했다.
저녁6시 퇴근을 하고 가게로 간다. 내가 마셔보고 선택한 맥주들로 가득한 공간에 동네주민들이 들어온다. 지인들을 불러 디제잉 파티를 열기도 하고 단체티셔츠를 맞추며 즐거워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다니. 이것이 덕업일치인가.

여러 맥주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맥주가 있다는 것도, 브루어리 투어가 있다는 것도, 맥주 페스티벌의 분위기까지도 너무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맥주 한 캔이면 뻗는 알콜 쓰레기지만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그리워지는 글이다. 이 책 덕분에 순천에 있는 어느 브루어리를 가기로 했다.

아무튼, 술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열정이, 추진력이, 무언가를 깊이 사랑할 수 있어서, 마음에 맞는 단짝을 찾게 되어서 모든 것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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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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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 최초로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심은경. 그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인 모치즈키 이소코의 에세이다.

책은 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는지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머니께서 우연히 건네준 책 한권이 시작이었다. 어느 저널리스트가 쓴 남아공의 이야기로 흑인과 백인의 분리가 당연시되고, 사람이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이국땅의 현실을 일본에 알리는 책이었다. 그 후 충격을 받았고 그 저널리스트처럼 세계를 누비며 사회의 모순을 전하며 살고 싶어서 저널리스트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고 했다.
단독기사를 쓰겠다는 욕심 때문에 실패를 했던 경험과 정보를 주지 않았던 취재원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던 미숙한 과거를 고백하기도 하고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보수적인 아베정권과 남성권력과 싸우는 모치즈키의 좌충우돌 기자 성장기.

2004년 자민당과 일본치과의사연맹의 부정헌금 스캔들을 보도하였고 2007년엔 구니이 검사 ‘사건조작’특종을 보도했다. 그 후 아베정권의 무기 수출 문제를 집중 취재하였다.
한국에서 모치즈키기자가 제일 많이 알려지게 된 건 일본 미투운동에서의 활약상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일본의 미투운동이 시작되었다. 모치즈키 기자는 주류미디어기자 최초로 31시간에 걸쳐 피해자를 인터뷰를 하였고 미투 가해자의 체포중단을 명령한 사람이 내각부장관의 전 비서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 후 내각부 장관의 기자회견에서 40분간 23개의 질문을 쏟아냈고 그 영상을 통해 여론을 이끌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의 자유의 상징, 아베정권의 골칫덩어리라는 별명도 생겼다.

요미우리, 아사히, 산케이신문 같은 일본 대형 신문사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로웠으며, 다른 언론의 기자들과 공조해 의혹을 제기한다는 방법도 신기했다. 한 언론사만 집요하게 취재 하는 것보다는 정보를 나눠주더라도 여론을 이끌어 나가는 방법이 더 괜찮을 때가 있었다. 무관심한 국민과 편파적인 언론 때문에 일본의 정치는 고여 있고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기자의 취재기를 들으며 내가 편견이 심했구나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일본을 업신여기지만 한국의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질문을 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며, 여론을 분산시키고, 논지를 흐리며 소신을 잃고, 기득권의 대변인이 되어버린 언론. 그렇지만 모치즈키같은 스타급 기자도 몇 명 떠오른다. 그들의 활약상을 비교해보기도 했다. 직업의식을 가진 멋진 언론인 모치즈키와 더불어 우리나라 언론인들도 함께 응원해 본다.

일본의 정치를 좀 더 파악하고 있었더라면 훨씬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 영화 <신문기자>를 찾아 봐야겠다. 진로를 정하는 어린 학생들이나 신문기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책.
좋은 롤모델이 생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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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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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모과 #밤의얼굴들

 

한국과학문학상 제2회 수상자 김초엽을 거치고 4회 수상자로 황모과작가가 선정되었다.

15년 전 일본으로 이주해 만화 제작일을 하고 만화번역일을 하던 작가이기에 일본이 배경인 작품이 다수다. 그러나 올곧은 역사관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 한국 사회도 놓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와 민주화운동을 관통하며 외면 받아온 이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sf는 작가의 가치관을 어디로 튈지 모르게 온 상상력을 동원해 펼친다는 점에서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정세랑이 친환경 sf, 김초엽은 우주 속에서 꽃피는 인류애 sf 라면 황모과는 소외된 이들을 찾아 과거 속으로 들어가는 sf. 잊혀진 이름들을 부르며 살뜰히 그들을 챙긴다. 다정한 그의 문체에 몸에 소름이 돋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수많은 분들이 인생을 바쳐 쟁취한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한다는 부끄러움을 안고, 깨어있는 시민들 앞에 생애 첫 단편집을 바칩니다. (...) 여러분이 싸우셨기에 어떤 책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치관이 담긴 작가의 말이 인상 깊다. 다음 책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연고늦게라도만납시다

일본의 공동묘지에서 몰래 살고 있는 남자. 어떤 여자가 한밤중에 무덤가를 헤매는 것을 발견하는데...

 

#당신의기억은유령

치매를 극복하고자 뇌에 메모리 칩을 넣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하고...

 

#탱크맨

기억상실에 걸린 남자가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갇혀있다. 그는 기억나지 않는 죄를 뉘우치라고 강요받는데...

내가 제일 좋았던 작품이다. 마지막에 글을 이해하고 전율이 돋았고 다 읽자마자 다시 새로 읽어보았다.

 

#니시와세다역B

괴담마니아 괴짜 일본친구와 기묘한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지하철역을 찾는다. b11층사이 b층에 정말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만다.

 

#투명러너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나는 같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니상과 친해진다. 그와 같은 애니매이션을 보고 자랐기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는데...

 

#모멘트아케이드

누군가가 체험한 기억 데이터를 파고 사는 거래소가 생겼다. 무기력하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던 중증 우울증이였던 나는 연인과의 소소한 산책을 하는 아름다운 기억을 찾게 되고 이 기억의 주인공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무덤은 내 삶의 터전이다. 오늘 밤도 앞마당을 거닐듯 천천히 무덤가를 산책한다. 비석에 적힌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는 것이 유일한 일과로, 망자를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남기고 간 흔적들이 천천히 풍화되는 것을 들여다본다. - P9

구차한 삶을 저주하듯 매일매일 개를 발로 차며 살았던 젊은 할아버지도, 가난한 집에 묶여 있다가 식용으로 생을 마친 비운의 개도 연민하지 않았다. 인간이든 개든 지붕 없는 곳에 사는 게 운명이라 여겼다. 그게 내가 구축한 유일한 방어기제였다. - P50

세상의 이야기가 다양한 냄새를 풍긴다. 처연하고 초연하고 담담한 타인의 감각이 세상에서 가장 뜨겁게 내 안에서 재현된다. - P81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가나 반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지만, 바다를 건너와서 보니 한국 소식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다. 한국에서 아등바등 허송했던 세월은 바다를 건너면서 고스란히 비행기 창밖으로 쏟아버렸다. 이제는 주변에서 늘 말하던 당위나 의무같은 게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 P113

"그만 죽고 싶다."
엄마는 어떻게든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이렇게 반어법으로 표현했어요.
"죽긴 왜 죽어, 살아서 부귀영화를 누려야지."
저는 이렇게 반어법으로 답하며 엄마와 이별할 날만을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 P175

니상의 한가로운 삶의 태도가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면 그는 오지랖 넓은 이들에게참 많은 참견을 들었겠다 싶었다. 한국에선 나이 마흔쯤이 되면 대출금으로 땜질 했을지언정 집은 한 채는 있어야 하고, 남들로선 알 수 없는 사정이 있을지언정 가정이 있어야 한다. 죽이고 싶은 상사를 끌어안고 있을지언정 규칙적으로 월급을 받는 직장이 있어야 하며, 실패 확률이 80퍼센트가 넘는다는 걸 알지언정 자영업을 시작 할 도전정신은 품고 있어야 한다. 이런 한국 사회의 사회적 굴레에서 벗어나 일본에 와 있으니, 니상의 삶을 보고 있자니 숨통이 조금 트였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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