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마물의 탑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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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읽은 호러미스테리.

주인공 하타야가 겪은 등대의 마물에 관한 이야기다. 생소한 일본의 패전직후가 배경이기도 하고 등장인물이 처음부터 너무 많이 나와서 헷갈리기도 했지만 금세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거의 다 읽어갈 때 쯤 까지 이야기가 해결 되지 않고 점점 미스터리해지는 바람에 어떻게 이 이야기를 끝내나 싶었는데 괜한 기우였다. 오히려 책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다만 호러추리보다는 그냥 호러에 가까운듯하다.

 

민속괴담이나 민간신앙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빠져들 듯하다. 비 오는 날 저녁에 읽었는데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 몇 번이고 책을 덮고 주위를 살펴봤다. 무더운 여름날 또 생각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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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in 상하이 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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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코미디라는 장르(?)에 딱 맞는 소설. 말 그대로 기가 찬 대환장 쇼다.

판다곰 강강의 이야기, 초밥배달회사의 이야기, 호러 액션 영화감독의 이야기, 홍보영상을 찍는 경찰서 이야기, 청룡반점의 요리사이야기, 일본인 보험회사직원들이야기 그리고 미술품절도 조직의 이야기까지.

많은 숫자의 등장인물에 당황스러웠지만 누군지 바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라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도미노라는 책 제목에서 이 사건들이 다 얽혀지고 풀어지는 구나 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너무나도 제각각인 이야기가 어떻게 풀어질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수습하지 싶었는데 완벽한 떡밥회수라 해야 하나, 마무리에 박수를 쳤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등장인물은 판더곰 강강이었는데, 얼마 전 동물원을 탈출했던 얼룩말 세로가 생각나기도 했다. 사육사한테 삐졌(?)다는 세로가 너무 안쓰러웠고 동물원의 존재이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기에 더더욱 강강을 응원했다.


일본인 보험회사 직원으로 나오는 등장인물은 전작에서도 활약했다고 하던데 미리 전작을 읽지 못해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전작 역시 찾아보고 싶다.

풍수사나 신관이 유령을 본다는 설정은 조금 뚱딴지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있어서 내용이 무겁지 않게 흘러간 게 아닐까. 덕분에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두께가 있는 책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일상에서 벗어나 유쾌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대체로 불행한 사고란 설마 하는 우연이 도미노처럼 연쇄한 결과 일어나는 것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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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자전거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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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밍이#자전거도둑

 

대만의 국민작가라고 불리는 우밍이의 신작이다. 대만작가의 책도 읽어본 적 없으며 그 흔한 대만드라마도 본적이 없고 대만여행은 더더욱 가본 적 없는 내가 접한 첫 대만 책. 역사적 배경이 전무한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주인공 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성인이 된 후 자전거와 함께 실종된 아버지의 흔적을 쫓으면서 이어진다. 아버지의 자전거를 찾으면 아버지의 흔적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의 행운표 자전거를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아부, 사비나, 스즈코 등 여러 인물을 만나게 되고 2차세계대전을 각자의 상황과 배경으로 풀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대만, 말레이반도, 북미얀마 밀림까지 다양한 배경에서 대치했던 그들은 서로 위로하고 화해하며 이해한다.

 

나는 특히 코끼리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전쟁의 피해자였던 코끼리의 삶을 지켜보며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어떻게 코끼리가 학습되고, 어떻게 전쟁에 이용되었는지 상세한 묘사를 통해 직접 지켜보고 있는 듯 했다.

 

동물원에 관한 부분은 작가가 자료조사를 통해 실화를 기반해 쓰인 글이라고 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구나 싶어 가슴이 아팠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밖으로 나오게 되어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맹수가 나오면 그것대로 큰일이고 커다란 초식동물 역시 먹이를 마련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안락사를 시킨다고 그 과정이 너무 상세히 표현되어있었다. 전쟁은 인간만의 비극일수 없었다. 책을 덮고도 여운이 오래 남았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넘나들고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잘 읽힌다.

밀림 같은 평소에 잘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장소가 나오는 것도 좋았고, 나비, 동물, 나무에 관한 언급도 많아서 전쟁이 인간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대놓고 이야기 하는 것도 좋았다.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엄청난 조사를 한 게 느껴진다.

첫 대만소설인데 만족스럽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그럴 리 없다. 잠깐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친구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애매미 소리도, 개구리 소리도 나지 않았다. 누군가 그들의 입을 틀어막고 데려가버린 것처럼. - P13

특히 철마라는 단어가 아름답다고 느낀다. 자연과 인력이 결합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조물주가 흙에 묻어둔 철을 함유한 광석을 인간이 캐내 검은 탄소강으로 바꾼 뒤 다시 말의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을 상상해보라. 하지만 이 세상에선 종종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지 않은 것으로 대체되곤 한다. 나는 철마라는 단어가 단차나 자행차로 바뀐 것을 어리석은 문화 퇴보라고 생각한다. - P17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작가는 어떤 직업일까? 인류 스스로 만들어낸 부호체계를 이용해 이야기를 꾸며내고 또 그것으로 이익을 취하는 사람을 사회가 어떻게 용납하는 걸까? 이 직업을 가진 사람은 또 어떻게 단어의 의미를 비틀고 만들고 주조하기에 사람들이 그걸 읽는 순간 감정에 격랑이 일고, 심연으로 가라앉고, 형벌을 받듯 괴로워하게 되는 걸까? - P26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밀란 쿤테라와 칼비노를 얘기하듯, 팝 아트 마니아들이 재스퍼 존스와 앤디워홀을 얘기하듯 - P42

압바스의 눈빛이 흐르지 않기로 결심한 강물처럼 갑자기 암담해졌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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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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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야베미유키 #안녕의의식

 

추리소설의 대가라고 불리는 미미여사요즘엔 박찬욱감독 팬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학생 때 밤을 새가며 읽곤 했었는데 신작소식에 오랜만에 이름을 들어 반가웠다.

 

화차솔로몬의 위증모방범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여러 사회문제를 재조명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생각하게 만든다이 책은 10년간에 걸쳐 완성한 총 8편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이다아동학대와 같은 현실적인 범죄에서 시작했다가 외계인의 등장신의 탄생과 같은 다양한 방면으로 쭉쭉 뻗어나간다.

그러고는 미래의 가정의 모습이라던가주인공의 미래에 대해서 끝없이 상상하게 만든다.

 

장편과 달리 단편집은 보통 열린 결말이 많고 독자에게 뒷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그 덕에 한참 이야기를 곱씹으며 생각에 빠질 수 있었다어쩌면 가까운 미래가 될지 모르는 이야기.

로봇과 함께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엄마와 나입양가정을 위한 법인 마더법’. 아이와 사회를 위해 그런’ 법이 그렇게 까지’ 존재 해야 할까?를 시작으로 어떤 법률이 있어야 아이와 가정을 지켜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전투원특이한 등장인물이 나오는 이야기거대한 이야기의 프롤로그를 보는 듯해 재미있었다그것의 정체는 정말 무엇일까아이와 노인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나와나이번 소설책에서 가장 발랄한 이야기오버해 풀어내지 않고 가볍게 적당한 선을 지켜 마무리 된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안녕의의식표제작가장 진중한 이야기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로봇이 되고 싶어한다너무 외로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일수도 있고 (자기 자신까지 오지 않는인간의 애정을 받는 로봇을 부러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고장 난 오래된 로봇이 주인과 수화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울고 싶어진다고 했다.

인간과 로봇의 차이는 뭘까인간은 살아 숨 쉬는 존재가 아닌 것들에게도 왜 그렇게 마음을 쓰는 것일까.

그런 사랑이야 말로 인간이 인간으로 살게 하는 것 인걸까.

 

성흔도시괴담 속에서 만들어진 신일본 특유의 감성이 드러난다.

 

보안관의 내일인공마을과 가짜 사람들그리고 괴짜 보안관어쩌면 뻔한 소재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반전이 있었다회귀자라는 소재도 흥미로웠지만 그걸 둘러싼 배후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고 이 이야기를 왜 책의 마지막에 넣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미국 드라마 굿플레이스가 생각나기도 했다여러 조건들을 배제하고 굿플레이스를 만든다면 인간을 선할 것인가악할 것인가인간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선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불만과 고민은 언제나 피를 흘리는 상처 같았다. 그 피는 언제 멎었을까. 언제 아물었을까. 상처는 흔적을 남겼고, 지금도 눈에 보인다. 아팠던 시절의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나이 먹는 건 이런 것이다. 시간은 친절하다. 그러니까 지금의 나도 친절하다. 스스로에게도 주변에도. - P146

이 세계에서 나는 더는 인간이 아니면 좋겠다.

이 세계에서는 인간보다 로봇이 어울린다. 아니라면 다들 저렇게, 저 여자애처럼, 로봇을 위해 울고 로봇을 걱정하며 로봇과 마음을 나누려 할 리 없다.

로봇을 하나 조립할 때마다 나는 인간에게서 멀어져간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아무리 해도, 로봇은 되지 못한다. 그것이 답답해서, 원통해서...

나는 때때로 소리내어 울고 싶어진다.

그것은 참으로 인간다운, 로봇은 결코 하지 않는 행위지만.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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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수학 잡는 깨봉수학교실 1 - 수의 DNA & 분수
조봉한 지음, 신현호 구성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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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수학잡는깨봉수학교실 #조봉환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20년이 다 되어간다. 수학을 놓고 산지도 언 n년째인 문과생. 그런 나에게 갑자기 분수에 대해 설명해보라 하면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약수, 최소공배수, 최대공약수라는 단어도 정말이지 오랜만에 들었다. 주변에 아이가 없어 망정이지 대뜸 가져와 물어본다면? 그냥 정답을 알려줄 뿐 아이를 이해시키고 설명하려면 꽤나 진땀 뺄 듯하다.

 

책은 깨봉아저씨와 주원이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대화는 엉뚱하며 그 자체로 만담같이 재미있다. 인원수대로 케이크를 자르기도 하며 수학문제를 친근하게 바라본다. 그림들과 QR코드로 연결되는 영상들은 좀 더 쉽게 이해를 돕는다.

 

친구 조카 중에 정말 주원이가 있는데 그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다. 내가 이 책을 봤다면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며 그 주원이는 깨봉아저씨와 함께 수학에 흥미를 끝까지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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