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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오단계 ㅣ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2
이루카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평점 :
#sf가우릴지켜줄거야 시리즈의 두 번째.
책에선 다양한 인물과 가족들이 등장한다. 혈연이지만 남보다 못한 관계가 등장하기도 하고, 비혼 여성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나 사이보그와 인간으로 이루어진 가족도 등장한다. 단순히 이성간의 결혼으로 결합된 가족이 아닌 다양한 서사를 품고 함께 늙어온 가족들은 지켜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다양한 그 가족들의 모습을 응원한다.
#독립의오단계
인간과 사이보그가 공존하는 미래 세상. 불의의 사고로 어쩔 수 없이, 혹은 뛰어난 신체를 원해 인해 인공지능과 결합되는 이들이 등장한다.
가재민은 사고로 크게 다치게 되고 살아남은 건 뇌의 일부분이다. 그의 생물학적 어머니인 가혜민은 그를 살리기 위해 사이보그인 ‘나’를 만들었고 가재민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한다.
그러던 중 인간 가재민의 살해혐의로 ‘나’는 체포되어 법정에 서게 된다. ‘나’는 정말 가재민을 죽인걸까? 과거와 법정을 오가며 이야기는 이어진다.
생물학적 어머니인 ‘가혜민’과 ‘나’를 돕는 변호사 ‘오혜정’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타의로 새 삶을 살게 된 ‘가재민’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으며 인간과 사이보그의 경계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았다. ‘오혜정’은 출산을 기준으로 정해진다고 했었다. 하지만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라면 인간으로 대우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아니 인간 수준이 아니더라도 소비재로 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혜민’의 입장은 달랐다. 그저 기계고 인간을 위한 도구였다. 가혜민은 정상, 비정상 이렇게 단 두 가지 선택지만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성소수자였던 ‘가재민’을 인정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사이보그도 인정하지 않았다. 어떤 것이 인간을 좀 더 인간같이 만드는가. 인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것일까.
MBC에서 문소리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어떻게 이 내용을 그려낼지 너무 기대가 된다.
#새벽의은빛늑대
대기오염이 심한 어느 미래. 두슬기, 윤예리, 정해민 이렇게 세 명의 할머니들은 6구역 노인케어센터에 거주한다. 젊은 시절 그들은 은빛늑대라는 바이크팀으로 활동했고 그것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곤 했다. 그들의 낙은 에어마스크 없이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도시인 에어시티에 갈수 있게 해주는 복권인 해피에어권 추첨방송을 보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막내 해민은 자꾸 겉돌게 되고 이를 수상히 여긴 슬기와 예리는 그 뒤를 쫓는다.
할머니 바이크팀이라니 정말 귀여운 소재다. 실제로 책의 저자는 한밤중 자매들과 드라이브경험이 있다고 했다. 아마 그래서 이런 내용을 쓰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완벽한 여성서사인것도 좋았지만 글을 읽는 내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더 좋았다. 마지막에 이르러선 나도 같이 밟고 싶었다.
#루나벤더의귀환
‘헤븐나이츠’라는 가상현실 치료게임에 참여해 식물인간이 된 친구의 의식을 구해오는 할머니들의 이야기.
혈연과 이성간의 혼인중심의 가족만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원하는 이와 가족을 이루며 살수 있는 가족신청법이 끝내 통과되었다. 하지만 ‘진주’는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에 의식이 게임에 갇혀버렸고 법적보호자이자 혈연관계인 오빠 ‘백제강’은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고 한다. 20년이 넘게 함께 살아온 ‘유리’와 ‘보라’는 크게 분노하고 게임 속으로 구하러 들어간다.
그들이 만들었던 ‘헤븐나이츠’는 독특한 게임이다. 적을 무찌르고 정복해 나가고 승률에 집착하는 여느 게임과는 다르다. 공격적인 언행을 확실히 차단하는 필터기능으로 여성플레이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컸으며 익명의 누군가에게 랜덤으로 SOS를 보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이것은 암묵적인 규칙이 되었으며 기존의 게임문화가 바뀌는 혁신이 되었다.
이런 게임이라면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호같은 인사말도 왠지 낭만적이고 말이다. 게임하는 할머니라는 소재는 너무 좋았지만 다른 편들에 비해서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렇게 나온 세상이 이렇다는 걸 알았다면, 그래서 탄생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 P100
"지금 이 속도가 딱 좋아. 느리지 않아. 네가 너의 속도로 가고 있었기에 우리가 이렇게 만날 수 있었잖아."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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