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1
김혜진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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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블에서 새로 나온 #sf가우릴지켜줄거야 시리즈.

그 중 첫 번째 책이다. 어떻게 sf가 우릴 지켜준단 말인가 라는 의문을 품고 시작했다.

기상이변으로 폐허가 된 지구가 등장하기도 하고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기도 한다. 엄청난 몰입감으로 무더위로부터 우릴 지켜줄 수도 있고, 환경오염에 대한 경종을 울려 우리를 지켜줄 수도 있다. 조그맣고 가벼운 책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던져준다.

책은 세 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깃털

세영은 기상이변으로 폐허가 된 지구에서 로봇새 ‘조에’와 함께 우주 장의사 일을 하고 있다.부와 명예가 있는 이들만 살고 있는 우주섬에서 지구에서 장례를 치루고 싶다고 의뢰가 들어왔고 우주섬을 가게된다. 하지만 법규상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나 섬으로 간 이들의 이야기는 식상하다. 그러나 거기에 남게 된 동물들의 이야기는 생소하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철새들은 떠나지 않게 되었다. 인구가 밀집된, 오염된 도시에서 살게 된 새와 함께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켰고 전염병이 시작되었다. 그와 상반되게 우주섬의 동물들은 로봇들로만 이루어져있다. 동물들은 전염병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섬으로 함께 오지 못했다. 로봇 새는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섬을 지키기 위해 불법 이주민들이 탄 우주선을 격추시켰다.


세영과 함께하는 로봇새 조에와 우주섬의 로봇새의 입장은 상반된다.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따온 조에는 도시에서 살며 후각을 잃게 된 새들을 이끌기도 한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이런 sf소설이 더 이상 fiction이 아닐까 두렵다.


#TRS가돌보고있습니다


성한은 간병 로봇 TRS와 함께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를 10년째 돌보고 있다. 별 차도가 없는 어머니를 보며 성한은 심한 우울함을 느끼게 된다. TRS는 성한의 어머니가 죽지 않을 경우 보호자인 성한이 자살할 확률이 95% 이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병상 머리맡에 붙은 ‘생명의전화’에 연락해 물어보기로 한다.


 MBC SF 앤솔러지 시리즈 ‘SF8’ [간호중]의 원작소설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인공지능 로봇은 이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게 될까? TRS의 전화를 받은 ‘최신부’는 딜레마에 빠진다. 로봇을 막고 싶어 소리치지만 타당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만약 그 전화를 받는다면 그 로봇에게 뭐라고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

제일 인상 깊었던 단편이다.


#백화

해수면상승으로 인해 모든 것이 가라앉게 된 디스토피아 세상. 배들로 이루어진 해상도시에 물갈퀴가 달린 새로운 종족이 나타나고 기존의 인류들은 배척 받으며 배의 보일러실에서 쓰레기를 태우며 살아간다. 아가미가 나타난 신인류를 꿈꾸는 그들에게 아가미는 나타날 것인가.



"환자가 죽어야 보호자가 산다면 어떡하지요?"
- P66

"인간이 당신을 창조했어요. 그래요, 그러니까 인간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환자를 죽이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창조하신 인간입니다."
"인간도 저를 사랑으로 만들었나요?"
- P73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자식은 슬퍼야 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침대에 누워 있던 10년이 성한의 지금 이 순간을 마비시켰다. 슬프지 않았다. 그저 갑자기 자신을 붙들어온 어머니를 탓하며 하루하루 살아왔던 기억이 성한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성한은 알아챘다. 자신을 가득 채운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슬픔이 아니라 그간 자신이 억누르며 살아왔던 삶에 대한 억울함이라는 걸.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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