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의 선물에 이어 읽게 된 작가님의 두 번째 책.
가차없는 묘사와 특유의 냉소적인 어투가 인상적이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가 작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새의 선물이 인생 책이라 꼽는 이들이 많아 아리송했으나 이제야 그 매력을 깨달았다.

대학 동창인 희진은 소설가가 되어 주인공인 유경 앞에 나타났다. 희진의 소설 배경은 대학시절 기숙사 안이었고 각각의 동창들의 이름은 이니셜로 바뀐 채 쓰여 있었다. 예순 살인 유경은 그 소설을 읽으며 사십년 전 스무 살이었던 그 때로 되돌아간다.
한곳에서 서서 같은 곳을 바라봤다 생각했으나 각자의 기억은 달랐고 자기만의 새로운 소설을 쓰고 있던 두 사람.

작가는 서로 다른 각각의 인물들의 다름에서 비롯된 오해와 이해에 집중했다.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 또 견고한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최약체였던 젊은 여자. 그것도 지방에서 상경한 촌티 나는 여대생의 삶은 희극과 비극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시절의 낭만과 고충은 나를 그 시대로 되돌려 놓기 충분했고 또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게 만든다.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며 나란히 서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던 나와 내 친구들은 그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내 과거를 어떻게 편집하고 무엇을 유기한 채 살아가고 있을까. 나 역시 ‘희진’처럼 외로워 나를 주인공으로 해석해 편집한 과거를 붙잡은 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정말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이 든다.

빛에 관한 구절이 나올때면 감탄을 넘어서 경탄을 하게 된다. 


그 시절 우리에게는 수많은 벽이 있었다. 그 벽에 드리워지는 빛과 그림자의 명암도 뚜렷했다. 하지만 각기 다른 바위에 부딪쳐 다른 지점에서 구부러지는 계곡물처럼 모두의 시간은 여울을 이루며 함께 흘러갔다.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때 우리 모두는 막연하나마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지금과 다를 거라고 믿었다. - P1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