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연기처럼
이시헌 지음 / 좋은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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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살아가는 이유는 바꿀 수 있다.

사람마다 꿈의 크기도 다를 테다. 그렇다고 해서 초라한 꿈 따위는 없다. 

어떤 마음가짐이든 마음속 작은 불씨만 있다면, 활활 타올라 세상 밖으로 꺼내고 싶게끔 만드는 이야기. 


사실 에세이 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도서가 마음에 이끌려 내 손에 오기까지의 과정도 '뮤지컬'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뮤지컬 파가니니를 관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음악가 파가니니의 생애가 불이 붙듯이 활활 타오르다 이내 꺼지는 과정을 그려낸 극이었는데, 이번 서평도서인 '인생, 연기처럼'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 느껴졌다. 뮤지컬을 소재로 한 책이라니, 공연장에서 느꼈던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이 책을 통해 정제된 글로 느껴보고 싶었다. [인생, 연기처럼]이라는 제목 또한 煙氣의 의미와 演技의 의미가 동시에 느껴지는 중의적인 의미라 마음에 들었다. 


책장을 펼친 후 책장을 덮기까지의 과정은 반나절이 지나지 않았다. 

쉽게 쓰였다는 의미보다는 독자에게 몰입력을 주는 책이다. 


책은 1인칭 객관적 묘사로 대부분의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작가 스스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글. 이시헌 작가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그 과정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까지 죽 느낄 수 있다.  누군가의 30대를 알아가는 기분이다. 이제 막 일어난 오전 7시, 혹은 잠들기 전 늦은 밤 11시에 여유로이 작성하는 하루의 블로그 글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매일을 작성한 성찰 후기일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책을 펼치는 건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내가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는 일기장을 펼친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일기장이 마음에 들었던 건 그의 삶의 이야기에 나라는 관객이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글을 통한 한 인간의 성장 이야기가 주욱 펼쳐진다. 

그 중심의 매개체는 '뮤지컬', 그리고 그 감정과 마음을 남긴 방식인 '글'이다. 


작가 이시헌에게 뮤지컬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뮤지컬은 그저 쉬는 숨에서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 내뱉는 호흡으로 바뀌게 한 소중한 존재였다. 그 특별함과 아끼는 마음이 책 전반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좋아하는 넘버와 작품들도 간간이 보인다. 종종 차용하여 글에 삽입된 가사들이 보이는데 괜히 아는 내용이 보이니 반가웠다. 나같이 라이트 한 관객도 물론이지만 뮤지컬을 가장 큰 취미로 좋아하고 아끼는 성골 뮤덕들이 이 책을 접하게 되면 인생 도서에 들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걸 함께 좋아하는 친구가 생긴 기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뮤지컬 또한 누군가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 

뮤지컬을 통해 인생을 알아보는 것 또한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극의 주요 줄거리와 이야기 흐름에서 알 수 있는 배우라는 매개체로 표현되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 인생들을 연기하지만 그들 저마다의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배우들. 

그 열정과 두근거림, 꿈과 간절함. 그리고 나아감. 


무대에 오르기 위해 오디션에 수없이 떨어지고 다시 지원하는 배우들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무대 위에 서 있지만, 단지 조명을 받지 못해 빛나지 않을 뿐이다. 아직 떠오르지 못했더라도 인생이란 무대에서 우리가 배우란 사실은 변함없다. 


어떤 이야기 혹은 순간은 비극적이지만, 그 찰나의 비극조차 우리가 승화하여 살아낸 인생이기에 아름다운 모습이다. 


승화하다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 번째는 고체에 열을 가하면 기체가 되는 현상. 

그리고 두 번째는, 어떤 현상이 더 높은 상태로 발전하는 것.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충동과 욕구 등을 사회적 정신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치환하여 충족되는 것. 


삶이라는 극을 쓰고 연기하듯이 

흩날리는 연기처럼 소모시켜 기화하듯이 


비극은 승화되여 가치가 된다. 


그대로 공중으로 훨훨 날아가는 것이 아닌, 가치로 남아 더 높이 발전되어 남는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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