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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 지식의 대통합 ㅣ 사이언스 클래식 5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4월
평점 :
자연과학・사회과학・인문학 등의 지식계 뿐 아니라 정치・경제계에서도 ‘통섭(consilence)'은 그야말로 핫한 이슈가 되었다.
국어사전에서조차도 눈에 띄지 않았던 이 낯선 단어가 21세기 학문의 경향을 말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단어가 된 것은 2005년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의 저서 『Consilience : The Unity of Knowledge』를 번역하는데 있어, ‘통섭(通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통섭은 모든 체계를 아우르는 큰 줄기를 잡아낸다는 의미이다. 이 개념을 고안해낸, 저자 에드워드 윌슨은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였으며, 사회생물학 분야를 개척한 살아 있는 최고 생물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책의 제목인 ‘통섭’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주장이자, 글을 한마디로 요약했을 때의 빠져서는 안 되는 주제어이다.
통섭은 모든 학문체계의 서로 다른 요소와 이론들을 아우르는 큰 줄기(체계)를 잡아내는 일련의 활동이며, 특히 이때의 활동들은 여러 가지 요소가 뒤섞여 통합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단위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의 논의를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이오니아의 마법(Ionian Enchantment)'이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 탈레스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과학자들의 오랜 신념에서부터 17~18세기 계몽사상에 이르기까지 확인되는 통섭의 근원에 관한 것이며, 둘째는 자연과학이 통섭의 분석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유전자-문화 공진화(gene-culture coevolution)‘라는 용어로 표현한 유전자 진화와 병행하는 문화적 진화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통섭의 근원과 토대를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찾아가기 시작하여 계몽사상에 이르기까지 두루 발견하게 된다.
통섭의 기초적인 신념은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들에 의해서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는 질서정연하며 몇몇의 자연법칙들로 설명할 수 있다는 통합 과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믿음은 통섭의 근거를 마련한다.
이를 저자는 ‘이오니아의 마법’이라는 말로 정리하고, 최초의 마법에 걸린 이를 탈레스라고 소개한다.
아인슈타인 역시 물리학의 거대한 통합을 시도한 이오니아 인이었다.
탈레스에서 아인슈타인, 그리고 저자에 이르기까지 이오니아의 마법은 계속 확장되어 오며, 통섭의 개념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간다.
이 책의 역자이자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개념을 널리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한 최재천 교수는 저서(2005)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는 학제‘간’(inter) 연구로는 부족하며, 여러 학제들을 단순히 통합하는 ‘멀티(multi)'로도 부족하다. 단순한 조합을 넘어서 ’트랜스(trans)'를 해야 할 때가 왔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세분화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만이 존재했으며, 이들의 전문성이 강조된 사회풍토는 다양한 학문 간의 소통을 막았으며 이는 편협하며 근시안적인 결과를 낳았다.
세분화된 각 학문들로만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수없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 단순한 간학문적 연구를 넘어서서 서로 자유롭게 오가며 서로의 방법론과 가치체계를 ‘크로스오버’할 수 있는 통섭에의 시도가 더더욱 필요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통섭이 사회의 떠오르는 화두가 된 것은 통섭 개념 자체에 대한 정교한 분석보다는 간학문적 연구와 크로스오버를 중시하는 최근의 학문적 경향성에 편승한 측면이 상당 부분 있다.
진정한 통섭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통섭의 의미와 통섭을 이루어내는 방법, 한계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합의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