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마음 창비청소년시선 36
이병일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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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생각했던 '시'라는 존재는, 온화하거나 정돈된 어투로 좋은 글귀를 적어내는 것이었다. 시의 주제와 소재는 다양하겠지만, 결국에는 읽기에 눈살이 찌푸려지거나 혹은 거부감이 없는 시만이 좋은 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처음가는 마음'시를 읽고 나의 생각이 한참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시인 이병일이 청소년의 시선에서 그 성장의 흐름 속의 일상과 일탈들, 그리고 고민과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 청소년의 시선이라함은, 모범생이거나 혹은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말썽이라고는 눈꼽만큼도 피우지 않는 바른 청소년의 시선이 아니다. 이병일 시인은 회의감도 느끼고, 정체성을 확실히 하지 못하는, 고통에 민감한 한 소년의 눈으로 시를 써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깨달음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청소년들이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공감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가족의 얘기, 학교의 얘기, 자기 자신의 얘기, 일상의 얘기, 상상의 얘기 등을 청소년의 시선과 말투에서 가감없이 자유롭게 표현해내고 있다. 우울한 이야기가 지속되는 것도 아니며, 우울한 이야기더라도 청소년의 따뜻하고 가벼운 서정의 세계로 풍덩 빠져들게 하고 있음에 실로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시인 이병일은 이 시를 써내려가며 본인의 과거를 되돌아보았다고 한다. '내가 모르는 나', '내 갈 길 간다', '마음을 쓸 줄 아는 사람' 이라는 세 가지의 큰 타이틀 아래, 각각 너무 마땅한 다양한 시들이 담겨져 있다. '내가 모르는 나'는 청소년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신의 보이지 않는 면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담았다. '내 갈 길 간다'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와 뜻대로 행동하고 나아가며 성장하는 청소년의 삶과 성장과정, 고민과정을 담았다. '마음을 쓸 줄 아는 사람'에서는 점점 마음도 몸도 커져가는 청소년이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임이 아니라, 주변사람들을 챙기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시선에서 그가 느끼는 가족에 대한 감정과 애틋함, 가끔은 원망스러움까지.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을 이 시를 읽는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풀어내고 있다. 사실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좋은 시'의 기준은 읽었을 때 좋은 내용의 혹은 좋은 말투의 그렇지도 않다면 좋은 느낌을 주는 시였다. 하지만 꼭 '좋은 시'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꼭 바른 내용의 시가 아니어도, 일탈의 느낌을 주는 시라고 하여도, 그 나름대로 대단한 가치가 있으며 다른 방면으로 독자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슬모없는 것은 없다. 나는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잘 알고 있다.'라는 시인의 시 속 한 구절처럼, 청소년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소중함, 주변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의 빛나는 가치를 가슴 깊이 느끼고 간직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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