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제인 <아포칼립토>는 그리스어로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으로 "모든 결말은 항상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말과 함께 "어떤 시작도 하나의 종말에서 나온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다. 지금까지 마야 문명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는 그리 흔치 않았고 최근에 와서는 거의 기억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관심사 밖이었으며 이것은 세계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멜 깁슨 감독은 이러한 소재에 관심을 기울여 긴 러닝 타임이 무색할 정도로 관객의 집중력을 유발시킨다. 또한 전작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모든 대사를 당시의 언어인 고대 마야 언어로 진행하여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그 현장감은 최고도로 끌어올린다. 마야 문명이 번창하던 시절, 평화로운 부족 마을의 젊은 전사 ''표범 발''은 잔인한 전사로 구성된 침략자들이 마을을 습격하여 부족민을 무차별로 학살하고 젊은 남녀를 그들의 왕국으로 끌고가는데 그 와중에 임신중인 자기 아내와 아들을 깊숙한 우물에 숨겨놓고 자신은 인질로 끌려가게된다. 죽음 직전에 위기 상황으로부터 탈출하여 자신의 가족을 찾는 과정에 엄청난 자연의 시련과 최강의 전사로 구성된 추격대의 집요한 추적을 받는데...이 영화의 중반 이후를 거의 점하는 추격 장면은 정말로 손에 땀을 쥐게하는 서스펜스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문명의 미스테리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던 관객은 종족간의 갈등과 약육강식의 당시 생활상만을 반영한 영화에 대해 다소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전혀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을 과감하게 기용하여 세련되게 다듬어진 연기 대신 오히려 생동감을 살린 감독의 연출력과 폭넓은 고증을 통하여 언어는 물론 마야 문명 당시의 취락과 생활공간등 주변환경과 제천의식등을 통해 재현된 그들의 종교관등과 함께 전투와 추격장면 그리고 거대한 폭포에서의 낙하등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린 화면 하나 하나에 전율을 느끼고도 남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