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학
임권택 감독, 오정해 외 출연 / 에이치비엔터테인먼트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 영화계에서 거장이라는 칭호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감독이 과연 몇 분이나 될까? 그에 대한 답은 알 수도 없고 또 지극히 무의미한 질문이 될런지도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임권택 감독이야말로 거장이라는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않은 감독일게다. 그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은 <서편제>의 속편을 연상시킨다지만 내가 보기에는 <서편제>에서 가장 핵심 부분인 의붓 남매 송화와 동호가 서로 헤어졌다가 소리가 인연이 되어 다시 찾게되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룬게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 떠돌이 소리꾼에게 맡겨져 남매가 된 송화와 동호, 이들은 의붓 남매로 자라지만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되고 동호는 마음 속의 연인을 누나라 불러야하는 괴로움을 견딜 수 없어 집을 떠난다. 몇 년 후 양아버지가 죽고 송화는 눈이 먼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송화에 대한 변치않는 마음으로 그녀의 노랫 소리에 어울릴 북장단을 익히며 송화를 누나가 아닌 여자로서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숨길 수 없어 쉼 없이 송화를 찾아나서고 만나고 그리고 다시 헤어지기를 거듭하면서...
한국인의 정과 한을 거장의 그윽한 시선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 영화는 전작 <서편제>에서는 최상의 소리를 얻기 위한 희생으로 한이 생겼다면 여기서는 이루지 못한 사랑때문에 한이 생기지 않았을까.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콤비의 전형인 한국의 사계를 담는데 있어 과연 우리 땅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보는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예의 기법은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다. 해안 절경을 끼고 걷는 두 주인공, 제주도 오름에서 부르는 창, 매화가 만발한 광양에서 흩날리는 매화꽃을 바라보며 노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진도 민요 등은 풍광과 소리의 절묘한 어울림을 너무도 멋진 시선으로 담아내어 결국 이루지 못한 사랑의 비애를 창으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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