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초회한정판 디지팩 (2disc)
정식 외 감독, 김보경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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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신문물의 유입과 문예부흥이 절정을 이루던 1942년 겨울, 경성.
38년에 일본의 재력가 나카이 사토시에 의하여 설립되고 건설 과정에서 많은 크고 작은 사건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결국 경성 최고 시설을 갖춘 서양식 병원으로 공인된 안생병원이 개원이래 최다의 내원,입원객을 맞던 42년 2월 어느날 돌연히 폐업하고 방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는 37년간 흉물스럽게 방치되다 철거된 과정을 밝히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기담>이 아닐런지.
그러니까 안생병원이 폐업한지 65년, 그 자취가 완전히 사라진지 28년이 지난 2007년 여름에 우리 한번 그 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싶다.

동경 유학중이던 엘리트 의사 부부 동원과 인영은 갑작스레 귀국하여 경성 최고의 서양식 병원인 안생병원에서 의사로서의 임무를 개시한다. 그 병원의 의료진은 모두 뛰어난 의술과 재능을 지녔지만 어딘지 모르는 음산한 그늘은 그들에게 범상치않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짐작케 하는데...
당시 사회는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다고 했던가, 흉흉한 분위기에 무지와 불안에서 싹트는 음험한 사건들이 속출하고.
자살한 여고생의 시체, 일가족이 몰살한 교통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10세의 소녀가 실려오고 음산한 불경 소리와 병원 곳곳에서 발견되는 의문의 달팽이, 늦은 밤 복도에 드리워진 누군가의 사라진 그림자. 이 모든 불길한 조짐이 이 병원의 앞날을 예시하는데...

요란스런 음향효과와 수시로 질러대는 비명 소리만 남은 우리의 공포영화에 최근 헐리우드의 영향 탓인지 잔혹한 살인수법까지 가미되어 점입가경을 이루는 호러물에 관객은 외면하고 업계의 한숨 소리는 높아만가는 형국이다.
조용히 시간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려 점점 희미해져가는 일제 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우리의 복고적 향수를 자극하는 <기담>은 미스테리한 호러를 고혹적인 비주얼로 처리하여 비록 시대는 옛시대를 다루지만 그 아이디어만은 참신하게 다가옴을 살며시 느끼도록 만드는 새로운 시도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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