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나는 누구를 위해 한사발의 피를 팔 수 있을까?
내 몸 속의 피는 아직 흐르고 있기는 한걸까?
동네에서 소문난 누에공장 최고의 미녀와 결혼하기 위해,마누라 되는 사람과 원수같은 놈의 피가 같이 흐르는 자식놈을 위해,극심한 가뭄에
굶주리는 가족들을 위해, 아들놈의 병원비를 위해 피를 팔고 팔고 또 파는 허삼관의 이야기....
피를 많이 뽑기 위해 물을 몇 사발이나 마시고 뇌물을 줘 가면서 피를 뽑는 그, 피를 파는 것은 생명을 파는 것이라 만류 하지만 눈물을 훔치며 피 판 돈으로 가족과 국수를 사 먹는 그의 아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허삼관이 국수대신 고구마를 사먹으라고 돈을 쥐어주자 "누가 내게 국수 한 그릇만 사 주시고 절 아들 삼으세요"라며 우는 일락이.
훈훈한 이야기였다.
사는 이야기...
사랑 이야기였다.
가족은 미우나 고우나 가족이고, 결국은 기댈 언덕은 서로의 어깨라고 말해 버리면 이야기가 너무 싱거워질까?
하지만 그 싱거운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에겐 너무 필요하지 않을까?
위의 글은 2년여 전 「허삼관 매혈기」를 보고 쓴 글이다.
가족이라는 거, 피붙이라는게 그런거다.
내 피를 팔아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고, 숨이 넘어 죽어간다면 손가락 하나 쯤 물어뜯어 서라도 그 피로 살리고 싶은 존재들이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마지막 기댈 수 있는 비빌 언덕이요, 미워도 고울 수 밖에 없는 처음이자 마지막 존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