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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사랑과 사회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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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작가의 얼굴이 소설책에 빠지지 않고 실리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요즘은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중후반 여작가들의 소설이 출판계에서 잘 먹히는 것 같다. 라는 시샘어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이 책을 샀던것 같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그 안에 들어앉은 채 땀을 흘리며 <낭만적 사랑과 사회>와 <트렁크> 두 편을 읽었다. 특별히 골라서 읽은 것이 아니라, 작가와 출판사의 책에 실은 의도대로...... 나는 착하게도 순서대로  2개의 단편을 읽었을 뿐이다.

부유하지는 않은 가정배경에서 자란 딸이자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의 미혼 여성. 단편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목을 매는 것으로 보아서는 충분히 매력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외모. (여자 주인공의 외모에 대한 묘사는 없다.) 자신의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추진하지만 작가는 주인공이 원하는 것을 손에 쥐어줄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사회에서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치밀한 계산과 속물근성을 발판으로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여자들. 작가가 꼬집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일까? 여자를 헛똑똑이 여우로 만들어버린 이 사회인가, 신 레몬을 깨물고도 "아, 참 달구나"라고 자신을 속이고 있는 여자인가?

<낭만적 사랑과 사회> 그리고 <트렁크>를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씁쓸하고 허한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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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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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를 위해 한사발의 피를 팔 수 있을까?

내 몸 속의 피는 아직 흐르고 있기는 한걸까?


동네에서 소문난 누에공장 최고의 미녀와 결혼하기 위해,마누라 되는 사람과 원수같은 놈의 피가 같이 흐르는 자식놈을 위해,극심한 가뭄에

굶주리는 가족들을 위해, 아들놈의 병원비를 위해 피를 팔고 팔고 또 파는 허삼관의 이야기....


피를 많이 뽑기 위해 물을 몇 사발이나 마시고 뇌물을 줘 가면서 피를 뽑는 그, 피를 파는 것은 생명을 파는 것이라 만류 하지만 눈물을 훔치며 피 판 돈으로 가족과 국수를 사 먹는 그의 아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허삼관이 국수대신 고구마를 사먹으라고 돈을 쥐어주자 "누가 내게 국수 한 그릇만 사 주시고 절 아들 삼으세요"라며 우는 일락이.


훈훈한 이야기였다.

사는 이야기...

사랑 이야기였다.

가족은 미우나 고우나 가족이고, 결국은 기댈 언덕은 서로의 어깨라고 말해 버리면 이야기가 너무 싱거워질까?


하지만 그 싱거운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에겐 너무 필요하지 않을까?




위의 글은 2년여 전 「허삼관 매혈기」를 보고 쓴 글이다.

가족이라는 거, 피붙이라는게 그런거다.

내 피를 팔아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고, 숨이 넘어 죽어간다면 손가락 하나 쯤 물어뜯어 서라도 그 피로 살리고 싶은 존재들이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마지막 기댈 수 있는 비빌 언덕이요, 미워도 고울 수 밖에 없는 처음이자 마지막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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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창비교양문고 36
김유정 지음 / 창비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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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김승옥 옆에 나란히 이름 하나를 더 쓸수 있게 되어 기쁘다. 보통 너무 유명한 글은 책을 사도 그 대표작만 읽고 말 때가 많았다. 김유정의 '동백꽃'또한 그랬다. 교과서에 동백꽃이 실렸었는지, 수능 문제지에 단골로 나왔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나는 동백꽃을 문학으로 접하기도 전에, 해부해야 하고 찢어 발기어 머릿속에 집어 넣어야 할 공격의 대상으로 먼저 만났다. 당연히 흥미가 생길 리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다시 그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동백꽃을 읽고 외워서 극화 시키는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나하나 곱씹고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하자 재미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 소설집 안에 있는 다른 작품들도 다 읽게 되었다. 단숨에 읽기 아까울 정도로 재미가 쏠쏠 했다.왜 이런 보석을 못 보고 있었는지. 의외로(?) 교과서에 실린 글들은 재미있는것이 많다. '이해의 선물'이 그랬고. '아버지의 뒷모습'이 그랬다. 이 두 작품은 내 가슴속을 항상 훈훈하게 해 준다.

나는 여태껏 이렇게 정겹고 맛깔스러운 우리말을 잘 구사하는 작가의 작품을 접한 적이 없다. 더구나 사람의 심리를 그렇게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다니.....신경숙이 오정희의 소설을 베껴적는 연습을 했듯이. 나는 김유정의 것으로 그 작업을 할 생각이다. 속된 말로 하면, 그의 독득한 언어구사력을 훔치고 싶다. 그가 쓴 글의 질감을 느껴보고 싶다. 2001년은 김유정을 만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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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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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너무 선전이 많이 되어 있는 책이라 사기가 꺼려졌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이 없듯이, 그럴 듯한 선전문구만 보고 책을 샀다가 실망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쁜 그림위에 둘러진 진분홍색 띠가 책을 고르는데 장애가 되긴 했지만....진분홍색 띠를 벗겼을 때...나는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너무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 책이 만들어 지기도 전에 그려진 그림 이란걸 알았을 때 놀라고 말았지만.

책의 내용은 너무나도 훌륭했다. 이런 보석같은 책을 놓쳤더라면 무척 아쉬웠을 것이다. <초원의 집> 이후로 이렇게 서정적이고 따뜻한 내용의 책은 실로 오랫만 어었다. 아.... 아쉽게도 그 책은 지금 내게 없다. 내 가장 친한 친구에게 빌려 주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꾸자꾸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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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이사도라 - 포에버북스 18
이사도라 던컨 / 오늘 / 199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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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왜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 이었던 말....
<맨발의 이사도라>는 이사도라 던컨의 자서전이다.
그녀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홀로 춤을 추었다.
임신 내내 냉동굴과 포도주만 먹던 어머니에게서 그녀는 태어났다. 어머니를 걱정 시켰던 격렬한 발작과 함께....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온 몸을 심하게 떨고 발작증세를 보였다.
태어나자 마자 기쁨을 표현한 것인지...
그녀는 필시 그녀의 어머니가 임신 내내 먹은 포도주 덕에 디오니소스의 축복을 받았으리라....

그녀의 인생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중학교때 그저 현대 무용의 어머니라고 기계적으로 외었던 이름. 이사도라 던컨.
그녀가, 그녀의 삶이 나에게 이런 영향을 미칠 줄이야....
중학교때 무용시간 외우고는 잊어버린 이름.
그 얼마 후 부산 동보서적 신간코너에서 무척 끌리는 책을 발견했다. 하얀 바탕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여자의 그림이 스케치된 표지...
무슨 이유인지 나는 그 책을 사버렸고, 어느새 책을 산 지 십년이 다 되어 간다.
읽을 때 마다 나는 이사도라를 만나고, 다시 삶의 열정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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