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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티나는 오늘도 한 소년의 옆모습을 보고 사고로 잃은 자신의 아들, 대니의 얼굴을 떠올린다. 티나는 대니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없었기에 더욱더 대니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갔다. 결창과 장의사는 그녀가 아들을 보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버스 사고로 열네 명의 어린 소년들과 함께, 온몸이 찢기고 끔찍하게 으스러진 채로 발견된 대니였기에... 그들의 권유대로 장례식은 관을 닫고 거행되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대니의 시신을 본 적이 없다. 그랬기에 대니를 닮은 아이를 보거나, 가끔은 대니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어딘가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을지는 않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아이의 모습을 본 순간, 그녀의 환상은 깨지고 만다.
티나는 인생에서 큰 도전을 앞두고 있었다.
열여덟 살 때부터 라스베이거스에 살면서 일을 시작했고, 무용가로 활동을 하다 마이클과 결혼도 하고, 대니도 낳았다. 그렇다고 해서 티나는 일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출산휴가를 내고 운동을 시작해 몸매를 회복하여 다시 무용가로 활동했다. 그러다 스물여덟 번째 생일. 댄서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안무가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처음에는 싸구려 호텔 라운지에서 짧은 공연만 꾸렸던 그녀... 하지만 점점 큰 무대로 영역을 넓히고 차츰 인정받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약 1년 전, 대니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호텔의 메인 공연장에 연출과 공동 제작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아들을 애도할 시간도 제대로 가지지 못했는데 이런 큰 기회가 오다니.... 비통하고 우울한 가운데, 극도의 공허함과 무의미함 속에서 그 일을 맡았다. 일하는 도중에도 대니의 죽음을
일하는 도중에도 대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으나 이제 울지 않고서도 아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새로운 쇼 <매직!>의 12월 30일 시사회의 결과에 따라 티나의 미래가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티나는 엄청 예민한 상태였다. 항상 불안하고 심란한 꿈을 꾸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상태 말이다. 집이라고 안심할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물건들이 떨어지기도 하며, 자꾸만 누군가가 집 안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도 아이가 떠나기 전 그대로인 대니의 방에도 들어가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떨어져 있던 검은 칠판 표면에는 "죽지 않았어" 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 이후에도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티나에게 일어나게 되는데...
<어둠의 눈>은 일상이라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인 12월 30일부터 1월 2일의 짧으면 짧았다고 할 수 있는 4일 동안 벌어진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강인한 한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액션, 서스펜스, 초자연적 현상을 함께 풀어낸 작가의 초기작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40년 전에 쓴 소설이지만 우한 소재 연구소에서 유출된 '우한-400'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이런 소재 덕에 이례적으로 출간된 지 40년 만에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도 하는데, 기사를 읽어보니 초기 소설에는 바이러스 근원지는 러시아였고 1998년 판부터 우한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다음 내용이 궁금하여 빠른 속도로 다음 장을 넘겼다. 작가의 초기작이기도 해서 그런 것인지 초반 부분에 너무 많은 이야기와 과정을 담아서 그런지 몰라도 후반 부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반부까지는 여러 가지 호기심들의 증폭들, 대니의 죽음에 관한 비밀들이 흥미로웠지만... 비밀들이 밝혀지고 뒤로 갈수록 더 분위기가 고조될 줄 알았건만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느낌이라 약간은 공허함도 있었다. 그래도 비밀에 다가서는 단계를 같이 밟아가는 과정은 너무 즐거웠다! <어둠의 눈>이 한국에 초판 출간 후 40년만 처음이라고 하는데 액션 스릴러, 음모가 담긴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