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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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세계를 꿈꾸고 실현한 33인의 예술가들의 이야기. 미술, 음악, 건축,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한 시대를 빛내고 이름을 떨친 사람들의 삶을 다뤘다. 33인 중에 유명하여 익숙한 인물들도 보였지만 낯선 이름들도 눈에 띄었다. 그중 내가 눈길이 갔던 몇몇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평소에 관심 있던 인물들

✔️p90 어리사 프랭클린
최근에 본 영화 리스펙트가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노래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주변 상황이나 어리사 프랭클린의 이야기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졌었는데 디트로이트의 '8마일 로드'에서 일어난 차별 때문에 흑인들이 거리로 나왔던 것이었구나. 'Respect'라는 노래가 끼친 영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디트로이트 흑인 인권운동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페미니스트, 성 소수자 운동에서도 상징적인 곡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나는 어리사 프랭클린 노래 중에서는 'Natural Woman' 이 제일 좋다.

✔️p272 이타미 준
이타미 준의 바다를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유년 시절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괴롭힘을 당한 그.31년만에 조국 땅, 한국에서조차도 그를 반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한국에도, 일본에도 완전히 섞일 수 없었던 이타미 준이었지만 부모님 덕분에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 건축물의 그의 삶이 녹아있는 모습이 참 아름다운데 언젠간 제주도에 가서 그의 건축물들을 눈에 꼭 담아보고 싶다.

✔️p352 조지 로메로
좀비 조물주 조지 로메로! '살아있는 시체들이 밤'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있어서 봤다가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좀비의 유래가 아이티 민간신앙 부두교였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부두교 주술사는 사람들에게 약물을 주입해 환각 상태로 만들어 일하게 만들어 노예로 부렸다고 한다. 이런 좀비 이미지를 바꾼 사람이 조지 로메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 호러영화를 만들고 좀비에 빗대 세대를 풍자하는 모습과 좀비라는 존재를 재창조해 줘서 감사하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다양한 좀비에 대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까!

✔️p362 알베르토 자코메티
자코메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전시회에 갔을 때 앙상한 인간들을 보고 어떤 심오한 뜻이 담겨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을 겪고 자신이 알던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 시작하면서 인간 청동상 작품이 시작되었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작품에 담으려고 했다고 한다. 도슨트분의 설명을 듣고 나서 그제야 조금이나마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려운 조각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제일 처음 알게 된 조각가 자코메티를 예술가의 일에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잘 몰랐던 인물들

✔️p110 안토니 가우디
원하는 대로 마음껏 만들 기회를 얻게 되어 첫 번째 대규모 건축물인 구엘 저택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승승장구를 하던 가우디. 허나 자만하지 않고 사치도 하지 않으며 겸손을 유지하며 오직 건축만 생각했다니. 이렇게 자신을 돌보지 않고 한 가지에 푹 빠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지만 가우디의 최후를 알고는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이름은 유명했으나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아 전차 사고를 당하고도 남루한 옷차림을 보고 사람들이 방치하여 이리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었다니... 천재의 삶이 이리 허무하게 끝날 수 있나? 참.

✔️p316 비비안 마이어
벼룩시장에서 발견된 사진으로 인해 세상에 알려진 비비안 마이어. 그녀는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보모, 가정부, 간병인으로 살면서 카메라와 함께했다. 카메라를 들고 눈에 들어올 때마다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의 순간의 이미지를 수집하는 느낌이 강했다고 한다. 책에 실린 사진들 몇 장만 봐도 느낌이 좋더라고! 죽어서 자신의 사진들이 이렇게 화제가 되고 많은 관심을 받을 거라고 본인은 상상이나 했을까? <비비안 마미어를 찾아서> 라는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봐야겠다.

이미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의 사연이 궁금했고, 어떤 일을, 어떤 마음으로 했는지 알고 싶었다는 조성준 작가님. 덕분에 잘 몰랐던 인물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새로운 예술가들도 접할 수 있었다. 다른 분들도 이 책을 읽고 다양한 예술가의 삶을 접해보고 좋은 영향력을 받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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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집 의사 친구, 닥터프렌즈
닥터프렌즈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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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 명이 뭉쳤다. 의사이자 웹 소설 작가로서 많은 소통을 하던 이낙준을 중심으로 대학교 동기 우창윤과 군대 훈련소 동기 오진승이 모여 한 유튜브 콘텐츠 채널이 생겨났다.

▫️1장 세상 어디에도 없는 병원
닥터 프렌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확고하게 하고 싶은 각자의 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하여 생각한 것들을 적었다. 확실히 자신의 분야 안에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해 보이더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변했으면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상담이나 심리 치료 프로그램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2장 친절한 Q & A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닥터 프렌즈의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자주 접하는 건강 고민 상담 시간! 코 뼈가 휘면 꼭 수술해야 하나요? 배달 음식과 외식을 끊을 수가 없어요, 공황장애에 대해 알고 싶어요 와 같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할 법한 상황들이라 재미있게 읽어 나갔다.

▫️3장 시끌벅적 세 사람의 이야기
고등학생 시절부터 진로를 선택하고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유튜버가 된 후의 삶 이야기들을 적었다. 6년이라는 긴 의대 생활이 짧지 않은 기간인지라 그동안 겪은 일들이나 생각했던 감정들을 의사 준비하는 사람들이 읽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


인터넷에 넘쳐나게 정보가 흘러나오는 요즘이지만 그중 정확성, 정보의 진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느낀다. ~카더라 하는 정보도 꽤 많으니. 이런 어긋난 의학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서 닥터 프렌즈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백종원 대표도 비슷한 이유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지 않았는가?

궁금해서 유튜브 채널을 검색해 보았는데 구독자가 73.2만 명이 넘는구나! 정말 놀랐다😱 영향력이 엄청날 듯⁉️목록들을 넘겨보았는데 사람들이 평소에 신경 쓰는 구취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소화기관에 관한 궁금증 등, 일상 건강에 대한 영상들이 많이 보였고 가볍게 일상에 대한 것들, 의학 관련 드라마같이 보기와 같은 콘텐츠들도 눈에 띄었다.

아르테에서 요즘 유튜버들과 협업하여 책을 출판하는구나.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에 이어 두 번째. 그만큼 유튜버 파워가 엄청나다는 거겠지? 친구 중에서도 닥터 프렌즈를 알고 있는 아이도 있었는데 유튜브를 안 보는 나로선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의학에 관한 이야기라면 다소 멀게 느껴지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는 그러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확실히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들이라 믿고 보는 콘텐츠가 많을 듯을 싶은데 나도 가끔씩 찾아서 보려고 한다. 차가운 이미지가 아닌 친구 같은 느낌이 닥터 프렌즈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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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심장 -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마르 베네가스 지음, 하셀 카이아노 그림, 정원정.박서영(무루) 옮김 / 오후의소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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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시인 마르 베네가스와 포르투갈 아티스트 하셀 카이아노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새의 심장💕

표지 삽화부터 눈길을 끌었는데 그림책을 넘길 때마다 빨강, 파랑, 검정 세 가지 절제된 색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이어져 스토리에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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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태어난 소녀는 바다에서 들려주는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인다. 가끔은 엉뚱한 질문, 상상을 하면서 읽는 법을 배워 책을 읽기도 하곤 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소녀는 할머니가 항상 불러주던 자장가 <물의 소녀 나나>를 기억하며 자신을 나나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할머니를 위한 시를 '처음으로' 짓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나나는 바다에서 느끼고 들으며 노트에 가득 채운 글로는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방법들을 생각하게 되고 결국엔 시와 시의 마음을 찾아 도시로, 숲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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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의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좋았지만 친구 마르탱과 편지를 주고 받는 모습이 너무 좋더라. 두 인물의 우정이 너무 따뜻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나나가 모은 작은 보물들을 나열할 때는 나도 바닷가에 가서 주웠던 조개껍질들과 산호조각을 보면서 나나의 아름다운 모험을 잠시동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시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을 보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파도같다고 생각했다. 시를 읽다보면 차분해지기도 하고 감정이 휘몰아치기도 하고 한없이 가라앉을 때도 있기에. 그것이 마치 파도같다고 여겨진다.

또 좋은 시란 무엇일까? 질문을 혼자 해보았는데 시를 읽고 메세지가 있어 뭔가 깨달았다면 그것도 물론 좋은 시이겠지만 그저 내가 즐기고 무엇이라도 조금이나마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새의심장은 책꽂이에 꽂아두고 생각날 때 마다 읽고 싶은 너무 예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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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성폭력의 사각지대에 혼자 남겨진 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
하인츠-페터 뢰어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의마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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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편안해야 할 가정이라는 보금자리에서 성적으로, 정서적으로 학대받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너무 무겁고 심적으로 힘들 이야기일 것 같아 책을 읽기 전에 한 번 더 마음을 다잡았다.

1부: 털복숭이 공주의 운명 : 가정에서의 성폭력
2부: 가정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폭력
3부: 성폭력과 중독

1부에서는 그림형제의 '털복숭이 공주' 동화를 통하여 상처받은 아이의 내면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너무 충격적이었던 것이 이 동화가 근친 강간, 아버지에 의한 성폭력의 비극이 비유적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이었다. 동화의 비유들을 분석하고 작가가 진행한 테라피 프로그램 심리 치유 상담의 내용을 견주어 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2부에서는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학대에 대해 더 자세히 다룬다. 정서적 학대의 관계 손상은 '사회 유전'의 형태로 대물림되는데 나중에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하는 행동이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린 시절 받은 학대는 성격 장애, 중독 질환 등과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3부에서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 K에 대한 이야기. 어린 시절 엄마의 남자친구로부터 겪은 고문과도 같은 경험으로 인해 생긴 성관계 중독을 혼자 극복해 보려 노력은 했지만 결국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분별없는 삶을 보내고 있는 K의 내밀한 고백을 실었다.

성폭력, 아동 성매매와 같은 문제들을 언론이나 여론에서는 예민하게 다루며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들은 많은 반면 정작 가해자의 정신 치료에 대한 신경은 그다지 쓰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들의 심리 치료 또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겉으로 보면 이러한 문제들이 화두가 되는 듯하지만 외면당하고 있는 피해 생존자들은 생애 동안 내내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고통받는다.

처음에는 마냥 무거운 이야기일 것 같아 책 읽기가 어려웠는데 읽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침묵의 공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오히려 이런 어둡고 접근하기 어려운 이야기일수록 숨기지 말고 귀 기울여 주어야 한다는 것. 개인의 상담 기록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 준 사람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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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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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날, 여인이 차 안에서 한 가족의 행복한 저녁 시간을 남몰래 구경하고 있다. 우연히 딸아이와 눈이 마주쳤으나 그 아이는 커튼을 내리는 대신 오히려 그녀에게 이 아름다운 모습이 더 잘 보이도록 가족들을 창문 한가운데로 이끈다. 그러곤 이 상황을 똑똑히 잘 보라는 듯이 그녀에게 시선을 떼지 않으며 여자의 차를 응시한다.

블라이스는 학창 시절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폭스를 만나 너무나 행복한 시절을 보낸다. 자신이 부모에게 받아보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폭스와 그의 가족들에 받으며 결혼까지 약속하는 사이가 된다. 이대로 행복을 이어가며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던 그녀의 삶은 두 가지로 나누어졌다. 바이올렛이 오기 전의 세월과 온 후의 세월로.

좋은 엄마란 무엇일까? <푸시:내 것이 아닌 아이>에서는 여자들에게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말하고 자연스레 여자들은 자신이 좋은 엄마가 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블라이스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하지 않는 생각까지 하면서 자신의 딸 바이올렛을 감당하기 힘들어한다. 바이올렛의 기이한 행동들이 이어지던 중, 어느 날 미끄럼틀에서 일라이자라는 남자아이가 떨어져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미끄럼틀에는 바이올렛도 있었다.

태어나서부터 정성을 다해 돌보지만 아이가 자신을 싫어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가 성장을 하면서 보이는 꺼림직한 행동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도 믿기는커녕 어린아이에게 무슨 말이냐며 핀잔을 듣고 오히려 본인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한다면 점점 포기하게 될 터. 후에는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이 '나는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의 엄마가 아니야' 라며 상황을 회피하기까지 이른다.

인간의 본질은 성선설이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인간의 타고난 성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케빈에 대하여> 이후에 모성의 결핍과 어두운 부분을 면밀하게 잘 나타낸 작품같다. 바이올렛의 행동을 보면서 블라이스와 같이 맘 졸이고 불안해하다가 결말을 보면서 자연스레 소름이 돋았다. 긴장감 있고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였던 소설이었다.

📍같이 보면 좋을 영화, 소설 : 케빈에 대하여, 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는 읽었는데 왜 내용이 기억이 안 나지?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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