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P51 팩트체크가 아니라 공감
심리학자 하인츠 코헛은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어떤 관계를 통해 진정한 공감을 얻으면 '심리적 산소'(psychological oxygen) 을 공급받는다고 했다. 나는 이 표현을 좋아한다. 나에게 공감해 주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면 꼭 질식할 것 같은 위기가 찾아왔다.
SNS를 보다 보면 요즘에는 큰 금액을 지불하고 모임을 가지는 멤버십 형태의 채널이나 회사가 많이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얻지 못하는 심리적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서, 진정한 공감을 얻기 위해서 그러한 모임에 가입하는 거겠지? 공감대가 형성되기 쉽지 않으니... 그런 것 보면 나는 조금 행운인지도? 동네 친구들의 관심사가 너무나도 비슷하기에! 영화를 좋아하는 모임은 좀 가보고 싶다!
P96 여백에 대한 공포
구스타브 클림트의 풍경화에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여백이 없다. 그 그림들을 보면 '호로 바쿠의 (Horror Vacui)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여백에 대한 공포'라는 이 표현은, 중세 수도사들이 필사하던 책의 여백에 빽빽하게 그려 넣은 반복적인 문양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나도 여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던 필사를 하던 종이에 꽉 찬 그림을 좋아하는데, 중세 시대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았다니. 그래서 클림트 그림들을 좋아하나?
P130 감사하는 마음은 감사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든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변화가 생긴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에 짧은 감사일기를 적어보는 것도 좋다.
감사하는 마음. 요즘에 많은 사람들이 이전의 일상이 얼마나 감사했던 것들 투성인가 느낄 것 같다. 나 또한 그렇고!
P153 이브와 함께 해변의 노을을 봤다
그래서 이브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이브가 바닷가에서 뛰놀 수 있게 해줘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암인 줄 알았던 이브. 천만 다행히도 아니었지만. 나도 리코가 어렸을 때, 계속 토하고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축 늘어져 있던 날, 병원에 데리고 갔다. 피검사하고 정밀검사까지 하고 결과를 받으려면 며칠 걸리는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겁먹고 동생과 엄청 울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리코는 여전히 밥 달라고 야옹야옹 거리면서 잘 지내고 있다. 고양이는 여행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책을 읽으면서 '오늘도 위위'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P177 멈추지 않는 행복 회로, 덕질
덕질하는 대상에는 한계가 없다. 전국의 빵집을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고, 전국 아파트 단지의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동물 덕질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덕질에 빠져드는 이유는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때문에 덕질에 몰입한다.
의외로 연예인 덕질은 빠져본 적이 없다. 현실적인 거리감 때문인지 오히려 카페, 빵집 이런 것들에 더 관심을 두었던 것 같다. 요즘엔 찬실이에 빠져있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때문에? 고립감에 벗어나기 위해? 라기보다는 그저 좋으니까, 응원하고 싶으니까!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을 했다.
P186 영화광은 앞자리에 앉지요
극장에서 앉은 자리에 따라 성향을 분석한 글을 외국 사이트에서 본 적이 있다. 앞자리에 앉는 사람은 '영화 마니아'라고 했다. 극장의 앞자리에서 영화를 보면 스크린 밖의 검은 부분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영화 안에 들어가 있는 듯 느껴지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용산 CGV에 일주일에 한 번씩 특별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도 매주 목요일에는 극장에 가서 아무 영화나 봤다. 매번 세 번째 줄에 앉았다. 화면 밖의 세상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매주 목요일은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하는 요일이니 작가분은 무작정 가서 아무 영화나 골라보았던 모양이다. 외국에서는 앞자리에 앉는 사람은 영화 마니아구나. 한국은 뒷자리가 좋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앞자리 좌석 가격이 낮아졌기에... 나도 앞 좌석을 좋아하는데! 스크린 밖의 검은 부분이 시야에 들어온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 의식이 없었나? 극장에서 선호하는 자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
P207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그래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은 사람들은 카페에 간다.
정말 신기한 것이 카페에 가는 이유가 나 같은 경우에는 집중하기 위해서다. 신기하게 나만의 세계(?)에 빠지게 되면 주변의 소음이 신기하게 백색소음이 된다.
P216 My favorite things
롤랑 바르트는 그의 에세이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죽 나열한다.
예전에 펜팔이 유행했을 때 게시글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주르륵 나열해서 다른 이와 나와의 공통 관심사를 찾고 편지를 주고받을 때도 저런 리스트를 넣었던 것 같다. 오글오글. 그런데 또 다른 이의 좋아하는 것들 리스트를 보면 되게 재미있다는 거! 롤랑 바르트의 책도 궁금해졌다.
*롤랑 바르트 <밝은 방>
P230 책 읽기를 통해 얻는 불분명한 혜택들
책을 읽어 얻는 것 중에는 감동이나 정보, 즐거움도 있지만 애매한 것이 주는 혼돈도 좋아한다. 책을 읽는 것은 거대한 의문부호와 우주의 혼돈을 가슴에 품는 과정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읽는 것도 물론 좋지만 다양한 책을 읽어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정말 생각하지도 않을법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의 힘이랄까? 요즘 어려운 책들을 접하면서 생각의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진 느낌이 들기에!
작가는 초등학생 때부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나라고 인지할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혔을 정도로 자신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내면으로 여행을 떠났다.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들이었는데, 그 프로그램의 작가님이 쓰신 에세이라고 하여 눈길이 간 책이었다. 전체적으로 글이 참 따뜻했다. 요즘 이래저래 마음이 지쳐 있었는데 책을 들고 읽고 다니면서 기운을 얻었다. 요즘 우울하신 분들 많으실 텐데 읽으시면 좋으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