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지음 / 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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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만 파는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지킴이 시인 유희경님의 서점에서 일어났던 일들, 생각했던 것 등 서점에서의 다양한 일상들을 다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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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 음악, 읽는 일과 듣는 마음

🔹종일 한 곡만 반복해 듣고 있다.

🔸어떤 노래에 빠져들면 하루 종일 그 곡만 듣는다. 질릴 때까지! 그런데 대게 이런 곡은 플레이리스트에 차곡차곡 쌓여서 이따금씩 또 하루 종일 듣는 노래가 된다.

🔹서점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열 중 일고여덟은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즘에는 어디에서든 이어폰을 착용하는 이들이 많아서 실수도 많이 한다. 기억에 남는 나의 실수담은 어떤 손님이 드립 무슨 무슨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죄송하지만 드립 커피는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알고버니 에어팟으로 전화 통화 도중에 '드립 하지 마'라고 말했던 상황이었던 것. 민망민망! 그 이후로는 직접적으로 나에게 질문하지 않는 이상은 가만히 있는다.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칭찬은 갖춰 놓은 서적 목록에 대한 칭찬만큼이나 기쁘다.

🔸플레이리스트 다 좋아요! 혹은 노래 듣다가 지금 지나간 곡 뭐예요? 라고 물어볼 때 뿌듯함. 알죠알죠!

✔️p134 낭독회, 서점의 보물

🔹한국 시는 더 이상 낭독에 어울리지 않아. 우리의 시는 모두 문자화되었어.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아. 왜냐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시를 듣고 울거든. 슬픔이 아니야. 감격도 아니고. 감동도 아니고 환희나 기쁨도 아니지. 그 사이 무언가 어떤 것이야.

🔸낭독회를 찾아가 시 낭독은들어 본 적이 없지만 시를 읽고 마음이 울렁거린 적은 있었다. 그래서 계속 다양한 시집을 읽어보고, 새로운 시를 읽고 울렁거리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데 마음에 확 들어오는 시가 없네.

✔️p142 친구, 캔커피를 들고 찾아온

🔹서가 앞에서 한참이나 망설이던 남자가 있었다. 오랫동안 찾아 헤맨 시집이 있다는 거였다. 시집 제목도 시집 이름도 도무지 모르겠다고. 기억하는 건 시구의 일부뿐이라 했다.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들어보자 했다. 정확하진 않은데, 너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에서 뛰고 나의 심장은 너의 왼쪽에서 뛰는 그런 내용이에요. 세상에.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저 많은 시 중에 내가 정확히 기억하는 시를 찾을 줄이야.

🔸인터넷에서 '봤던 영화인데요, 들었던 노래인데요~' 하며 흐지부지한 설명으로 제목을 찾는다. 글 내용만 보아서는 아무도 모를 것 같은데 덧글로 누군가 제목을 말하고 글쓴이가 '이거 맞아요!' 란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고 기묘하다.

✔️p 155 우체국, 다른 세계로의 통로
몇 해 전만 해도 혜화동 우체국 정문 앞에는 몹시 커다란 우체통이 있었다. 그것은 명물이었다. 그러나 어느 해 철거되었고,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우체통만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이 종종 서운하다. 작은 우체통만이라도 오래 남아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 역시 머지않아 철거될 거라 짐작하고 있다. 다른 많은 것처럼 어느 날 찾아보면 없겠지.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에도 평범한 우체통이 있었는데 편지를 넣으려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얼마 전 홍대 쪽에서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큰 우체통을 보고 반가워서 사진을 찍었다. 나 또한 작은 우체통만이라도 오래 남아 있으면 좋겠다.

✔️p195 크리스마스, 기다리고 기다리는
🔸아무리 내가 시인이래도 시집 서점을 운영하고 있대도 시집이 근사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기사로도 본 적이 있다. 제일 받기 싫은 선물 1위가 책 이랬다. 하물며 시집은.

🔹제일 받기 싫은 선물 1위가 책이라는 사실이 약간은 충격이다. 시집을 선물로 받은 적이 몇 번 있는데 나는 엄청 좋던데. 세상 사람들이 너무 영상에만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또 한 번 든다.

매일매일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가는 기분이라고 말씀하시는 작가님. 일기장을 들춰보는 기분이었다. 6년이란 세월이 결코 적은 세월은 아니니까. 종종 서점에 머무는 독자들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고 작은 서점 일의 즐거움에 대해 고민하신다고 하는데 그 따뜻한 마음이 책에서도 자연스레 느껴졌다. 한 번 방문해보고싶은 서점! 나선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가서 책장에 가득 채우고 있는 시집 중에 한 권을 골라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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