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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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9.25

 소설은 끝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 고도를 기다려야 하는 지루한 작업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기다려야 한다. 아니, 기다려야만 한다. 과거를 망각한 채, 오늘이라는 다리로 뿌리내니고 있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기다릴 수 있는가? 고도는 누구인가? 왜 기다려야만 하는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마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추락하는 저 물방울처럼, 삶의 깊은 나락으로 무한히 추락할 것만 같은 오늘! 우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도라는 타자를 기다리는 것으로 삶을 지탱해 나가야 한다.

 
 소설 속 장치들의 유혹처럼 소리를 듣고 반응할 수도, 알 수 없는 나무에 목을 멜 수도, 함께해온 벗과 헤어질 수도 있다. 작은 것에 매몰되고, 과거를........... 그리고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그냥 그렇게만 서 있으면 된다. 


 고도를 기다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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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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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21

 그는 언제나 삶을 묻는다. 그것이 이번에는 죽음을 통해 나타났다. 향긋한 과즙, 아니면 잘 숙성된 포도주. 이것이 새로운 삶으로 나를 안내한다면, 또는 또다른 세계를 열어준다면...... 풍성한 결실은 곧, 완성을 의미할 수도 있으련만.....

 내가 마주하고 있는 세계! 내 안에서 나를 응시하는 그 정체는 나의 분신인가? 이 마주침은 끔찍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생의 수레바퀴. 곧, 나를 둘러싸는 굴레여. 나는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세계는 나를 파괴하지 않으면 결단코 벗어 날 수 없단 말인가. 수레바퀴의 자유로운 강제성을 벗어날 힘이 없었다. 이 굴레를 깨고 나오려면 세계가 깨어진다. '알을 깨고 나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 해야만 하 듯! 아니면 나 자신을 부셔 버려야 할지도...... 그것은 또다시 나를 구속하는 낯설음으로, 어쩌면 무한 반복의 괴로움으로 나와 마주한다. 

 나는 항상 그 몽롱함 속에 존재한다. 가능성과 사실, 환상과 현실의 그 애매한 구분처럼 그 틈 사이에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내가 환상 속에 빠진 걸까? 한스가 새로운 세계속에 존재하는가? 모르겠다. 단지, 모르겠다. 내가 소설을 읽을 수 있을까? 헤세는 이번에도 나를 우롱하며, 멋대로 적어 내려가고 있지 않은가? 아! 나는 현실속에서 가상을 살아가고 있었던가! 그렇다면 그 가상이 더 Real하다. 피하고 싶을 만큼!
 
 29살의 헤세는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한스를 죽음으로 내 몰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죽음은 자살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 단지, 헤세가 한스를 죽였으니까. 그래야만 했으니까.

 젊은 작가로서의 성공은 한스의 마지막과는 다르다. 자신의 성공 뒤에 잠복하고 있던 '그 모든것'에 대한 포기의 투영이 한스를 죽음으로 내 몰았다. 헤세 그 자신은 살아가기 위하여,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한스를 죽였다. 고로, 한스라는 헤세의 분신을 죽인 것은 헤세 그 자신이다.
 

 하나님! 당신을 유지하기 위하여 나를 죽이시려면, 그것은 타살 밖에는 없을거에요. 나는, 나는.... 스스로 이 수레바퀴를 벗어 날 힘도, 세계를 파괴 할 힘도 없으니까요. 다만, 향긋한 과즙향에 취해 살아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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