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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것 행복할 것 - 루나파크 : 독립생활의 기록
홍인혜 지음 / 달 / 2016년 11월
평점 :
“배고픔이 위장의 허기라면
외로움은 관계의 허기.
때로 가득찬 위장보다
허기가 되레 뿌듯하고 감미로울 때가 있는데
외로움도 그와 같다.“ p,021
『혼자일 것 행복할 것』은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한 여성이 자취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기가 되레 뿌듯한’ 그녀의 자취생활은 완벽과는 한없이 멀리 떨어진, 실수와 고난으로 가득한 평범한 삶이다. 그녀의 적나라한 자취일기는 대체로 소소하게 행복하고, 때로는 조금 씁쓸하지만, 대체로 ‘혼자’라서 행복하고 ‘혼자’가 아닌 이유로 씁쓸해진다. 특히 ‘물리력이 약한 여성’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주로 그녀가 슬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혼자 살아가는 일에 어려움이 너무 많다. 옆집 남자와 윗집 남자의 싸움에 피해를 입어도 두려워 말을 하지 못하고, 매일 귀갓길을 신경 쓰고, 여자가 혼자 집에 산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혼자 살고 여성이기 때문에, 자신의 조건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되고 때로는 무서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에 항상 두려워한다. 주변의 안 좋은 체험담들이 그녀를 더욱 무섭게 한다.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로 이 집이 ‘여자 혼자 사는 집’임을 들키지 않으려 무지 애썼다.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쉽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065쪽, 「톰슨가젤의 영역」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그 말처럼, 그녀는 스스로를 세렝게티 평원에 톰슨 가젤에 비유한다. 톰슨 가젤은 포식자가 잡아먹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그녀는 자신이 언제라도 ‘살아남을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추상적 공포를 느끼며 살아간다. 그 공포가 기본값이기 때문에 일일이 벌벌 떨며 일상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매번 발목을 붙잡고 때로는 자신을 꼼짝 못하게 하는 압도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혼자를 선택한다. ‘혼자일 것’이라는 말 뒤에 ‘행복할 것’이라는 말이 붙는 까닭은 아마 혼자여야만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거나 따로 동거인이 있지 않아도, 아니 오히려 혼자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온전한 행복함. 고독할 권리.
“우리는 안정적으로 외롭다. 타인의 구원은 글쎄, 지금으로선 딱히 필요하지 않다.”
126쪽
타인의 구원. 고독한 솔로가 커플이 되거나 외로움을 풍기는 독신자가 결혼을 하거나. 그 어떤 연유로든 배우자를 만나 행복하게 백년해로를 하는 숨 막히는 ‘평범함’. 그런 형태의 관계를 추구하지 않아도 그녀는 충분히 행복하고 충만하다. 애초에 연애나 결혼이라는 관계가 함께함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 않는가. 그럼에도 사회는 혼자인 사람들에 대해 지적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나보다. 불쌍하고 외로운 솔로가 언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지에 대해 관심이 너무 많다.
그녀의 자취일기는 ‘혼자 사는 일의 충만함’으로 읽힌다. 분명 1인 가구와 혼자 살아가는 일은 다른 일이다. 살아가는 일은 집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겐 ‘1인 가구’=‘혼자’=‘외로움’의 등식이 너무 당연해 항상 연결짓나보다.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한다고 하여 같이 사는 것도, 반대로 공유하지 않는다고 하여 같이 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찌되었든 살아가면서 혼자인 시간은 존재하고, 우리가 그 시간에 언제 어디에 있는지 다를 뿐이다.
"우리는 안정적으로 외롭다. 타인의 구원은 글쎄, 지금으로선 딱히 필요하지 않다."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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