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컴퓨터화면으로 얻는 지식과 정보로 하루 하루를 보낸다. 인터넷의 놀라운 작동에 새록새록 놀라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무한한 복음이기만 한 것인가.  

 

나는 어느새 컴퓨터 화면에서 열줄 이상의 글을 읽는 것도 지루함을 느낀다. 조금만 긴 글을 보면 좀 짧게 써 주시지.. 하면서 속으로 투덜댄다. 구글 검색과 위키피디아의 대단함에 놀라고 이용하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포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제목보고, 단락 보고, 그중에 필요한 아주 일부분만 취하고 다른 페이지로 넘어간다. 이런 모습은 과연 자연스러운 것인가? 이런 모습이 나의 사고방식과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위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한 진지한 문제제기를 한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 (니콜라스 카, 청림출판)이다.  1964년 맥루한은 고전적 저작 '미디어의 이해'를 출간했다.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는 명제와 수많은 영감을 지금껏 발산하고 있는 책이다. 니콜라스 카의 책은 인터넷이 발전하여 거의 모든 지식과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시대에서 맥루한의 명제를 아주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맥루한이 말한 미디어는 사실 보통의 미디어 자체에 국한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기술과 도구는 인간의 감각과 활동의 관점에서 볼 때 '미디어'로써 동일하다. 

 

문자라고 하는 인간의 '생각의 도구'의 발전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영향 또는 변형을 가한 역사적 시기는 지금까지 세번 있었다. 

 

첫째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시대, 알파벳이 창안되면서 인간의 사고를 '기록'할 수 있게 된 때이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생각이 문자로 기록됨으로써 인간의 영혼의 힘이 쇠락해 갈 것'이라고 보았다. 구술문화의 전감각적인 소통과 인간의 기억에 녹아있는 그 자체의 힘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 플라톤은 그 반대였다. 플라톤은 '인간의 생각으로 부터 독립된 의식'이 분명하고 실체적인 진리를 이룬다고 믿었다. 그의 이데아론은 문자의 발명에 의해 가능했다. 이때 부터 인간으로 부터 독립된 절대적 관념론이 시작되었다. 

 

두번째는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이다. 필경사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수도원을 중심으로 소유되던 책이 소수의 독점물에서 벗어나 대중들의 손에 쥐어지게 된다. 종교혁명과 계몽주의,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가능하게한 인간 능력의 비약적 발전을 가능케한 인쇄혁명 시대이다.  모든 인류의 의식, 사고, 지능의 총화는 글과 책에 담겨있던 시대였다. 책과 도서관이 인류 문명 그 전체의 증거가 되었던 시대이다. 신으로 부터 인간을 회복시켰고, 자연의 제약을 극복하고 높은 생산력을 가능케했으며, 대중의 의식의 발전 만큼 만인이 주인이 되는 사회의 가능성을 이루어 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인터넷 혁명이다. 이 혁명은 현재 진행중이다. 그것의 결말이 어떤 모양이 될런지는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은 이러한 혁명의 핵심인 인간의 '생각의 기술'  즉, 인간이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창조하고 유통하고 있는가를 다룬다. 그리고 문자의 발명, 인쇄혁명이 그러했듯, 인터넷 혁명이 인간의 뇌를 과거와는 다르게 변형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고요함 속의 깊이 있는 사색을 가능케 하는 책'이 만들어낸 인류의 모든 창조적 진보는 앞으로도 계속 가능할 것인가 아니면 경박하고 단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데이타와 정보 쪼가리들을 채집하고 사냥하는 그저 그런 사고 수준에서 머물 것인가. 거대한 인터넷 뒤편의 거대한 절대기계의 단말기로 인간은 전락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사고 행태 자체가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로직으로 대체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는 이런 위험이 매우 현실적이라고 본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나 유난히 난독증에 시달리는 분들, 그리고 책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거나 고려하는 분들은 필독을 권한다. 구글의 놀라운 지배력이 계속 확대되고 소셜미디어가 일상생활에 깊숙히 침투되어 갈 수록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의식적인 노력 없이는 과거와 같은 책읽기는 점점더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영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저자가 구글이 지배하는 인터넷에 '테일러리즘'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가를 살펴 볼 수 있다. 좀더 나가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와 구글의 인터넷 검색 시스템의 근본적 유사점과 차이점을 구분할 수 있는 단초를 보여 준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먹고 살고 있는 기획자나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스티브잡스는 엔터테인먼트 수준에서이긴 하지만 Liberal Art(인문학이라고 번역하기는 조금 거시기한 단어)와 기술의 결합이라는 브랜딩으로 성공했다.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하는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은 일면 진실도 있고 섹시하기는 하지만 아주 협소하다. 인터넷을 사용하고 그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다 넓게 살펴볼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사고방식이 인터넷에 의해 어떻게 규정되고 변형되고 있는지 평소에 별로 자각하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책을 보면서 한번 쯤 되돌아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넷이 지배하는 시대에서도 나의 생각을 보다 정제하고 지식을 갈고 닦으며 사상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주의할 점이 무엇일까를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글이 길어질 수록 인터넷 사용자들은 짜증을 낼 것이다. 이미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아직 현대 인터넷에 덜 '물든' 분인 것만은 분명 사실이다.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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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왈맹자왈 2019-11-02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봐도 좋은 책이네. 사보고 싶다. 요즘은 영혼을 울리는 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