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존재들을 위한 여행사 - 제4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 우수상 수상작 ㅣ 파란 이야기 29
장은별 지음, 모예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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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살다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지는 순간이 있죠. 어른인 저도 어떤 선택이 옳은지 몰라 고민할 때가 있는데요. 아직 세상을 알아가는 중인 우리 아이들에게는 선택의 순간이 더욱 어렵고 두렵게 느껴질 것 같아요.

앞으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동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존재들을 위한 여행사》를 읽어 보았어요.

이 책은 제4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 우수상 수상작으로, 120명의 어린이 심사위원이 직접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에요.

장은별 작가의 섬세한 이야기와 모예진 작가의 신비롭고 서정적인 그림이 어우러져 판타지 세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한답니다.

주인공 유노는 초등학교 6학년 육상 선수예요. 정해진 트랙 위에서 열심히 달려온 유노는 어느 날 부모님의 이혼 소식을 듣고 큰 혼란에 빠집니다. 엄마와 아빠 중 누구와 살 것인지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마음은 더욱 복잡해지죠.

육상 대회에서도 최악의 성적을 낸 유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낯선 골목에서 길을 잃고, 그곳에서 '도꼬마리 여행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여행사는 조금 특별해요. 물귀신부터 목공소 할아버지, 경주마 마파람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곳이거든요. 이들은 모두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존재들이랍니다.

여행비가 없는 유노는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사의 임시 아르바이트생이 되고, 손님들의 여행을 도우면서 다른 존재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마음도 조금씩 들여다보기 시작해요.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손님들이 떠나는 여행이 유노 자신의 고민과 연결된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단순히 손님들의 목적지를 찾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존재들의 아픔과 사연을 마주할수록 유노는 자신이 외면했던 마음과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목공소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유노에게 중요한 변화를 가져와요. 지금까지 유노는 어른들이 정해 준 선택과 규칙을 잘 따르는 아이였어요. 정해진 길을 따라가면 적어도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할아버지의 사연을 마주하면서 유노는 처음으로 규칙을 어기기로 마음먹습니다. 남이 정해 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내 마음이 향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이 질문은 책을 읽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인 저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겼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는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 없잖아요.

경주마 마파람의 이야기도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관절염으로 더 이상 마음껏 달릴 수 없게 된 마파람은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곳을 찾아옵니다. 그런데 그곳은 5년 전 유노가 미아가 되었던 바로 그 놀이공원이에요.

엄마와 아빠가 다툴 때마다 반복해서 언급되었던 그날의 기억은 유노에게 오랫동안 상처로 남아 있었죠. 유노는 마파람을 도우면서 자신이 두려워했던 기억도 조금씩 들여다보게 됩니다.

저는 이 과정이 참 좋았어요. 무서운 기억을 억지로 없애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한 걸음 내딛는 모습이 진정한 성장처럼 느껴졌거든요.

우리 아이들도 살아가다 보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과 실패의 순간을 만나게 되겠죠. 그럴 때마다 실패는 나쁜 것이라고, 빨리 정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잠시 헤매는 시간도 자신을 알아가는 소중한 과정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이 책은 신비로운 여행사와 특별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선택과 실패, 두려움과 용기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합니다. 판타지 동화 특유의 재미를 즐기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에요.

특히 새로운 선택 앞에서 망설이는 아이,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주저하는 아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도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겠죠. 그때 두려움 때문에 잠시 멈춰 서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해서 잘못된 곳에 와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잠시 헤매도 괜찮아요. 내가 바라보는 곳이 앞이 되고, 내 발이 닿는 곳이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와 함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존재들을 위한 여행사》를 읽으며 정답을 찾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 나눠 보세요. 인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 줄 멋진 판타지 동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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