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치트 키 : 실수를 삭제하시겠습니까? ㅣ 파란 이야기 28
이재문 지음, 유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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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실수를 지울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까요?

‘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 말을 하지 말걸.’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아이일수록 작은 실수 하나에도 속상해하고, 지나간 일을 계속 떠올리며 후회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읽은 이재문 작가님의 《내 인생 치트 키》가 더욱 마음에 와닿았어요.

《내 인생 치트 키》는 시간을 저장하고 되돌릴 수 있는 게임을 소재로 한 게임 판타지 성장동화예요. ‘실수를 없애고 완벽한 하루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 행복할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따라가면서 완벽한 나보다 실수하고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주인공 정하루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열세 살 아이예요. 공부도 잘하고 싶고, 운동도 잘하고 싶고, 친구들에게도 좋은 아이로 보이고 싶지만 현실은 마음처럼 되지 않죠. 열심히 준비한 발표에서는 긴장해서 실수를 하고, 반 대항 이어달리기에서는 바통까지 떨어뜨리면서 친구들의 원망을 듣게 됩니다.

속상한 마음으로 후회에 빠져 있던 하루에게 어느 날 정체불명의 게임 광고가 나타나요. 바로 ‘세이브 앤드 로드’ 게임입니다. 원하는 순간을 저장해 두었다가 실수가 생기면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신기한 게임이죠.

하루는 곧바로 이어달리기 경기로 돌아가고, 이번에는 바통을 떨어뜨리지 않고 반을 승리로 이끌어요. 그 순간 하루는 생각합니다.

‘이거… 완전 치트 키잖아?’

그날 이후 하루는 게임을 이용해 자신의 실수를 하나씩 수정하기 시작해요. 친구의 생일을 깜빡하면 다시 돌아가 기억해 주고, 발표를 망치면 다시 돌아가 완벽하게 발표하고, 경기에서 실수하면 다시 돌아가 멋지게 성공하죠. 그렇게 하루는 친구들에게 ‘갓하루’라고 불릴 정도로 완벽한 아이가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완벽해질수록 하루의 마음은 오히려 점점 불편해져요.

처음에는 큰 실수만 되돌리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 실수를 되돌리는 경험을 하고 나니 작은 실수조차 그냥 넘길 수 없게 됩니다.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리고, 행동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세이브와 로드를 반복해요. 심지어 필통을 떨어뜨리는 아주 사소한 실수까지도 참기 어려워지죠.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와도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만약 정말 이런 게임이 있다면 사용하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좋을 것 같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힘들 것 같아서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죠. 실수할 때마다 다시 돌아가서 고쳐야 한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실수하지 않는 것 자체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될 것 같아요.

《내 인생 치트 키》가 재미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라는 소재를 통해 완벽함에 대한 욕심과 실수를 받아들이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거든요.

특히 기억에 남았던 건 하루가 자신이 지워버렸다고 생각했던 ‘실수한 나’와 마주하는 장면이에요.

바통을 떨어뜨렸던 하루, 시험을 망쳤던 하루, 숙제를 다 하지 못해 스스로를 자책했던 하루까지. 하루가 없애고 싶었던 순간들이 사실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었던 거예요.

이 설정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는 흔히 성공한 나만 기억하고 싶어 하잖아요. 시험에서 백 점을 맞았던 나, 친구들에게 칭찬받았던 나, 멋지게 무언가를 해냈던 나처럼요. 하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성공했던 순간만이 아니죠.

실수했던 경험도, 창피했던 순간도, 실패해서 속상했던 시간도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소중한 조각이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신기한 게임 이야기를 넘어 ‘실수한 나도 나 자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성장동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실수했을 때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 되는 것,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보다 부족한 나도 괜찮다고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평소 실수를 많이 걱정하는 아이, 걱정이 많은 아이, 친구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신비한 게임이라는 설정 덕분에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지만, 책을 덮고 나면 마음속에 꽤 깊은 질문 하나가 남는 것 같아요.

‘나는 실수한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완벽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계속 과거로 돌아가는 것보다 조금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

어쩌면 그게 진짜 인생의 치트 키가 아닐까요?

초등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실수’와 ‘완벽함’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기에도 좋은 성장동화, 《내 인생 치트 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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