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들 - 소박한 것의 아름다움에 대한 단상
카를 하인리히 바게를 지음, 유영미 옮김, 이안나 그림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첫 페이지를 열면 탁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상처 받은(?) 친구에게 그는 오래된 포도주를 한병 내주고 말없이 친구를 위로한다. 책 곳곳에 그런 따뜻한 마음이 묻어나지만 난 이 장면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느껴진다. 어쩌면 탁자위로 지는 햇빛이 내리 쬘지도 모르겠다.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가 실망만 가득 담은 친구를 의자위에 앉히고 아끼던 포도주를 한병 꺼내어 조용히 잔을 부딪치고 섣부른 말로 상처줄까 조심하며 부드럽고 사랑담은 눈길로 위로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조용한 실내에 어쩌면 새소리가 들릴지도 모르겠고 시간이 흐르면 친구는 다시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려 일어서고 그는 친구의 어깨에 손을 올린채 다정한 눈으로 배웅하러 현관으로 나갈것이다. 그리고 돌아나가는 친구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현관에 서있을 것이다.

그가 물건들에 담은 애정들은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고 추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흘려 버리는 것들에 그는 애정을 담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그냥 흘려보내는지 알 수 없다. 혹시 그 중에 담겨있는 친구의 마음까지 그대로 무심히 지나치지 않았는지. 난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