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고 싶다 - 시인의 마음으로 시 읽기
함민복 엮음 / 사문난적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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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 부근에 살아서인지 윤이는 지하철 타기를 좋아한다. 시내 나들이나 아빠의 볼일이 있을 때면 막연히 지하철을 타고 반대편 종점까지 가서 점심을 먹고 오는 날도 있는데, 왠지 도심을 지나면 바깥의 풍경은 볼 수 없지만, 시골 같은 느낌이 들어서 푸근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촌(村)’자가 붙은 역을 지날 때면 역명이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오늘 읽은 글에서 ‘방촌’이란 단어를 보았다. 한자로는 꽃다운 마을 같다는 방촌(芳村)이지만 의미보단 소리가 주는 촌스러움이 새로움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방촌(方寸)의 소리 속에 ‘마음’이 숨어 있었다. ‘마음 역.’ 이제 더는 방촌에서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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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을 메고 오늘도 괜찮은 척 - 따뜻한 손길과 위로를 기다리는 청소년을 위한 마음 치유 일러스트 에세이
전진우 글.그림 / 팜파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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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자녀, 조카가 있다면 선물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시각으로 아주 쉽게 부모들이 알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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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네가 오고 있다 - 사랑에 대한 열여섯 가지 풍경
박범신 외 지음 / 섬앤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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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다고 하지 않았나?” 몇 번을 속으로 물었다. 원래 비 오는 날의 습한 공기를 좋아하고, 소리를 좋아하고, 맨땅에 떨어져 거품을 내며 땅속으로 스며드는 비 구경을 좋아한다. 좀 일찍 내렸으면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비를 보았을 텐데 아쉽게도 내가 잠든 이른 새벽에 비가 시작되었나 보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습한 공기,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열어둔 창문 사이로 들려오는 빗소리에 잠을 깼다. 커턴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보이고 하루살이처럼 이리저리 바람에 날리는 비를 보았다. “왜 비를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비 오는 날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의 생각이지만 우리의 몸이 수분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그 수분은 외부의 무미건조한 생활에 수분을 조금씩 뺏기다가 비 오는 날 잃어버린 노름판의 돈을 찾으려는 심리처럼 증발해 버린 내 몸의 수분과 감정의 메마름을 회복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그러한 감정을 먼저 생각하기 전에 몸이 물리적으로 원하는 수분을 보충하고 낭만적 감정을 채우기 위해 술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샌가 우리는 비 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라는 나름의 공식을 만들었다. 어떤 이는 비 오는 날에 파전이 생각나는 것을 파전 굽는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과학적 근거를 들어 비 오는 날 우리 몸은 저혈압이 되어 혈당치가 떨어지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포도당의 원료인 탄수화물을 몸이 원하는데 그 과정에서 곡물로 이루어진 막걸리와 파전을 찾게 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난 막걸리를 좋아하진 않는다. 일단은 떱떱함이 싫고, 먹은 뒤에 찾아오는 내 속의 냄새를 확인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많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많다. 소주는 빈속에 마시는 것이 짜릿하고 마음이 허전하거나 외로울 때 생각을 지우기 위해 마시는 술이지만, 막걸리는 일상의 삶을 연결하기 위해 잠시 쉴 때 즐기는 ‘참’, 밥 먹은 뒤 허기질 때 ‘덤’처럼 먹는 거로 봐서 단절하거나 잊기 위한 것이 아닌 연결 하거나 더하기 위한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사랑을 연상하면 시원 달큼한 막걸리가 생각나고 이별을 하면 쓰디쓴 소주가 생각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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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꾼 칭찬 한마디
김홍신 외 31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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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유년시절의 추억은 온 가족이 함께한 것보단 몸이 편찮으신 아버지를 대신해 생업을 하시던 어머니를 해 질 녘이면 골목길에서 기다리던 기억이 전부이다. 그 시절에는 어느 집이든 번듯한 식탁에 잘 차려진 밥상을 받는 호사를 누리기보단, 그저 다리 달린 철제로 된 양은 상에서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유년기의 기억은 우리 가족 전부가 식사를 함께한 기억이 나지 않는 거로 봐선 삶이 어려웠던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살던 동네를 몇 해 전 가본 적이 있다. 엄마를 기다리던 넓었던 골목길은 겨우 성인이 팔을 뻗으면 닿을 크기의 초라한 길이었고, 행여나 친척이 오거나, 엄마가 출근할 때 과자를 사 먹으라고 주고 간 동전을 숨겨 놓던 담벼락은 겨우 내 키보다 조금 더 큰 높이였는데, 신기하게도 그 동전 구멍은 이끼만 잔뜩 낀 채 그대로였다. 이런 이유로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았던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다. 칭찬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학창시절에도 선생님이나 친구들로부터 내 인생을 바꿀 만한 칭찬을 받아 본 적도 없다. 다만 중학교 시절까지 매년 겨울방학이 시작될 때 주는 개근상이 내 인생의 유일한 공식적인 칭찬 전부였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교실에서 나눠서 자신의 신체 발육과 각종 기록 정보를 확인하던 생활기록부엔 내성적이란 글이 한 번도 빠지지 않는 거로 봐선, 선생님들조차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조용한 성격의 학생이라 전년도 담임선생님이 적었던 생활태도를 그대로 적었으리라 짐작한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모아뒀던 돈도 없이 먹고살기 위한 공부를 하던 서른 즈음. 전날 친구들과 술을 먹고 들어오면서 담배 살 돈이 없어 주머니 동전을 딸딸 털어 ‘백자’를 사서 피우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담배를 피우려고 집어 든 순간 담배 밑에 메모지와 함께 반으로 접힌 삼만 원이 놓여 있었다. “힘들어도 담배는 좋은 거 피워라.” 딱 이 한 줄 메모였다. 아버지께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들이 돈이 없어 몸에 더 해로운 싸구려 담배를 피우는 게 못내 마음 아프셨던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내가 아버지가 되고 나의 아버지는 백혈병으로 입원해 계실 적이었다. 며칠 전부터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면서 나름 준비를 하고 있던 어느 날, 동생으로부터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꼭 아버지한테 가보라는 말을 듣고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호흡기를 달고 계셨지만 그래도 간단한 의사소통은 할 수 있을 정도셨는데, 그때 “내 아들이지만, 너 참 좋은 놈이다. 도윤이 잘 키워라.” 그리곤 채 세 시간이 안 된 열시 십삼 분에 눈을 감으셨다. 내 생애 최고의 칭찬을 마음속에 꼭꼭 담아두시다가 당신이 떠나시기 몇 시간 전에 해 주시곤 아버지는 그렇게 가셨다. 그리고 쉰을 눈앞에 둔 아들은 그 칭찬으로 오늘을 살고 있다. 아버지 그립습니다. 도윤이 내년에 중학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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