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향해 쏴라 1
마이클 길모어 지음, 박선옥 옮김 / 집사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표지와 제목을 보았을 때 이 책은 내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자질구레한 갈등이 담긴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살인자 같은 소재는 더더욱이 싫어한다.

이 책이 우리 집에 들어오고 일주일 쯤 되었을 때, 뭔지 알수 없는 기운에 이끌려 이 책의 표지를 넘겼다. 거긴엔 어딘가 우울하고 자폐적으로 보이는 말라깽이 남자의 사진이 있었다. 롤링스톤스지의 록 칼럼니스트로 활약했다는 마이클 길모어. 저자의 사진이다. 록큰롤에 빠져사는 남자의 얼굴이 어떻게 이토록 드라이할 수 있을까? 그 드라이한 얼굴이 나를 사로잡았다. 살인자 형의 이야기, 피의 저주로 점철된 집안의 내력, 다섯발의 총알로 사형당해 바닥에 피를 뿌리며 죽어간 형, 이런 끔찍한 이야기들을 그 얼굴이라면 담담하게 말해줄 것 같았다. 감정의 고랑에 빠지지 않고. 그런 기대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것은 정확하게 맞았다.

누가 뭐라해도 이 책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독자들은 두 명의 편집광적이고 폭력적이고, 가끔은 광기에 휘말려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서로 증오하는 부부가 네 명의 아이들의 인생을 어떻게 망쳐나가는지 목격하게 된다. 맞고 터지고 모욕당하고 조롱당하는 그 아이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내가 그 현장에서 그저 바라만보는 구경꾼이 된 죄책감마저 느낀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다는 것,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이 더욱 답답하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어머니란 이름으로, 애정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우리 시대의 무수한 폭력들. 가족이란 성역 안에서 날마다 반복되고 있는 지옥.

난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탈출하라고 응원했다. 한 명은 영원히 탈출하지 못했다. 다른 한 명은 일치감치 탈출했으나 결국 자신으로부터 탈출하지 못하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가 되었다. 또 한 명은 일찌기 죽음으로 구원을 받았다. 멀리 멀리 달아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이 아무도 아닌 것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간 마지막 아이가 바로 이 책의 저자다. 그는 책을 쓰기 위해 다시 과거의 그 지옥으로 돌아와야 했다.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는 그렇게 해야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에 기꺼이 이 일을 맡았다.

이 책에는 모르몬교, 크리스천, 기독교, 여호와의 증인 등 많은 종교가 등장한다. 또 유령도 등장한다. 특히 모로몬의 역사에 관한 부분은 그동안 내가 품고 있던 이 종교에 대한 많은 의혹을 풀어주었다. 미국 역사의 거대한 퍼즐에 당당히 한 조각이 되어야 할, 의미 있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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