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세석평전님의 "동서양 문명을 보듬어낸 도시, 이스탄불"

다른책에 관한 내용이군요. 정정 부탁드립니다. 자세히 다 읽어 본 후에야 뭔 소리인가 했답니다. 하하. 늘 건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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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dohyosae > 스페인 1936
스페인내전연구
제등효 외 / 형성사 / 1993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그 희소성으로 인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내가 알기로는 한국에서 스페인 내전을 다룬 유일한 책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내전은 역사적 중요성에 불구하고 한국에는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오히려 소설-앙드레 말로의 희망,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로서 스페인 내란이 소개되고 있다. 그만큼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스페인 내전은  우리의 관심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0년대 세계는 대공황, 파시즘의 대두, 이에 대항하는 국제 공산주의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시기였다. 세계는 싫건 좋건간에 파시즘이냐 공산주의냐의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세계적인 갈등이 유럽의 후진사회인 스페인에서 충돌하게 되었던 것이다. 스페인 문제를 둘러싸고 세계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져 기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파시즘의 승리였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파시즘 세계는 스페인 내란이 종료된지 몇 달 후에 2차세계대전을 일으키게 된다. 즉 스페인 내란은 서구 민주주의 체제의 허구성을 파시즘과 공산주의 양쪽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세계가 이렇게 스페인 문제를 놓고 양분되어 있을 때 한국은 어떠하였는가. 한국은 당시 일본 강점기였기에 이 문제에 참여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 결과 스페인에서 드러났던 사회적 모순이 한국 사회에서는 제대로 드러날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이 결과 한국은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된 이후 본격적인 좌우의 대립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대립은 합리적인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전쟁을 통한 해결을 시도한 결과 자유로운 사상의 논의는 또 다시 역사의 미래로 미뤄지게 되었다. 이 결과 현재 한국사회는 경제적으로 발전했으면서도 사상적으로는 30년대의 이분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스페인이 어떻게 이런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 내전은 당시 스페인 사회가 안고 있던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된 사건이었다. 이 대립이 얼마나 극렬하였는지는 당시 2천 1백만-당시 한국의 인구2천만과 비슷한 수준-의 인구 가운데 1백만명이 내전 중 사망했다. 피해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프랑코가 승리한 뒤 다시 1만명이 처형되고 25만명이 수용소로 향하였다. 그리고 40만의 인구는 망명을 택하였다.  스페인 내전의 희생자는 전투 중 사망자는 대략 10만에서 15만 정도로 추측된다. 그 나머지는 좌와 우의 대립에서 오는 보복에 의한 처형이었다. 스페인 내전은 양측에게 있어서 그냥 전쟁이 아니라 종교전쟁이었던 것이다. 한쪽은 노동자의 천국을 위해서 다른 한쪽은 하느님의 왕국을 위해서 싸웠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행해진 모든 죄악은 자신들이 신봉하는 체제의 왕국이 완성되는 순간 사면될 것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두려울 것이 없었다.

또 하나 스페인 내전은 우리의 사상사 속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무정부주의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전쟁이었다. 이들의 얽매이지 않는 정신의 자유성은 파시즘과 공산주의 양쪽으로부터 견제를 받았다. 스페인 내전은 무정부주의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활짝 핀 무대였던 것이다. 다만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CNT, UGT, POUM과 같은 약어의 홍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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